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어공만 혜택" 정치권 "단체 인사 특채에 이중특혜"

정부가 시민단체 경력을 공무원 호봉에 반영키로 해 '어공(어쩌다 공무원)'만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는 관가(官家)의 불만과 사기 저하를 낳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시민단체 인사에게 국민의 혈세를 바치겠다는 발상"이라며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사혁신처가 전날(4일) 발표, 5일부터 입법예고하는 '공무원 보수규정 개정안'은 공무원 봉급을 올해 2.6% 인상하고, 공무원의 시민단체 경력을 호봉에 반영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도마 위에 올랐다.

개정안은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따라 등록된 단체에서 상근(常勤)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공무원에 대해 업무와 '동일분야'이면 최대 100%, 무관하더라도 최대 70% 경력을 호봉으로 인정받도록 했다. 상근은 보수를 받으며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이며, 무급 봉사나 비상근 근로 경력은 해당되지 않는다.

군(軍) 복무 경력이 공무원 호봉에 반영되듯,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시민단체 근무 경력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은 급여를 받게 되는 셈이다. 개정안은 해당되는 경력이 있는 공무원은 각 기관·부처별 호봉책정위원회에 증빙자료와 함께 호봉 인정을 스스로 신청해 '소급 적용'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공직사회에서는 전문직 출신 등 다른 경력 공무원과 형평성이 맞지 않고, 시민단체 출신 '어공'만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공무원 연금에는 시민단체 경력이 적용되지 않고, 순수 재직기간만 산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력을 인정 받을 수 있는 시민단체는 현행법상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된 곳이다. 상시 구성원 수 100인 이상, 최근 1년 이상 공익 활동 실적 등을 요건으로 한다. 지난해 9월 기준 행정안전부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는 총 1만3833개로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한국자유총연맹 ▲서울YMCA ▲서울흥사단 ▲녹색어머니회 등 뿐만아니라 제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방해하는 불법 시위를 벌인 좌파단체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혁신처는 비전과 국정목표, 국정전략을 각각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 "국민이 주인인 정부",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로 설정했다.(인사혁신처 홈페이지 캡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혁신처는 비전과 국정목표, 국정전략을 각각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 "국민이 주인인 정부",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로 설정했다.(인사혁신처 홈페이지 캡처)

인사처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힘쓴 경력', '공익증진에 기여한 경력' 을 호봉으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비영리단체 활동 경력으로 영리를 준다는 건 모순"이라는 공직사회의 비판을 받는다. '사회적 가치'와 '공익'이라는 개념부터 특정하기가 어렵다. 지금도 변호사·공인회계사·박사 등 전문직 출신이거나 업무와 관련됐더라도 민간 경력이 쉽사리 반영되지 않는데, '시민단체 경력이 변호사급이냐'는 목소리도 있다.

좌파가 주류를 이루는 시민단체 출신을 정부 요직에 대거 등용한 문재인 정부가 '내 사람이 먼저다'라는 기조를 노골화한 것 아니냐는 빈축도 사고 있다. 한 국회직 공무원은 "'시민단체 정부'라는 말을 듣는 문재인 정부의 코드가 반영된 것 같다. 앞으로 시민단체 출신 공무원이 더 늘어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소위 '공시생'들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엔 "나랏돈을 자기 사람 챙겨주기 위해 쓰겠다는 거냐"라거나 "모두 시민단체 하나씩 가입하자"는 자조 섞인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는 5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이 드디어 시민단체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선포를 했다"며 "청와대와 내각에 입성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에게 국민 혈세를 바치겠다는 발상"이라고 질타했다.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말도 안 되는 시책"이라며 "공무원 특채에 이어 '이중 특혜'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김 원내대표는 특히 "불법시위 경력까지 공무원 호봉으로 인정해주는 나라가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나라다운 나라'냐"라며 인사혁신처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아울러 "한국당은 국회 안전행정위 전체회의를 소집해 이번 사안에 대해 면밀하게 따져 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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