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현행 사법제도의 모순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피해자 A씨의 신상정보는 가해자인 B씨(30)에게 공개됐지만, B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또 다른 피해를 막아달라는 피해자 A씨의 청원은 거절됐다.

지난달 31일 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가 진행한 피고인 A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35년, 위치추적장치 부착, 보호관찰명령 20년을 각각 구형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가 진행한 피고인 A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35년, 위치추적장치 부착, 보호관찰명령 20년을 각각 구형했다. [사진=연합뉴스]

B씨는 피해자 A씨의 이사 간 주소 및 주민등록번호 등 신상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출소 후 ‘보복범죄’를 예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의 항소심 선고 재판은 12일로 예정돼 있다. 항소심 재판부 판단에 가해자의 보복 발언 및 피해자 신상정보 파악 등이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여론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선고 재판, 가해자 B씨의 ‘보복범죄 협박’ 반영할까?...검찰은 35년 구형

B씨는 지난해 5월 22일 귀가하던 A씨를 쫓아가 부산진구 서면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A씨의 머리를 발로 돌려차고 폭행한 혐의(살인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지난해 10월 열린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검찰과 B씨 측 모두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부산고검은 지난달 31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B씨에 대해 강간살인 미수 혐의를 적용해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위치추적장치 부착 및 보호관찰명령을 내려줄 것도 요청했다. 검찰은 당초 B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으나 B씨가 A씨를 강간하려했던 정황도 추후에 발견해 강간살인미수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죽을 뻔했던 피해자 A씨 신상정보는 가해자에게 공개돼..., “가해자가 감옥에서 내 주소 달달외면서 탈옥해서 때려죽인다고 하더라”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돌려차기로 무차별 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A씨가 구치소에서 피해자의 신상을 외우고 있다는 증언이 전해졌다. A씨가 달달 외우는 바람에 구치소 동기조차 그걸 듣고 피해자의 집 주소를 기억할 정도라고 한다.

죽을 뻔했다가 살아난 피해자 A씨는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가해자 B씨가 구치소에서 피해자의 신상을 달달 외우면서 보복범죄를 예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가해자가 구치소 동료에게 ‘출소하면 피해자 찾아가서 보복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진짜 숨이 막혔다”고 두려움을 호소하면서 “제가 확인차 구치소 동기분한테 연락해 얘기를 들었다. 구치소 동기가 ‘제가 이런 아파트 이름을 들었는데 거기 사시냐’고 묻더라”고 말했다. 또 “가해자가 구치소 안에서 제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계속 달달 외우고 있다고 했다. 탈옥해서 때려죽인다고 하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섬뜩했다”고 전했다.

가해자 B가 '출소하면 피해자 찾아가서 보복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을 피해자 A씨는 가해자의 구치소 동료로부터 들었다. [사진=CBS 라디오 캡처]
가해자 B가 '출소하면 피해자 찾아가서 보복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을 피해자 A씨는 가해자의 구치소 동료로부터 들었다. [사진=CBS 라디오 캡처]

A씨는 “진짜 나중에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어떻게 올지 모르겠다. 민사소송을 하고 있기에 가해자가 거기서 정보를 취득한 것 같다”면서 “그냥 저 좀 살려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 사건 자체가 그냥 살인 미수가 아니라 어쩌다가 살인이 미수에 그친 거다. 입주민이 우연히 발견한 것 때문에 제가 기적적으로 살 수 있었던 것이다”면서 “제 상세 주소를 알만큼 보복을 하겠다, 탈옥을 하겠다, 나가서 때려죽이겠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와중인데 이 사람을 풀어준다면 저는 예견된 현실을 받아들여야 되나 너무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개인 유튜버가 위험 무릅쓰고 가해자 신상정보 공개하는 사태까지 벌어져

문제는 사법당국이 가해자 B씨의 신상정보 공개를 거부함으로써 개인 유튜버가 위험을 무릅쓰고 B씨의 신상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강간살인미수라는 흉악범의 신상정보는 보호되고 있지만, 정작 피해자의 신상정보는 민사소송을 통해 가해자에게 손쉽게 넘어갈 수 있다는 게 현행 사법제도의 허점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는 지난 2일 올린 9분가량의 영상에서 가해자 B씨의 모자이크 없는 사진, 실명, 생년월일, 출생지, 키, 혈액형, 체형 특징 등을 공개했다. 2006년부터 최근까지의 전과 기록도 상세하게 나열했다. B씨의 2007년 성범죄 이력도 포함됐다. 이후 네티즌들이 가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소셜미디어 계정까지 찾아내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의 신상정보가 유튜버에 의해 공개됐다. [사진=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영상 캡처]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의 신상정보가 유튜버에 의해 공개됐다. [사진=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영상 캡처]

B씨의 계정으로 추정되는 인스타그램에는 2020년 3월 3일 “존경하는 아버지와 몇 달 전 자리를 하면서 ‘아들아, 소주처럼 쓴 인생을 살지 말고 양주처럼 달콤한 인생을 살아’라는 말을 해주셨다. 나는 달콤함에 젖어 살려하였건만 어떤 XX같은 것들이 나에게 달콤함은커녕 XX같은 맛을 선사하네. 다 제쳐두고 XX 같은 XX들에게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잔인하고 무섭다는 걸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각인시켜주고 싶어졌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찾고 또 찾아서 한명한명 정성스럽게 케어해드릴게. 기다려줘”라고 적은 글이 공개되기도 했다.

피해자 A씨, “경찰서와 검찰청에 가해자 신상 공개 청원 했지만 거절 당해”...가해자 신상 공개돼야 다른 사람이 안 당해“

논란이 커지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는 4일 추가로 동영상을 올려 법적인 문제와 보복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이 영상에는 피해자 A씨의 인터뷰도 담겼다. A씨는 “경찰서와 지방 검찰청에 가해자 신상 공개를 위한 청원을 넣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가해자의) 신상 공개를 해야 한다는 피해자의 심리는 ‘다른 사람들이 안 당했으면 좋겠다’하는 심리가 가장 크다”고 밝혔다.

그는 “특수강력범죄 같은 경우는 가해자의 신상정보 등을 일부 열람하게 해주지만, 사실 그건 저(피해자)한테 의미가 없다. 가해자의 신상을 모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대중이 확인해야 안전해지는 거라서 계속 (신상 공개를 위한) 합법적인 절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계속 거절을 당하니까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해자 B의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A씨를 포함한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이 좀 더 안전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검찰이 가해자의 인권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사법당국이 가해자 신상 공개 거부하자 개인 유튜버가 신상 공개 단행...A씨, “피해자 살아 있을 때 신상 공개해라”

카라큘라 측도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할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고, 저 역시 가해자에게 평생 보복범죄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지만 피해자가 가해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적극적으로 원하고 보복범죄 두려움에 떨고 있어 고통 분담 차원에서 가해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사법당국이 뒷짐을 지고 있는 가운데 개인 유튜버가 피해자의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A씨는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유튜버의 가해자의 신상 공개에 대해서도 “해당 유튜버에게 신상 공개를 부탁한 적은 없다. 지금도 합법적인 절차를 통한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신상 공개는 대부분 피해자가 죽어야 실행되고 있지만 신상 공개가 정말로 필요한 건 저처럼 피해자가 살아있는 경우”라고 뼈있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12일 재판에서 강간살인미수 혐의에 대한 형량 선고돼

이와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가 B씨에 대한 공소장을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미수로 변경해달라는 검찰 요구룰 수용한 것이 항소심 형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주목된다.

지난해 사건 당시 CCTV에 찍힌 장면. 가해자 B씨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피해자를 발견하자 보폭을 줄이며 몰래 뒤로 다가간 뒤 갑자기 피해자 머리를 뒤에서 발로 돌려차는 등 폭행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지난해 사건 당시 CCTV에 찍힌 장면. 가해자 B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피해자를 발견하자 보폭을 줄이며 몰래 뒤로 다가간 뒤 갑자기 피해자 머리를 뒤에서 발로 돌려차는 등 폭행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부산고검은 지난달 31일 부산고법 형사2-1부(재판장 최환) 심리로 열린 A (30)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그동안 재판에서 나온 증인들의 증언, DNA 재감정 결과 등을 종합할 때 A씨의 범행 목적이 성폭행임을 알 수 있다”며 “기존 살인미수 외에 성폭행 혐의를 추가, 징역 3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 A씨는 6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공소장이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미수로 바뀌었을 때 마치 수시로 대학에 합격했을 때처럼 방방 뛰었다. 오죽하면 숨겨야 할 성폭행 피해 사실이 드러났음을 기뻐했겠는가. 지난 1년여 동안 성폭행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그 점이 너무 서러웠다”고 고백했다. A씨는 사건 당시 B씨의 돌려차기에 맞아 완전히 의식을 상실한 상태였고, 주민들이 발견해 병원으로 실려갔다. A씨는 “(CCTV에 잡히지 않는) 공백이 7~8분 정도가 있다는 걸 들었다”며 “그때 언니가 ‘너 생각이 나냐’고 물어 그때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완전한 확신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12일 재판에서는 B씨의 강간살인미수 혐의에 대한 형량이 선고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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