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에게 마지막 기회...옳은 결정 내릴 것”
美성김·北최선희, ‘CVID’ 합의문 놓고 싱가포르에서 막판 줄다리기 中
北 “朝美수뇌회담에서 조선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조선반도 비핵화 논의될 것”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0일 오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과 파야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이 영접 나온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0일 오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과 파야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이 영접 나온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역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은 1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미북(美北) 간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10일 오후 각각 미북 정상회담 장소인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오후 8시 22분쯤 싱가포르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서 손을 흔들며 내렸다. 그는 취재진들에게 느낌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동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도착 직후 곧바로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로 이동했으며 11일 대통령궁인 이스타나에서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점심쯤에 싱가포르 총리와 만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 이후 오후부터 싱가포르 미 대사관 직원들을 접견한 후 공식일정을 모두 마치게 된다. 정상회담까지 12시간 정도를 남겨놓고 막바지 준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약 6시간 앞서 10일 오후 2시 36분 에어차이나 소속 중국 고위급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 창의공항에 도착했다. 김정은은 이날 자신의 전용기인 ‘참매1호’를 두고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에서 임차한 보잉 747기를 통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일각에선 김정은의 전용기가 장거리를 운항한 적이 없고 노후한 탓에 위험이 커 중국 항공기를 임차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은 리커창 총리가 해외순방 때 타는 전용기를 대주고 자국 영공도 내줬다. 전투기들을 띄워 김정은이 탄 항공기 호위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이날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로 이동한 뒤 저녁에 이스타나 대통령궁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을 했다. 김정은은 이 회담에서 “(미북회담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이는 역사적 회담”이라고 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회담에 배석했다.

한편 미국 성 김 주필리핀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싱가포르 실무회담에서 ‘CVID’를 합의문에 명시하는 문제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한 소식통은 “비핵화 방식과 단계를 놓고 조율 중인데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에 따르면 김 대사와 최 부상은 11일 오전 10시부터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에서 실무회담을 연다. 지금까지 모두 6번 만나 사전조율을 해온 이들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들어갈 비핵화 문구와 북한의 제체보장 등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당국자는 그동안 미북 양측이 비핵화 정의에 대한 입장을 좁히지 못해 핵무기 해체에 대해 북한의 가시적 약속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한 만큼 이번 실무회담에서 이러한 핵심의제에 대한 막판 진전을 얻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경찰은 두 정상의 숙소와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 주변에 삼엄한 경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3천여 명의 기자들이 미북회담 취재를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美목표: ‘CVID’ 명시된 공동성명 발표

미북회담을 며칠 앞두고 미국은 이번 회담의 목표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명시된 북한과의 공동성명을 발표임을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것이 회담의 성공을 측정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는 북한이 신고한 시설들뿐만 아니라 미신고 핵시설을 포함한 모든 시설들이 분명히 포함된다”며 “완전한 비핵화 전에는 경제지원과 제재완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북회담 관련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나쁜 합의를 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北목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한반도 비핵화”

반면 북한은 11일 김정은의 싱가포르 방문을 보도하면서 미북회담의 목적이 새로운 미북관계의 수립과 영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임을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과 기대 속에 역사상 처음으로 진행되는 조미수뇌회담에서는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문제,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들을 비롯하여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폭넓고 심도 있는 의견이 교환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김정은에게 마지막 기회...옳은 결정 내릴 것”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회담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이 김정은에게 마지막 기회”라며 “그가 옳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 주의 공군기지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는 에어포스 원에 오르기 직전 기자들에게 “나는 평화의 임무를 위해 회담에 나간다”며 “진심으로 전 세계 수백만의 마음을 품고 회담장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되고 있는 모든 일들과 북한의 협력에 감사한다. 북한은 진정으로 미국과 함께 잘 해왔고 따라서 지금까지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며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기회를 얻었는데 그 기회는 역사적으로 볼 때 매우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것”이라며 “김정은은 다시는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고 그 기회는 또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을 향해 경고를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한 “(김정은을 만난 지) 1분 이내면 (비핵화 진정성을) 알아차릴 수 있다”며 “그가 진지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정은이 북한주민들과 자기 자신 그리고 그의 가족들을 위해 어떤 긍정적인 일을 할 것으로 진심으로 믿는다”며 “김정은이 위대한 주민들과 함께 진정으로 위대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이는 단 한 번의 시도(shot)로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김정은이 회담에 진지하지 않다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음을 여러 번 밝혔다.

●전문가들, CVID에 회의적 “북한정권의 본질 잊지 말아야”...

미국 터프츠 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교수는 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이 미국 뉴욕까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 뉴욕까지 거리의 절반에 불과한 4700km를 비행할 항공기가 없어서 타국 항공기를 빌렸다”며 북한 정권의 이중성을 꼬집기도 했다. 또한 “김정은과 측근들을 위해 연간 6억 5천만 달러에 달하는 사치품을 수입하면서 국민의 40%는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AP통신과 NBC 방송 등 여러 언론도 전문가를 인용해 미북 정상회담이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면에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는 등 끔찍한 인권유린이 북한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9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국 전문가들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타결돼도 북한이 비핵화 이행에 시간을 끌며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기를 기다릴 것이며 또한 미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한 최대압박이 약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말까지 북한이 비핵화하기를 원하지만 북한은 그 같은 목표를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면서 아마도 트럼프 행정부가 끝난 지 한참 후인 10년이나 15년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은 “심지어 김정은이 일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반출이나 핵시설 폭파 등에 동의하는 등 대외적인 인식 개선을 위한 조치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후 북한은 시간을 끌 것”이라며  “이미 핵 프로그램의 약 90~95%를 완성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 단독 회담을 먼저 가진 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포함된 최측근 인사들과 확대 정상회담을 열 계획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김정은이 싱가포르를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5시간 후인 오후 2시에 떠날 계획을 세워두었다고 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아침에 싱가포르를 떠날 예정이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