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지역 침수, 4만명 이상 위험 노출
NBC "美 정보당국, 배후로 러시아 지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카호우카 댐 파괴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열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 파괴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그는 댐 폭발이 영토 수복 추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군 지휘부 회의를 마친 뒤 텔레그램을 통해 "주요 결론은 이번 폭발이 고의적이라는 것"이라며 "댐이 터졌지만, 우리가 영토를 수복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의도와는 관계 없이 영토 수복을 위한 공세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인 남부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에 있는 카호우카 댐 파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 여러 곳에서 반격에 나선 가운데 발생했다. 러시아가 댐 파괴로 이에 맞불을 놓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댐 파괴의 주범으로 서로를 지목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테러 행위로, 전 세계가 카호우카 댐 공격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반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측의 고의적인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 NBC 뉴스는 미 정보당국이 카호우카 댐 폭발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측 관리 일부는 '댐이 우크라이나가 쏜 미사일에 의해 파괴됐다'고 주장하고 다른 일부는 '이전의 손상으로 인해 댐이 저절로 무너졌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카호우카 댐 파괴로 급류가 하류로 쏟아져 헤르손 지역 14개 마을에 사는 주민 2만2000명이 홍수 위험에 처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빅토리야 리트비노바 검찰부총장은 대피해야 하는 주민이 드니프로강 서쪽의 우크라이나 통제 지역 1만7천명과 러시아 통제 지역 2만5000명 등 모두 4만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호르 클리멘코 내무부 장관은 러시아가 침수 피해 주민들이 탈출하고 있는 헤르손 남부 지역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홍수로 인한 수위 상승으로 주민들이 지뢰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제네바협약은 고의적인 댐 폭파를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댐 파괴로 민간인 피해까지 나온다면 파괴를 주도한 세력은 전범이 될 수 있다. 

카호우카 댐은 우크라이나 남부에 식수와 농업용수 등을 공급한다.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전은 이 댐으로부터의 물을 냉각수로 쓰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댐 상류의 수위가 내려가면서 원자로를 식힐 냉각수가 부족해질 위험은 여전히 남았지만 "즉각적인 위험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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