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명한 공동성명에 대해 “검증절차나 비핵화 일정이 명시되지 않는 등 과거 합의보다 후퇴한 선언”이라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가능성을 시사 한 것에 대해 “김정은이 한미 양국의 사이를 틀어놓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주한 미국대사와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이날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김정은 공동성명에 대해 “매우 애매모호하고 일반적이며 어떤 의미도 없을 것 같다”고 혹평했다. “성명에는 일종의 행동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내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라면 매우 빠르게 이런 일을 진행할 것 같다”고 했다.

힐 전 차관보는 또 VOA에 “공동성명에는 비핵화 진행 방식이나 핵확산금지조약(NAP) 가입 방식 등 검증이나 비핵화 일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며 “과거 성명들보다 후퇴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동성명은 매우 일반적이며 채택 5분을 남겨놓고 작성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모든 협상은 실패했고 유화정책에 불과하고 비판했지만 이번 공동성명을 과거 합의들과 비교해본다면 과거 합의들이 훨씬 더 포괄적이고 엄격했으며 명확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힐 전 차관보는 공동성명 2항에 포함된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 노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랐다고 생각한다”며 “평화협정을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직접적인 당사국이 참여해야 하며 미국과 북한 둘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과 연합군사훈련을 중지하겠다’는 발언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에 한국정부 등과 협의를 거쳤는지 알 수는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훈련이 매우 도발적’이라는 표현을 썼으며 한미연합훈련은 ‘전쟁게임(war game)’이라고 표현했다”며 “김정은이 한미관계를 틀어놓는데 매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힐 전 차관보는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공동성명을 토대로 행동계획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며 “동북아시아 지역의 파트너 국가들을 찾아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고 다자간 절차를 밟을지 아니면 지금과 같은 양자 간 절차를 계속할지에 대해 근본적인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VOA는 전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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