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찬 금천구의원

 

청년들 사이에서 처연하게 도는 줄임말을 풀어 쓴 문장이다.‘이생망’이라는 단어는 이 시대의 청년 단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희망을 품어야 할 시기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덮쳐 희망의 계층 사다리가 무너졌다. 대학생은 MT를 모르고 선후배와 유대관계도 느끼지 못했다. 고등학생은 학창시절이라는 단어를 잃었다.

사회로 나온 이들에게 현실의 벽은 높고 냉정하다. 우리는 노동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고 가정을 꾸리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

이들이 선택한 것은 삶을 담보로 내건 한판의 도박이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는‘영끌 투자’와 빚을 내서 투자한다는 의미를 담은‘빚투’는 우리나라 청년의 서글픈 자화상을 보여준다.

삶을 담보로 한 투자는 위태롭기 그지없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다수는 실패로 끝난다. 원금 생각에 악착같이 달려들지만 부채의 늪은 깊어만 간다. 미래는 이렇게 저당잡힌다.

나 역시 정치인 이전에 청년이라는 큰 카테고리에 포함돼 있다. 이들이 느끼는 것과 분노하는 것이 어떤 역린을 자극했는지 알고 있다.

10~20년 전 청년세대를 겪은 선배들에게 물었다. 이들은 청년 시기 대출은 무서운 단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뉴스를 보면 대출의 늪, 신용불량 등 빚을 지는 행동에 대해 사회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시기였다.

대출문화 변화의 시작은 2016년 케이뱅크를 필두로 시작된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이다. ‘간편대출’이라는 키워드는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가치가 무너진 노동수익과 코로나 시대, 쉬운 대출, 불안한 경제, 새로운 화폐의 등장으로‘한방’에 대한 욕망이 높아졌다. 수십억을 벌었다는 소식과 누군가 돈을 벌어 퇴사했다는 얘기는 청년들의 처절한 삶을 자극했다.

과거에 높았던 은행 예·적금의 이자율은 이제 수익이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까지 내려갔다. 더 이상 돈을 차곡차곡 모아 성공한다는 감동스토리가 없다. 그렇기에 이들은 투기장으로 향한다.

영끌 투자와 빚투의 문화 정착과 해외주식시장의 개방, 코인거래소 레버리지 거래 등으로 투자처는 늘었다.‘10만전자’ 돌풍으로 시작했던 2021년도의 불장은 가계대출을 사상 최대액으로 끌어올렸다. 

금융권은 상승장을 맞아 대출상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주가상승 시기에 배당까지 챙길 수 있는 배당주와 ETF에 자금이 몰렸다. 한국인의 테슬라 주식 매수량은 한때 5대 주주 규모까지 올랐고, 대박을 터뜨렸다는 유튜브와 인터넷방송은 실시간으로 투자를 부추겼다. 하지만 파도가 아무리 높아도 부서지듯 하락장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청년 투자의 블루오션이라 불렸던 코인시장에서 규제가 시작됐다. 신호탄이었던‘박상기의 난’에 대한 반발이 컸던 것도 코인투자자 대부분이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신흥 투자처를 잃은 청년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투자에 성공한 사람에게는 훌륭한 투자처를, 실패한 사람에게는 회복의 기회를 빼앗는 형국이 됐다.

자산상황과 신용관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시작은 영끌 투자와 빚투를 내건 청년들의 심각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돌파구가 없기에 변수를 만들기 위해 미래를 담보로 위험한 도박판에 뛰어든 청년들은 연이어 실패의 길로 접어든다. 이들은 삶에서 생존에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 하나둘씩 내려놓고 결국 N포로 접어든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이젠 꺼낼 수도 없는 말이 됐다. 나 역시 청년이기에 우리의 삶을 함께하며 걱정한다. 같은 고민을 하면서 밤을 지새웠으며 팍팍한 삶은 언제쯤 나아질지 경험한 적이 없으니 감도 잡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현실에 당당해야한다. 우리 함께 한 가지 다짐을 하면 좋겠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피 끓는 청춘을 무모하게 시드머니로 만들지 말자. 내 미래를 위험한 도박판에 헐값으로 걸지 말자. 우리의 인생은 길고, 아직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친 청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은 참 시의적절했다. 이제 우리의 최고의 순간이 매일 이어지도록 다시 한번 힘을 내길 소망한다.

고영찬 금천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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