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커피타임·수면 등도 근로시간에 포함
접대는 상사 결재 받아야 업무 인정
상사가 참석을 강요한 회식은 근로시간 불인정
정부의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역효과 낼 수 있다는 우려나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도 시행 20일을 앞두고 나왔다.

당장 7월부터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적용에 사업장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유연근로시간 제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이달 말에나 나올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11일 다음달 1일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실시되는 '주 52시간 근로'에 대한 지침을 공개했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에 따르면 업무 시간 중 밖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도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쉬고 있더라도 언제든지 업무 지시가 가능한 상사의 지휘감독 아래 있다면 이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는 지침이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도중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 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놓여있는 시간이라면 이는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또 휴게시간에 대해선 "휴게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하므로, 현실적으로 작업은 하고 있지만 단시간내에 근무에 임할 것을 근로자가 예상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휴게시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영업직의 고충 중 하나로 꼽히는 저녁 시간 접대의 경우 "사용자의 지시 또는 최소한 승인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근로시간으로 인정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휴일골프 라운딩 사례를 들면서 상사의 명시적·묵시적 지시에 의해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지침을 내놓았다.

출장의 경우 "노사 합의하에 통상적으로 업무에 필요한 시간을 근로시간에 산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식에 대해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보고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한편 탄력적 시간근로제, 선택적 시간근로제, 재량시간근로제 등 유연근로시간 제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유연근로시간 제도는 제품·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장시간 근로가 필요한 IT(정보기술) 업종이나 납기를 맞추기 위해 연장 근로가 잦은 공장들이 노동시간 단축 대응책이다.

기업들은 이같은 지침에 대해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지난 7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먼저 시행)하는데 대기업은 준비가 충분히 돼 있고, 대기업 계열사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한 10대 그룹 임원은 "기업들이 정부가 아니라 로펌에 문의해 자체 가이드라인을 짜다 보니 로펌 내에서 가장 바쁜 부서가 HR(인사노무)팀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장관이 정말 황당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해 김영완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그간 판례와 행정 해석을 정리한 것이어서 근로시간 단축을 앞둔 정부의 가이드라인 또는 지침으로 부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정부가 다양한 사업장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데는 한계가 있고 지나치게 구체적일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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