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도 ‘북핵 기준법’ 발의

6.12 싱가포르 미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 감축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한미군 감축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명시한 미국 국방수권법안이 6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했다. 같은 날 미 하원은 상원 법안과 동일한 내용이 담긴 ‘북핵 기준 법안’을 별도로 발의했다.

미 상원 군사위는 이날 2019년 회계연도 새 국방수권법안(S.2987)을 공개했다. 지난 24일 군사위를 통과한 이 법안은 장기간 투병 중인 존 맥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의 이름을 따 ‘존 맥케인 국방수권법’으로 불린다. 국방수권법이란 미국의 국방, 안보 지출과 정책 방향을 세부적으로 규정하는 법안이다.

이번 법안에는 주한미군을 상당수 감축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CVID)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내용(1249조)이 담겼다. 또한 미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된 합의가 도출될 경우 검증에 관한 세부기준을 세우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상원 군사위는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역내 평화와 안보의 핵심이며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역내에 걸쳐 배치된 미군은 전 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이익이 되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규범에 근거한 국제질서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주한미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한국이 자국과 주한미군 방어를 위해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으며 주한미군이 이전할 새 기지인 캠프 험프리 프로젝트에 투입자금의 93%인 100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덧붙였다. 또 주한미군은 국제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배치된 반면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명백하고 거듭되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 러시아, 북한 등 독재국가들이 오랫동안 주한미군을 대폭 감축하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삼아온 사실도 제시했다.

하원도 이날 미북회담을 앞두고 상원 법안과 동일한 내용이 담긴 ‘북핵 기준 법안’을 별도로 발의했다.

미 하원의 ‘북핵 기준법’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폐기와 검증 기준 설정을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하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엥겔 의원은 “성공적인 대북 협상을 위해선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역량에 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하며 북한이 합의를 책임있게 이행하도록 하기 위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미북 합의 이행을 위해서는 김정은 정권이 실제로 무기들을 폐기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방부와 국무부, 정보당국을 대표해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현황에 대한 ‘기준 보고서’와 북한의 비핵화 관련 조치에 대한 ‘최신 보고서’ ‘검증 평가 보고서’를 법안 발효 60일 이내에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에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 탄도미사일의 위치, 보유량 작동 상태 등 세부 내용들이 담겨야 한다. 또 관련 연구소가 개발, 생산, 시설 현황도 기술돼야 한다.

앞서 지난달 15일 미 하원 군사위도 현재 2만 8500명인 주한미군을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2만 2000명 미만으로 축소할 수 없도록 규정한 2019년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는 미 국방장관이 주한미군을 2만 2000명 미만으로 축소할 때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역내 동맹국들의 안보를 약화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상·하원 군사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지난 4일 상원으로 넘겨졌으며 상원 법안과 조율을 거쳐 최종 수정안이 발표된 예정이다.

다만 상원 군사위가 이번 법안에서 밝힌 입장은 의회의 인식 조항에 포함돼 법적 구속력은 없다는 점에서 하원의 법안과 차이가 있다.

미국 상·하원 군사위가 이번에 발의한 주한미군 관련 법안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을 협상용 카드로 쓸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 3일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미국 정계 안팎에서 주한미군 감축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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