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수 前청장,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법원 "상황센터서 살수 구체적 인식 어려워"

2015년 좌파세력이 주도한 이른바 '민중총궐기' 불법 시위 당시 살수차(撒水車) 운용 감독을 소홀히 해 백남기씨의 사망을 야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60·사진)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살수차를 직접 운용한 현장요원들은 유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5일 구 전 청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공판에서 "과열된 시위를 대응, 총괄하는 피고인으로서는 구체적으로 지휘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구 전 청장과 함께 기소된 신윤균 전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살수요원 한모 경장, 최모 경장에게는 각각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상황센터 내 피고인 자리와 화면까지 거리, 화면 크기, 무전 내용 등을 고려하면 종로입구 사거리에서 일어난 살수의 구체적 태양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총괄책임자으로서 시위 이전 경비대책회의에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등을 강조하고 살수차를 최후 수단으로 사용할 것으로 원칙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또 현장지휘관들에게 안전 관련 주의사항을 촉구했다"며 "이런 사실들에 비춰보면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에게 피해자 사망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구 전 청장은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극렬한 시위로 인해 경찰은 물론 일반 시민도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당하게 공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실무담당 경찰이었던 신 전 단장에 대해서는 "현장 지휘관으로서 과잉 살수 우려가 있을때 중단하게 하는 등 주의 의무나 지시 의무가 있다"며 "적절한 지휘 감독을 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방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백씨 측 변호인단은 향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짧게 말한 뒤 곧바로 법원을 떠났다. 고 백남기 씨의 장녀 백도라지 씨는 이날 재판 뒤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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