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블라디보스토크 사용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의외의 승자는 중국이다
러시아가 중국의 속국 되고있다는 말까지 나와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

연상모 객원칼럼니스트

중국은 이번 6월 1일부터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중국 내 무역화물의 경유 항구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이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중국 국내 항구처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 것이다. 그간 중국은 블라디보스토크가 위치한 연해주에 의해 육로로 막혀 있어서 동해에 접근할 수가 없었다. 중국 동북 도시들은 지금까지 서쪽 육로로 물류를 약 1,000㎞가량 운송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번 조치로 인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의 블라디보스토크 사용권 획득이 기술적, 비용적 의미를 훨씬 넘어 역사적·지정학적으로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간 중국이 러시아에 의해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극동의 영토를 회복하는 교두보를 이번에 마련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주장에 의하면, 1842년 아편전쟁 이후 러시아는 중국의 영토를 가장 많이 빼앗아 간 서방 열강이다. 60여 년 동안 대략 150만 제곱킬로미터(㎢)의 중국 영토를 합법적으로 러시아의 영토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러시아는 중국이 영국 및 프랑스와 벌인 제2차 아편전쟁으로 인해 어려움에 빠졌을 때 이를 중재해주겠다고 나서서 1860년 북경조약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한 56만 제곱킬로미터(㎢)의 연해주(한반도의 약 3배)를 획득했다.

양국은 현재의 국경선을 1990년대에 최종적으로 법률적 형식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중국은 아편전쟁 이후 러시아에게 뺏긴 영토를 회복하는 것을 내심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치는 바로 지금의 중국에게는 그러하다. 하지만 영토 회복이 단시일 내에 이루어지는 것이 어려운 만큼, 우선 중국은 동해로 진출할 수 있도록 블라디보스토크 사용권을 획득한 이후 종국적으로 연해주를 되찾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국의 영토적 의도를 모를 리가 없는 러시아의 푸틴은 왜 이러한 양보를 했을까? 현재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러시아는 중국으로부터 정치적·군사적·경제적 지원을 받는 것이 절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의외의 승자는 중국이다. 첫째,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구의 경제적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중국에 에너지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등 경제적으로 중국에 예속되어 가고 있다. 둘째, 러시아의 재래식 군사력이 의외로 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앞으로 중국은 러시아에 무력을 사용하여 극동의 영토를 회복할 수 있다는 유혹을 가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이웃한 강대국으로서 지정학적 의심을 갖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첫째, 양국은 덩치가 크고 자존심이 강해서 ‘누구도 누구의 동생(junior partner)’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양국은 쉽사리 손잡을 운명이 아니다. 1949년 공산당 정권을 수립한 마오쩌둥은 쇠락한 중국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대소련 일변도 정책을 취했지만, 양국관계는 국경분쟁과 노선투쟁 등 소련과의 불화로 곧 파탄에 이르렀다. 중국의 국제정치학자인 스인훙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본래 한 침대에서 다른 꿈을 꾼다. 지금은 미국의 압박 때문에 함께 있기를 바라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진정으로 서로 믿기는 어렵다.”

둘째, 이웃국가로서 방대한 영토의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양국은 서로를 경계하고 있다. 지금도 중국은 마음 속에서 러시아에 뺏긴 영토를 가져오려 하고 있다. 러시아는 극동에서 중국이 너무 가깝고 너무 커서 중국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 지역에 러시아의 인구는 700만 명이고 중국 동북 3성의 인구는 1.1억 명이다.

셋째, 미국은 미·중·러 3각 관계에서 러시아가 너무 허약해지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소 냉전 시절 중국이 1960년대 중소분쟁으로 너무 허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은 중국과 같은 편이 되어 소련에 대항한 바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가 중국의 속국이 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중국에 예속되는 현상이 앞으로 지속될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예속되는 현상이 나타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가 대중국 의존성 심화를 우려하여,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높일 것이고 이를 행동으로 옮길 것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중 신냉전으로 인해 미국 대 중러의 대결구도가 보다 선명해지고 있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러시아는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하는 중국의 영토 팽창 욕구를 잘 알고 있으며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에 빨려들어가는 걸 막는 것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게 될 수밖에 없다.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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