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청와대 회동서 “매년 500억씩 사회적 기업에 지원한다”고 밝혀
실제론 10년 동안 500억 지원…“‘코드 맞추기’ 열중하다 나온 실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독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최 회장의 ‘정부 코드 맞추기’ 흔적이 재조명되며 파장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KBS 9시 뉴스 화면 캡처
지난달 28일 KBS 9시 뉴스 화면 캡처

KBS는 지난달 28일 9시 뉴스에서 “최태원 SK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바로 이튿날 돌연 “최 회장이 만난 사람은 대통령이 아닌 임종석 비서실장”이라고 정정 보도했다. 

해당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는 ‘오보가 아니다’고 확인해줬지만, KBS는 끝내 보도를 정정했다. 일각에서 ‘청와대 압력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KBS공영노동조합(위원장 성창경)은 2일 성명을 통해 “청와대 압력으로 대통령 뉴스 조작했느냐”며 “오보가 아닌데도 기사를 바꾸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심각한 사태다. 결국 KBS가 청와대의 뜻대로 거짓 보도를 한 셈 아니냐”고 자사의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문 정권 코드 맞추기’에 열을 올려온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와 일치하는 ‘사회적 기업’ 관련 발언 등을 통해서다.

최 회장은 지난해 4월 ‘사회성과 인센티브 어워드’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기업이 돈을 버는 도구로만 평가받기보다는 얼마나 착한 일을 했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인으로서는 이례적인 발언이다.

지난해 7월, 청와대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
SK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7월 청와대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회적 기업에 매년 최소 500억 원씩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

이어 지난해 7월 청와대 회동에서는 “사회적 기업에 투자해온지 10년 가까이 됐다”며 “매년 최소 500억 원씩 투자하고 있다”고 말해 문 대통령의 감탄을 자아냈다. 청와대 회동 며칠 뒤에는 “SK의 170조 인프라를 사회와 공유하겠다”고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PenN 취재 결과, 최 회장이 ‘매년’ 500억 원씩 사회적 기업에 투자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SK는 지난 2008년, 각사에서 차출해 모은 500억원을 지금까지 소진해왔다. 이후 추가적인 지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매년 최소 500억원을 사회적 기업에 투자해왔다는 최 회장의 말과 달리 지난 10여년 동안 총 500억원을 지원한 셈이다. 최 회장이 문재인 정권의 코드 맞추기에 열중하다 ‘사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SK 그룹 내부에서조차 최 회장의 사회적 기업 지원 관련 '돌발' 발언에 난감한 표정이다. SK는 최 회장이 말한 ‘인프라 공유’에 대해 “하나의 컨셉이다”며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해 실천할지는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 발언 이후 반년여가 지나도록 '논의 중'인 셈이다. 최 회장이 내부적 논의를 거치지 않고 ‘사회적 기업’ 관련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2012년 SK그룹 계열사 출자금 465억 원을 횡령해 선물‧옵션에 투자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4년의 실형을 확정받고, 2년 7개월간 복역하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8·15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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