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민주주의수호재단(FDD)에서 개최한 미북회담에 대한 토론회에서 미 전문가들은 북한정권이 비핵화에 관해 전략적 결단을 명확히 할 때까지 최대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대압박’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우려를 표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정 박 한국석좌는 김정은이 겉으로는 선대와 다른 ‘보통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핵무기를 핵심으로 정권을 유지하려는 속내는 선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미 정보당국 고위직 출신인 박 석좌는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 같지 않다”며 최대 압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석좌는 “만약 김정은이 전략을 바꿀 의사가 있다면 우리는 이러한 신호들을 보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미북회담을 일주일가량 앞둔 상황에서도 신뢰할만한 신호는 감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석좌는 또 “북한정권이 실질적으로 전략적 결단을 했다면 학교나 교과서, 동상 등에 적힌 핵무기에 관한 이념과 사상 체계가 변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징후가 없다”며 “또한 북한이 진정으로 국제사회와 정상적인 국가관계를 갖길 원한다면 회담 전 이미 인권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지만 아직 그런 신호도 없다”고 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토론회에서 “김정은은 정권을 잡은 첫 6년간 핵실험과 핵무기 완성이라는 각본 첫 장(page)을 따랐고 지금은 몇 달 전까지 한 번도 북한을 떠나본 적 없었던 김정은이 둘째 장(page)대로 미북회담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앤서니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토론회에서 북한정권에 대한 최대 압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 출신의 제재 전문가인 그는 최근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가졌던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들에서 벌써부터 북한과의 경제적인 활동이 늘어나는 조짐이 보인다는 소식을 언급하면서 “북한정권이 비핵화에 관한 전략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분명한 신호가 없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끈 최대 압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핵화와 북한정권이 과거에 견뎠던 것을 훨씬 능가하는 재정적 고통 사이에 김정은이 불편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최대압박을 2단계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이런 불투명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압박’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 “슬펐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에서 김영철을 만난 것 자체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당사국 지도자인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천안함을 폭침해 해군 46명을 살해한 책임이 있고 미 소니 영화사 사이버 공격 배후 인물인 김영철 같은 북한관리들을 만나 악수하고 여행에 관해 특별면제까지 해주는데 왜 다른 나라들이 제재에 동참하겠느냐”며 “북한관리들과의 회동 자체가 의미는 있겠지만 과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미국 여기자들의 석방을 위해 평양에 갔을 때 수행원들에게 웃지 말라고 미리 주의를 줬듯이 신중한 외교 행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12일 미북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나올지 아직 불투명하지만 백악관이 김정은이 비핵화를 전략적으로 결단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6가지 추가제재를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중국은행들을 제재하고 북한과 관련된 모든 선박을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검색하며 한국, 일본과의 연례군사훈련을 확대하는 등 방어공약을 강력히 이행해야 한다”며 “또 김정은 정권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고 해외파견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북한이 외교적 특권과 해외 자산을 통해 제재 위반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이날 이런 권고안을 주요 내용으로 한 ‘최대 압박 2.0: 대북제재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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