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로 과잉해석하는 것 경계해야"…대법관 5명은 "의혹 밝혀야"
서울고법판사들도 사태 확산 우려…56명 중 32명 "檢 조사는 안돼"

대법관 12명 중 7명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김명수 현 대법원장의 행보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 경력 20년 이상이 서울고등법원 판사 56명 중에서도 절반을 넘는 32명이 이와 관련한 검찰 수사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대법관 14명 중 이번 사태의 당사자 격인 김 대법원장과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 중 7명이 검찰 수사 등을 언급하는 김 대법원장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조사보고서에 적힌 몇몇 문구를 재판 거래로 과잉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대(對)국민 담화를 통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 거래’ 의혹을 기정사실화 한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담화문에서 "법원행정처를 비롯한 사법행정 담당자가 사법행정권이라는 이름 아래 재판의 진행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봉쇄하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및 각계의 의견을 종합하여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며 사실상 형사 조치를 예고해 ‘사법부 판 적폐청산’이라는 우려를 샀다.

이런 김 대법원장의 행보에 불만을 가진 일부 대법관은 김 대법원장에게 직접 불만을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법관직 사퇴를 거론할 정도로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반면 불만을 표시한 7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대법관은 ‘의혹을 밝혀야 한다’며 김 대법원장 의견에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된 조재연(사법연수원 12기)·박정화(20기)·민유숙(18기) 대법관이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게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법관 경력이 오래된 중견판사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가 크다. 4일 오후 열린 서울 고등법원 판사회의에서 이런 기류가 드러났다. 전체 고법 판사 130명 중 56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검찰 조사에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이 32명으로 찬성 의견(24명)보다 많았다.

반면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한 각급 단독 판사회의에서는 성역 없는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단독 판사들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데 이어 서울가정법원과 남부지법·인천지법·대구지법의 단독 또는 배석 판사들도 회의를 열고 같은 입장을 내놨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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