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중단 심각한 문제, 北에 헤프게 양보시 韓안보 흔들려…고난도 동맹외교 필요"
"'한반도 비핵화'는 北김일성 '조선반도 비핵화' 英譯의 재번역, 美 허용 이해 안돼"
"트럼프, 그간 CVID 원칙과 3가지 쟁점 全無 '있으나 마나 한 합의문' 갖고 허풍"
"세계경찰 역할·자유민주 동맹에 개념 없는듯…北 '착한결심' 없다면 美 속수무책"
"북핵 폐기·사찰 합의문에 못 넣어놓고 '잘 될거다'? 이제부터 합의할 사안일뿐"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대북·안보전문가인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미북(美北)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너무 실망스럽고 허탈하다"고 밝혔다.

김 전 원장은 이날 북미 공동성명(Joint statement) 발표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후 정규재 펜앤드마이크(PenN) 대표이사 겸 주필이 진행하는 생방송 PenN 뉴스에 출연해 "북한 비핵화에 있어 ▲강도 ▲속도 ▲방식 3가지 쟁점은커녕 "CVID라는 원칙조차 한마디가 없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특히 "(북핵 폐기 면에서는) 사실상 4.27 판문점 선언만도 못한 내용"이라며 "미국은 핵 질서를 관장할 힘을 가진 나라인데 한국의 판문점선언보다 더 미지근한 합의를 내놨다"고 지적했다. 미북간 '미지근한 합의'를 초래한 데에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동맹에 대해서도 상업주의적 접근을 마다하지 않는 태도'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정규재 대표와 김태우 전 원장이 PenN뉴스에서 나눈 질문(Q)과 답변(A) 전문(全文). 

Q. 이번 미북정상회담 합의를 보신 첫 소감은.

A. 너무나 실망적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 보여준 언행을 감안할 때 너무 허풍을 떨었다는 느낌이다. 정상회담에서 사실 미주알 고주알 세부사항을 합의할 거라고는 기대를 안 했다. 그러나 적어도 북한 비핵화에 대한 3가지 쟁점, 어느 강도까지 비핵화하느냐 또 어떤 속도로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 3가지에 대해서 원칙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이 원칙조차 한마디가 없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표현이 없다.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CVID에 준하는 내용의 한국말을 쓰면 되는 건데, 그런 내용이 일체 없다. 그리고 속도에 대해서 시한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북한이 원하는 지연전술을 열어준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방법에 대해서도 사찰을 원칙적으로 어떻게 받고 반출을 받든지 폐기를 하든지 어느 정도 방향성을 가진 원칙을 제시해야 하는데 3가지가 모두, 하나도 없다. 좀 허탈하다. 이런 정도의, (있으나 마나 한) 합의문을 가지고 허풍을 떨었느냐. 이게 세계 질서를 관리하는 초강대국 대통령으로서 이게 과연 부합하는 일이냐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고. 사실상 4.27 판문점 선언만도 못한 내용이다. 판문점 선언은 우리가 북한을 강제할 힘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맺은 것이고 미국은 소위 핵 질서를 관장하는 힘을 가진 나라 아닌가. 그런 나라가 우리 판문점 선언보다 더 미지근한 합의를 내놓고, 너무 실망적이고 허탈하다.

Q. 왜 이렇게 됐다고 보시는가.

A. 사실 저는 처음부터 트럼프의 행보에 대해서 두 가지 가설을 쭉 제시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트럼프 스타일이 아무리 과거 대통령과 다르지만 그래도 미국이 굿캅(Good Cop), 세계질서를 위해 희생하고 경찰역할을 하는, 동맹국을 소중히 여기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이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가설이 있었는가 하면. 또 다른 가설은 '아니다', 트럼프는 미국제일주의 내세웠고 동맹에 대해서도 상업주의적 접근을 마다하지 않았다.

Q. 기자회견에서도 계속 비용얘기를 하더라. 주한미군에 돈이 들고 전쟁연습에도 돈이 굉장히 많이 들고 (라고).

A. 작년 대선 때도 기억하실 것이다. 사드 문제로 한국에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논쟁하면서 대선 하고 있었는데 그때 느닷없이 사드 비용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도대체 한국에서 어떤 세력이 한미동맹 소중히 여기는 세력인지조차도 개념을 안 가진 사람처럼 느껴졌고. 이번에도 내일이 우리 선거인데 오늘 회담 날짜를 잡은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이게 동맹국을 배려하는 (태도인가), 이런 개인적 변덕과 즉흥성.

Q. 동맹국은 아니고 문재인 정부를 배려해 준 건 아닌가.

A. 동맹이라는 것이 정부와 정부 사이의 관계만은 아니다. 정부와 정부 채널은, 수많은 채널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두번째 가설은 북한과 협상하면서도 트럼프의 그런 스타일. 상업주의적 스타일이 적용될 것이라는 가설을 갖고 있었는데 오늘 회담을 보니 그 두번째 가설로 가는 것으로 보여 걱정이 든다.

Q.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1992년 노태우 대통령 때 있었던 비핵화 공동선언과 9.19도 있었고. 정상회담 결과는 아니었지만 이번 회담과 비교하면 어떤지.

A. 사실 정상간 만나서 서명을 했다. 어그리먼트, 합의문이라고 이야기 나오지 않았지만 서명을 했다는 건 상당히 격이 높다. 만약 서명을 하지 않았다면 그냥 이건 커뮤니케 든지 프레스스테이트먼트(언론발표문) 이런 것들은 서명을 하지 않는데. 거기에 비하면 상당히, 서명을 했기 때문에 비중이 실리는 것이다. 앞에 있었던 합의들에 비하면 너무나 부실하다. 1994년에 있었던 제네바 합의같은 것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래도 핵을 가지고는 못살겠다, 핵 버리고 좋은 나라로 가보자 이렇게 착한 결심을 하고 있는 상태라면 잘 갈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그 반대라면 속수무책이다.

Q. 지금 4개항 합의문 나왔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나.

A. 지금 4개항이라는게 미국과 북한 수교 관계개선 노력한다는 것이고 평화체제 구축에 노력한다는 것이고 세번째 한반도비핵화 북한 노력한다는 것이고 네번째는 실종군인 유해 발굴 송환이다. 그런데 여기서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다. 여기서 도대체 한반도 비핵화가 왜 들어가는지.

Q.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부터 한 얘기 아닌가.

A. 그때 조선반도 비핵화라고 얘기했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군 핵 가져오지 말라 나가라는 것이고, 그 이후 김정일 시대부터 조선반도 비핵화는 '우리만 먼저 발가벗지 않는다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이나 전략무기 전개 이런 걸 일체 없애야 한다 미국의 핵 영향력을 한반도로부터 일체 제거해야 한다'는 게 조선반도 비핵화다. 이게 영어로 번역돼서 (Denuclearization of) Korean Peninsula가 됐고 이것이 다시 한국어 번역돼서 '한반도 비핵화'가 된 것이다. 이 얘기를 미국과 북한 합의서에 썼다는 것은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남북한에는, 우리가 미국만큼 많은 (대북) 지렛대를 가진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또 남북 상생이라는 관점에서 썼다고라도 일면 생각할 수 있지만, 어떻게 미국이 이런 용어를 허용하느냐 이게 참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Q. (핵폐기)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간이 명시된 것도 아니고.

A. 그렇다. 역시 북한의 안보,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것도 북한 체제보장으로 방송이 되고 있는데, 이것 체제보장이든 안전보장이든 빌미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이 북한에는 너무나 많다. 뭐든지 다 요구할 수 있다. 나중에는 한미동맹 자체가 우리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우기고 나올 수도 있다. 너무나 많은 길을 북한에 열어준 것이다.

Q. 체제보장과 안전보장은 좀 다르긴 다른가? '체제'로까지 가면 '우리가 김정은 너까지 보장해 준다' 뉘앙스로 읽힐 수 있어서?

A. 그래서 그 표현(체제보장)은 안 쓴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은 '그렇게 알아들었다'고 할 것이다. 북한정권 체제 보장을 해주기 위해서는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는 것도 미국이 막아줘야 하나? 그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Q. 트럼프 행정부 아주 초기에 '김정은에 대해 보장해 줄 것이다' 이런 이야기한 것이 잠깐 있긴 했었다.

A. 네 그랬다. '당신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여전히 통치할 것이다'라고.

Q. 이게 후속으로 가게 되면 무엇으로 논의해야 할까.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A. 북한 비핵화와 일정 전체를 놓고 합의를 끌어내야 하는데, 3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합의라는 산, 합의 이행이라는 두번째 산, 세번째는 이행이 다 잘됐는지 불가역적으로 조치가 취해졌는지 검증하는 단계. 이 3개의 산을 넘어야 하는데, 지금은 첫번째 산 모퉁이에 한발짝 갖다 놓은 것이다. 원칙 합의도 못했고, 어중간한 방향만 몇가지 합의했기 때문에 이 합의만을 놓고도 미국과 북한 사이에 아주 터프한 협상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Q. 오늘 합의문 발표하고 2시간 후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들이 CVID에 대해 물으니까. 트럼프 이야기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동원될 것이다', 또 국제기구도 IAEA 등 얘기같지만 '국제기구도 인볼브(연계)될거다' 그렇게 해서 폐기 사찰 이런 것들이 잘 될거다, 말은 표현은 안했지만 잘 될거다 라고 말했다.

A. 전혀 사실과 다른 얘기다. 그런 표현이 합의문에 없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이제부터 합의를 해야 할 사안이다.

Q. 폼페이오가 합의를 해야 할 건데, 시간은 계속 가고.

A. 북한이 나쁜 마음 먹고 있다면, 지연전술을 펼 여지가 매우 많다.

Q. 지금 기자회견에서도 또 나온 얘기가 주한미군은 두는데 훈련을 안 하는 문제를 검토한다고 했다.

A. 정말 트럼프라고 하는 지도자는 동맹에 대해서, 동맹의 가치를 전혀 평가하지 않는다. 동맹을 지극히 상업주의적인 것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 같다. 방위비분담금 충분히 내느냐, 무역 적자가 심하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갖고 대한민국을 길들이기 할 수 있다는 뉘앙스도 과거에 내비쳤다. 그러나 한미동맹이라고 하는 것은 70년 역사 아닌가. 65년 역사를 갖고 정부대 정부간 관계뿐아니라 군과 군의 관계, 또 국민과 국민간 관계. 그 수많은 사업가들 문화교류 스포츠교류 수십만개 채널이 얽혀있는 것이다. 이게 당장 트럼프 대통령 눈에는 안 보일 수 있지만, 인비져블(Invisible) 하지만 대단한 관계가 구축이 돼있는 건데 상업적 접근만 하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 행보를 보고 진심이 아니기를 바랐는데, 이번 합의를 보고 '아 이게 진심인 것 같다' 그런 걱정이 든다.

Q. 이제 되돌릴 방법도 없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지.

A. 우리 정부가 잘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말 고난도 동맹 조율, 고난도 동맹외교가 필요한 시기다. 특히 트럼프같은 스타일의 지도자가 헤프게 북한하게 양보해버린다면 그게 바로 우리 안보를 흔들 수 있는 것이다. 연합훈련 중단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우리 일반국민들은 잘 모르실 것이다. 연합훈련이라고 하는 것은 문화도 다르고 말도 다른 두 나라 사람들 군인들이 모여서 어떤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힘을 합쳐 싸우는지 연습하는 것인데, 이건 연습이 돼도 한덩어리가 돼서 싸우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훈련이 중단되면 한반도 유사시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깜짝깜짝 놀란다.

Q. 너무 쉽게 얘기하고 있어 두렵다. 그동안 어떤 남북간 합의보다도 물러선, 도대체 핵폐기에 대한 어떤 구체성도 없는. 미국언론도 그렇게 보도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문제가 상당기간 동안 남북간 어떤 정치역학을 만들어 낼 지 안보위기의 가능성을 배태시킬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떻든 우리는 그 속에서 지혜를 모으고 살아가야 하는 것 같다.

정리=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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