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연합뉴스 제공)

 

북한 인공기, 김일성-김정일을 상징하는 꽃, 세월호 리본, 촛볼시위 등 특정한 정치적 관점을 담은 그림들을 고객용 달력으로 제작·배포해 논란을 일으킨 우리은행이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에게는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PenN의 취재결과 밝혀졌다.

며칠째 우리은행 본점으로 쇄도하는 항의 방문 시민들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좌편향 달력에 대한 문제를 처음 제기한 김 의원에게만 비공식적인 사과를 한 것이다.

김종석 의원은 4일 “사건이 터지고 우리은행에 경위서와 문제의 달력을 전량 회수할 것을 요청했었다”며 “우리은행은 전량 회수는 현재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돼 좀 힘들지만 추가 제작과 배포는 하지 않겠다는 내용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경위서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김 의원에게 보낸 경위서를 통해 “제작한 탁상용 달력이 현재 모두 소진된 상태인데 추가 제작은 절대 하지 않겠다”며 “11월 중순부터 배포가 시작됐던 문제의 달력은 이미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돼 현실적으로 회수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우리은행은 “앞으로는 우리미술대회에서 수상한 작품이라도 정치색이 있는 작품이라면 달력 그림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 본점에 걸린 항의 플랜카드.(사진=윤희성 기자)

 

김 의원은 우리은행의 사과에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수십 개의 당선작 중에 문제의 그림을 선정한 우리은행의 결정은 문제가 있다”며 우리은행과 같은 공공기관의 홍보물에 잘못된 통일관이 투영된 그림을 게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좌편향 작품이 자신들이 주최하는 ‘우리미술대회’에서 상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북한 인공기, 김일성-김정은을 상징하는 꽃, 세월호 리본, 촛불시위 등 자칭 진보 진영이 이끌었던 정치적 이슈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들이 상을 받은 것은 심사위원들의 결정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김 의원에게 보낸 경위서에서 “문제의 작품 선정은 심사위원들이 했고 달력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실무자들이 세밀하게 챙기지 못한 것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김 의원에게 보낸 경위서에도 심사위원장을 맡은 신하순 서울대 미대 교수를 제외한 3인의 심사위원의 이름은 게재하지는 않았다. 주요대학교 교수라고만 밝혔다.

 

우리은행은 본점 1층 출입구는 물론 지하도와 연결된 출입구까지 막고 있다.(사진=윤희성 기자)

 

현재 우리은행 본점(서울 중구 회현동) 앞에서는 손태승 은행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에 꾸준히 집회를 열겠다고 선언한 시민단체가 12개다.

자유한국당 당원들 60여명이 지난 3일 우리은행 본점을 항의 방문한 것에 이어 4일에는 시민 200여명이 본점에 항의 차 방문했다.

쇄도하는 항의 방문에 출입구를 통제하며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 우리은행이 김 의원에게 은밀히 사과하며 사건을 무마하려고 시도했지만 우리은행에 대한 비판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SNS를 통해 확산되던 논란은 시위와 항의 방문으로 양상이 변하고 있고 페이스북에서 떠돌던 비판 글들이 본점 주변에 플랜카드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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