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스캔들'-反文 유권자 결집 여부-경제및 민생 파탄 영향 주목

11일 기준 이틀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는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장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전이 막판에 접어들면서 미묘한 변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여당 압승 예상의 선거판을 뒤흔들 주요 변수로는 이재명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를 둘러싼 대형 스캔들로 다시 부각되고 있는 여당 후보들의 부도덕성,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 행태에 비판적인 반문(反文)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 여부, 글로벌 호황 속에서 한국만 거꾸로 가는 경제및 민생 악화 등이 꼽히고 있다.

'탄핵 졍변'의 연장 선상에서 지난해 손쉽게 집권한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싹쓸이에 가까운 완승을 노리고 있는 반면, 몰릴대로 몰린 야권은 존폐가 걸린 승부에 나선 격이 됐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전남·광주에 후보를 내지 못했고, '6석 사수'에 명운을 걸고 있다. 지역기반이 없는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은 승리를 장담하는 지역이 없고, 제3야당인 민주평화당은 '간판 인물' 없이 여당과 호남 쟁탈전을 간신히 벌이고 있다. 여당이 우려할 만한 선거판의 '극적인 야권 단일화'도 진척이 없다.

다만 여권(與圈)은 집권 1년을 넘기면서 대선 이래 처음으로 전국단위 선거를 통해 '국정 평가를 받는' 입장이 됐다. 역대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체감·청년실업률, 부촌(富村)을 가리지 않는 사업자들의 줄폐업, '10개 중 9개 지표가 악화됐다'는 통계청 발표 등 경제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또 연초 '김정은 신년사' 이후 남북 정권이 두 차례 정상회담까지 가지며 북핵 문제와 긴장 해소 국면을 주도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지만, 더 이상 눈길을 끌지 못하는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선거일 바로 전날 6.12 미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 한마디, 행적에 일일이 세간의 관심이 쏠린 지 오래다. 

정부는 이미 4.27 판문점 회담 무렵부터 '한국은 북한 비핵화 문제에 너무 깊게 들어오지 말라'는 간접 경고를 받았다는 것이 이낙연 국무총리 발언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 5월말부터 한·미·북 3자간 종전(終戰)선언 기대감을 표출하던 청와대에는 싱가포르행 초대장도 날아오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에 한 목소리를 낸, 지난 8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여 대상국은 아니지만 한국 정상이 함께 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미북 정상회담 전(前)이라서 불참했다'는 변을 내놨다. 하지만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했고, "북핵은 양국의 최대 위협"이라고 두 정상이 입을 모았던 한국은 '패싱'당하는 양상이다. 북핵 폐기를 위한 미북회담의 성패와 분위기가 정부 외교력 평가와 선거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與 후보들 위주로 '검증 거부' 비판 여론, 미투·스캔들·발가락·드루킹 등 악재 잇따라 

국정을 떠나 지방선거 여당 후보들이 '인물검증' 과정에서 마주한 악재(惡災)가 부지기수라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광역·기초 단위를 불문하고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토론 거부'로 곳곳에서 원성을 쏟아내 왔다. 유권자의 알권리 침해라는 지적과 함께 '도망자', '미꾸라지', '나홀로 야구 9회말 경기를 뛰느냐',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심산이냐' 등 비판이 나왔다. 3선 도전에 나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후보가 3차례 방송사 주최 토론을 거부한 사례가 가장 노골적이다.

일부 여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끈질기게 따라 붙는 의혹 제기에 '속 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않는 점도 선거판의 변수로 관측된다. 경기 성남시장 출신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가 '친형·형수에 욕설 통화' 의혹, '여배우 김부선과 기혼 사실을 숨긴 교제 및 주진우씨와 은폐 공모' 의혹',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시도' 의혹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직면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김영환 바른미래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TV토론회 등에서 노골적으로 의혹을 캐묻는가 하면 김부선의 통화 녹취 공개, 공지영 작가의 '주진우 은폐 공모' 간접 증언, 이재명 후보 형수 박인복씨의 공개 기자회견, "김부선이 죽으려고 했다"는 통화 녹취 공개 등이 잇따르며 '점입가경'이다. 한국당은 '이재명 녹음파일 공개는 합법'이라는 중앙선관위 답변도 받았다. 하지만 이 후보가 구체적인 반박보다는 부인과 양비론적 해명, '법적 대응' 예고로 일관하면서 여론의 반발을 자초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 19대 대선 예비후보 시절 문재인 당시 예비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이면서 갈등을 빚은 친문(親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내부 공격 대상이 돼 오기도 했는데,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부인의 이름을 딴 '혜경궁 김씨' 별칭이 붙은 트위터 계정이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어록 등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를 공천한 추미애 지도부에까지 친문 지지자들의 원성이 잇따르고, 당원 8000여명이 서명한 '이재명 비토 자료집'이 전달되기까지 했다. 

이밖에 지난 8일 포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이재명은 사퇴하라'는 구호가 올라오기도 했고, 김부선 사과문 대필 논란의 장본인인 주진우씨까지 지상파 방송 하차 여론에 휩싸였다. 여당 지도부는 이 후보 관련 논란에 입을 닫은 채 '제2의 김기식 사태'와도 같은 상황을 견디며 선거일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표창원 등 일부 의원이 '일단 1번을 찍어달라'는 입장 표명에 나서면서 여진이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이 후보는 그의 후임자 격으로 출마한 은수미 성남시장 후보의 전직 운전기사 폭로로 불거진 '조폭 스폰 의혹' 등과도 무관치 않다. 은수미 후보는 최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역시 한국 '인민'들은 음주가무를 좋아한다"고 스스럼없이 발언하면서 '사노맹 출신'이라는 이력 등이 재차 회자되고 있다.

충남도지사 선거 판세에도 예상 밖 변수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 2월 민주당 추미애 지도부가 적극 띄우던 미투(#Me_too, 성폭력에 나도 당했다) 운동의 직격탄을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격인 안희정 당시 충남도지사가 맞았고, '문재인의 입'과 '안희정의 친구'를 내걸고 선거판에 뛰어들었던 '유력 후보'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도 '내연녀 사천 의혹'과 여성 문제 폭로가 잇따른 결과 예비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충청권이 술렁인 바 있다.

경선 결과 '친문·전대협 라인'인 복기왕 전 충남 아산시장이 패배하고 4선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양승조 후보가 본선에 진출했다. 그 이후는 미투 운동으로 술렁였던 판세를 추스르면서 무난한 승리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 

(왼쪽부터) 6.13 지방선거 충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이인제 자유한국당·양승조 더불어민주당 후보

하지만 이달 초 이인제 한국당 후보 측에서 양승조 후보가 국회 복지위 소속 당시 측근 변호사들을 '피감기관'인 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로 연달아 위촉했다는 의혹, 위촉 기간 당시 정치자금을 후원받았다는 의혹을 거듭해 야권에서 공세적 분위기를 잡았다. '피감기관 갑질'은 김기식 사태를 겪은 여권에 특히 민감한 단어일 수밖에 없다.

TV토론에서 이인제 후보의 첫 의혹 제기에 '확인했다면 부인하지 않겠다'고 반응하던 양 후보는 수일 뒤에야 캠프를 통해 "(고문변호사) 추천이 아닌 공모심사였다", "위촉기간이라서 후원했던 건 아니다" 등 부인으로 급선회했다. 이 후보 측에 "악의적인 의혹제기와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엄중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충남권 내 중요한 표밭으로 꼽히는 천안시장 선거판에서의 공방 추이도 표심에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도부의 전략공천을 받은 구본영 민주당 후보(현직 천안시장)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오는 20일 첫 공판에 나서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 최대 쟁점이다.

충청권에서는 허태정 대전광역시장 후보도 '역린'을 파고드는 공세에 계속해서 맞닥뜨리고 있다.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계기인 엄지발가락 절단 경위를 추궁받자 "기억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 이후로 야권 후보들의 '공공의 적'이 되는 양상이다.

발가락 상실로 인한 장애인 등급 판정이 허위였다는 의혹을 비롯해 석사 논문 표절 문제, 대덕특구복지센터 소장 시절 비정규직 내몰기 의혹까지, 지난 9일 지역 언론 주최 후보자간 TV토론에서 도덕성과 청렴성 검증 공세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드루킹 김동원씨 등 민주당원들의 포털 기사·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사실상 전면 연루된 김경수 민주당 후보의 승리도 쉽게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리턴매치'를 벌이게 된 김태호 한국당 경남지사 후보와의 인물 대결로 국면이 전환됐지만 '경남도청이 아닌 감옥에 갈 사람'이라는 야권발(發) 꼬리표는 계속 따라 붙고 있다. 지난 7일 이 사건을 집중 수사할 허익범 특별검사가 임명 일성으로 '정권 실세 정치인이라도 필요 시 수사한다'는 방침을 세워 주목도가 다시 상승하고 있기도 하다.

19대 대선때 反文표심 반전여부 확인할 첫 선거…野 여론조사대로 패망할까?

야권의 예상 밖 선전을 점칠만한 징후도 없지 않다. 한국당은 1년여 전만 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직후 '절체절명'의 상황이었지만 4.12 재보선과 5.9 대선을 치른 결과는 소위 '박근혜 지지율 4% 프레임'(한국갤럽 조사)과는 거리가 멀었다. 77.2%의 총투표율이 나온 5.9 대선 당시 홍준표 한국당·안철수 국민의당·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택한 과반의 표심이 반전됐을지 확인할 수 있는 실증(實證)은 이번 지방선거가 사실상 처음이다.

또한 문재인 현 대통령에 대해 품었던 맹목적인 친북정책, 그리스·베네수엘라식 좌파 포퓰리즘 경제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일소할 만한 계기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여간 '사실상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정책 관련 비판 여론은 해가 바뀐 뒤 각종 통계가 도출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8~9일 이틀간 실시된 지방선거 사전투표 결과 투표율이 20.14% 나왔다는 점도 다각도의 해석을 낳는다. 10% 초반대에 머물던 2014년 6.4 지방선거, 2016년 20대 총선 대비 크게 높아진 '역대 2위'의 사전투표율로 여권에 크게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최근 각각 두차례의 선거에서 50% 후반대에 머물던 총선·지방선거 투표율에 비하면 사전투표율 20%는 단순 백분위상 20%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반면 '역대 1위'인 지난해 5.9 대선 당시 사전투표율(26.6%)에 비하면 6%p 이상 낮아진 수치로, 여당이 사전투표 독려를 적극 독려한 데 비해 민심 호응도가 떨어진다는 관측도 있다. 탄핵, 대선, 1년여간 과열된 여야 정쟁, 미북간 북핵 협상 급물살, 지방선거로 쉴틈 없이 이어진 정국에서 유권자들의 정치 관심도가 식지 않았다면 총투표율의 약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5.9 대선에 버금가는 총투표율이 도출된다면 대선 대비 6%p 이상 낮아진 사전투표율 20%는 '신중론'으로 돌아선 유권자가 늘었다는 지표가 될 수도 있다.

1년 가까이 이어진 여론조사상 여권 지지율 강세가 야당 표 결집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일관되게 우파의 투철한 대변자로 평가받아온 김진태·전희경 의원에 대한 영남권 지원유세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홍준표 당대표가 '유세 재개' 선언 후 지난 9일 찾은 '격전지' 부산 대(大)유세 현장에 1년여 전 대선 유세를 방불케 하는 인파가 몰린 것도 '민주당이 한국당을 2배 이상 앞선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정황이다. 

유세 당시 홍 대표는 그동안 자신에게 제기된 '막말 프레임'에 대한 사과와 함께 세번의 큰절을 했다. "탄핵 대선 때도 부산시민들이 72만표를 몰아주셨다. (서병수) 시장님 지난번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실 때 79만 표가 갔다"며 두 인물을 보고 더 많은 표를 달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시중 여론조사결과에 낙관, 김무성 당시 대표가 "180석"까지 내다보다가 과반 의석은커녕 원내 1당 지위조차 건지지 못한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의 전철을 민주당이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시중 여론조사와 판이한 선거 결과로, 20대 총선까지 관례였던 '유선전화 비중 100%'가 '휴대전화(무선) 80% 이상'으로 급격히 반전됐다. 유선전화만으로 젊은세대의 표심을 읽지 못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선전화 비중을 80%대 중반 이상까지 끌어올린 대부분 여론조사들이 실제 표심과 유리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형국이다. 6.13 지방선거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지난 7일)이 도래하기 전날까지 실시된 리얼미터 6월 1주차 주중동향 조사에서는, '호남 정당' 민주평화당이 '보수 텃밭' 대구·경북에서 전주대비 7.9%p나 약진한 두 자릿수 지지율(10.8%)로 지지율 3위 정당에 올랐다는 이례적인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리얼미터는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에 초점을 맞춰 "'4주 연속 내림세 마감' 文 대통령 7주 연속 70%대"라고 '7주 연속 70%대'를 강조하는 등 언론 보도에 앞서 여권에 유리한 해석도 내놨다(보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여권의 '지지율 도취'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얼미터는 앞서서도 MBC가 의뢰한 경남도지사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한국당으로부터 '문 대통령의 대선 실제 득표율보다 훨씬 많은 문 대통령 투표자를 표본에 포함시켰다'는 취지로 조작 의혹을 받았는데, 오히려 대선 득표율과 비슷하게 조율하는 것이 여론조작이고 한국당에 불리한 결과는 '샤이 홍준표'가 많기 때문이라며 부인했다.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한편 야권발 악재도 없지 않다. 지방선거의 간판 격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문수 한국당·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야권 단일화에 실패하고 '상대편을 찍으면 박원순 민주당 후보가 된다'는 주장으로 분열상을 내비치고 있다. 또 한국당은 최근 정태옥 대변인이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후보에 대한 여권의 비판을 무마하고자 내놓은 발언이 '인천 비하' 논란으로 확산되면서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 정태옥 대변인은 스스로 사임했고, 반홍(反홍준표) 인사로 해석돼 온 유정복 후보는 친홍으로 분류돼 온 정 대변인에게 '의원직 사퇴'까지 공개 촉구하면서 벽을 쳤다. 홍준표 지도부는 정 대변인에 대한 당 윤리위 징계를 즉각 추진하고 나선 상황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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