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지도교수였던 김석준, 교수연구실에서 기습적으로 껴안아.."
"모멸감에 교사도 그만두고 도망치듯 부산 떠나"
"최근 부산대 인권센터에 신고... 이런 사람이 교육감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김석준 측 "허위사실...법적으로 응징할 것"

김석준 부산 교육감
김석준 부산교육감

6.13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전직 여교사 강정희 씨가 김석준 부산교육감(61)이 과거 대학교수 시절 자신에게 가한 성추행 사실을 자신의 실명(實名)을 내걸고 폭로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 교육감은 이번 선거에서 교육감 재선에 도전한다.

강 씨는 PenN과의 인터뷰에서 “부산 곳곳에 붙어있는 홍보 현수막에 적힌 ‘청렴도 1위’라는 문구를 볼 때마다 역겨움을 느낀다”며 “그 사람의 실체를 은폐한 채 교육감 선거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선거법 위반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 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1983년 내가 부산대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학과 신입생이었을 때 김석준 교수가 83학번 학생들 지도교수로 부임해왔다. 김 교수는 자기 연구실은 항상 열려있으니 언제든 놀러오라며 학생들에게 굉장히 친근하게 굴었기에 우르르 연구실에 놀러가 커피도 얻어 마시고 교수님 댁에 놀러가기도 했다. 당시 지도교수를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처럼 생각했던 터라 아버지 없이 살아온 가정사도 개별면담 때 자연스레 노출되기도 했다. 

2학년 2학기 즈음 김석준 교수가 책을 한 권 주면서 읽어보라고 권했다. ‘노신 선생님’이란 제목에 중국 사상가 책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첫 장을 열어보니 유부남 교수가 여제자에게 보낸 연서가 담긴 내용이었다. ‘나한테 이런 책을 왜 주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나빴다.

며칠 후 김 교수가 “책 다 읽었냐?”고 물었다. 어떻게 답해야 할지 민망해 “재미도 없고 어려워서 안 읽었다”고 했더니 김 교수가 “그게 뭐가 어렵다고 그러냐”고 버럭 화를 냈다.

또 김 교수가 집으로 보내온 카드에 ‘자네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다네’ 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가슴앓이..?? 교수가 제자한테 쓸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이래저래 걸리는 것이 많아 김 교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졸업논문을 쓸 때도 일부러 여자교수님을 택했다. 지도교수를 놔두고 다른 교수에게 논문 지도를 청한 것 때문에 김 교수가 섭섭함을 드러냈지만 이상한 느낌 때문에 개별적인 대면을 피하고 싶었다. 나는 당시 김 교수가 배도 나오고 아저씨 같은 체격이라 40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20대 후반으로 83학번인 우리보다 겨우 7살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는 엄연히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교사 발령을 받았다. 졸업 후 2번 째 맞는 1988년 스승의 날, 제자들에게 꽃다발을 받으면서 문득 졸업하고 은사님께 한 번도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스승의 날 인사 드리러 모교인 부산대를 찾았다. 그런데 교수님 6분 모두 연구실에 안계셨다. 준비해간 꽃을 맡기려 학과사무실을 갔더니 교수님들이 전부 모여 회의를 하고 계셨다. 다들 오랜만에 찾아온 제자를 반가워하셨고 김석준 교수도 반가워하며 회의 마칠 때까지 연구실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회의를 막 시작하는 분위기라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 가져간 꽃이라도 꽂아놓고 돌아올 생각에 꽃병을 가지러 책상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연구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다보니 김 교수가 바로 코앞에 와있었고 피할 틈도 없이 나를 냅다 끌어안았다. 확 다가오던 김교수 얼굴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뜨거운 입김이 느껴질 정도였다. 너무 당황해 비명조차 안 나왔고 순간적으로 옆방의 교수님도 회의하러 가고 안 계셔서 소리를 질러봤자 소용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와줄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흥분한 남자의 감정을 격앙시켜봐야 좋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순간 기지를 발휘해 “교수님이 회의를 마치고 오실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안심시켰다. 김 교수는 ‘꼭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며 거듭 다짐을 받고서야 끌어 앉았던 팔을 풀고 학과사무실로 돌아갔다. 그가 나가자 후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꽃다발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도망치듯 나와 교문이 보일 때까지 달렸다.

부산대 캠퍼스를 빠져나오며 안도감과 동시에 분한 마음에 눈물이 흘렀다. ‘아버지 없는 홀어머니 가정이라고 얕본 것이 아니라면, 내게 든든한 아버지가 있었다면, 만약 내 아버지가 부산대 교수였다면 감히 나한테 이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지도교수라고 믿고 개별면담에 물어보는 대로 줄줄 가정사를 얘기한 나 자신이 바보같이 여겨졌다.

우리 어머니는 남편 없이 홀로 세 딸을 키우셨다. 나는 대학에 가서도 엄마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공부에만 매진했다. 엄마는 딸들이 평생직장을 갖길 원하셨다. 사범대나 교대가 아니면 대학에 안 보낸다고 하셨다. 고생하는 엄마 생각에 졸업 후 곧바로 교사 발령을 받기 위해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도시락 2개 싸들고 다니면서 고3처럼 공부했다. 열심히 공부하자 교수님들이 대학원 진학을 권하셨고 공부를 계속해 대학 강단에 설 꿈도 생겼다.

정말 열심히 공부해 교사가 되었지만 그 일이 있은 후 몇 달 만에 교직도 그만두고 대학원도 포기하고 결혼과 동시에 서둘러 부산을 떠났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학과 단짝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석사과정 중인데 김석준 교수가 석사논문을 통과시켜주지 않고 애를 먹인다”며 “그 교수가 너한테 약점 잡힌 거 있으니까 네가 전화 한 통 해주면 안되겠냐”고 했다.
김석준 교수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말했던 유일한 학과 친구라 그 말이 너무나 큰 상처가 되었다. 전화기 너머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는 나의 반응에 실수했다 싶었는지 조용히 전화를 끊었고 그 후로 수 십 년간 연락이 두절된 채 지냈다.

부산을 떠난 지 18년쯤 지나 친정에 잠시 머무는 동안 학과 교수님 은퇴 강연회 참석차 모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강연이 끝나고 회식장소로 이동하느라 어둑해진 캠퍼스를 내려가고 있는데 주변에 사람이 없는 틈에 김석준 교수가 다가와 “왜 그렇게 빨리 부산을 내뺐냐?”고 물었다. 뻔뻔스럽게 느껴졌지만 40 중반에 걸맞게 담담하게 대응하자는 마음에 가능한 민망하지 않도록 “그때 교수님이 신호위반하셨잖아요?”라고 가볍게 답했다. 그런데 돌아온 김교수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살다보면 신호위반도 하고 그러는 거지 사람이 왜 그렇게 꽉 막혔어”라며 오히려 나를 호통치는 모습에 잊었던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교수님, 제가 꽉 막힌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종류의 신호 위반은 도저히 용납이 안 되네요. 그리고 사모님께 미안하지 않으세요?”라고 쏘아주고 내려왔다. 

그후 2010년쯤 어머니 뵈러 부산에 갔다가 김교수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4년 전 치미는 분노에 복음을 전하지 못하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렸던 터라 아플 때 겸허해지는 사람의 심리를 기대하며 복음을 전하러 갔다. 그런데 아직 왼손의 감각이 덜 돌아왔다고 하면서도 다시 또 한 번 안아보자며 덤비는 모습에 ‘제 버릇 개 못 주는구나’ 실망하며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김석준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동기 한 명도 학부시절 MT 갔다가 인적 드문 곳에서 김 교수에게 손을 잡힌 채 “나는 언제든지 연애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을 들었다. 친구는 “기분이 정말 더러웠다”고 했다.

학부시절 김교수 집에 놀러갔던 남학생들이 김교수에 비해 사모님이 너무 미인이라 어떻게 하면 저런 미인과 결혼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김교수가 “자빠뜨리면 된다”고 하더란다. 농이었다고 둘러댈 수도 있겠으나 연애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남학생 제자들에게 지도교수가 할 말은 아닌 듯하다. 그의 여성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부산대 인권센터에 김석준을 신고했다. 부산시 곳곳에 붙어있는 홍보 현수막에 적힌 ‘청렴도 1위’라는 문구를 볼 때마다 역겨움을 느낀다. 이런 사람의 실체를 은폐한 채 부산시민들이 교육감 선거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선거법 위반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편 김석준 교육감 측은 강정희 씨의 폭로에 대해 "허위사실이며 허위사실 유포 관련자들을 법적으로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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