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회담 후 시간 끌며 최대압박 약화시킬 것”

미국 전문가들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타결돼도 북한이 비핵화 이행에 시간을 끌 것이며 또한 미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한 최대압박이 약화될 것으로 예측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9일 전했다.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8일(현지시간) VOA에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말까지 북한이 비핵화하기를 원하지만 북한은 그 같은 목표를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면서 아마도 트럼프 행정부가 끝난 지 한참 후인 10년이나 15년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미국의 적대정책이 없어야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북한의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며 “북한의 행동에 변화가 있는지, 김정은이 이전 지도자들과 다를 것이라는 징후가 있는지 보기 위해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해 다르게 이야기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어떤 후속조치를 취하는 지도 중요하다고 했다. 차 석좌는 “두 지도자가 폼페이오 장관의 최고위급 수준에서 자주 만나 비핵화 시간표 등 합의 사항들을 논의하도록 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좋은 신호로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사진을 찍는 행사에 불과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은 VOA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정상회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회담의 성공을 선언할 것”이라며 “심지어 김정은이 일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반출이나 핵시설 폭파 등에 동의하는 등 대외적인 인식 개선을 위한 조치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후 북한은 시간을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리 연구원은 “이미 핵 프로그램의 약 90~95%를 완성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이번 회담의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북한은 제재 이행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약화시켰고 이미 중국이 제재 이행을 완화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리 연구원은 “미북회담 이후 최대 압박을 가하던 대북제재를 실시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으면 선제공격에 대한 논의로 복귀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그린 CSIS 부소장은 VOA에 “지금의 상황이 바람직한지는 확신할 수 없다”며 “외교를 시도해야 하지만 외교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이룰 가능성은 거의 없고 군사공격은 극도로 위험하다”고 했다. 이어 “대북제재에 대한 국제적 협조를 이끌어내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북한 핵 프로그램을 봉쇄하고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기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상회담이 계속되고 김정은이 유엔 등의 초청을 받으면 중국과 러시아 심지어 한국을 대북 압박에 동참시키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VOA에 따르면 미 전문가들은 또한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상세한 비핵화 시간표와 핵시설에 대한 엄격한 검증을 약속받아야 하며 이 같은 실질적인 조치에 앞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체결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에 나서는 북한에 대한 보상으로 북한 김정은이 너무나 원하는 평화협정을 맺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국 대사를 지낸 알렉산더 버시바우 북대서양조약기구 전 사무차장도 VOA에 “북한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북한의 검증 약속을 받아내기 전까지 북한과 그 어떤 체제 안전 보장 또는 종전선언에 합의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VOA에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즉 CVID를 받아들이기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협정의 체결 또는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려면 먼저 인권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에 대해 재래식 무기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 제재는 금융 제재가 대부분으로 법적으로 북한의 실질적인 행동 없이 대통령에 의해 해제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VOA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핵무기 5개 정도를 포기함으로써 진정성을 증명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이 실제로 핵무기를 포기할지 여부를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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