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를 놓고 다시 충돌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미국이 제안한 양국 국방장관 간의 회담이 중국 측의 거부로 무산되자 샹그릴라 대화에서 갈등이 표면화될 것이란 예상이 현실화된 것이다.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리상푸 국무위원 겸 중국 국방부장은 장외에서 공방을 벌였다.

오스틴 장관은 3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리더십'이란 제목의 연설에서 "대만 해협에서의 충돌은 '치명적(devastating)'"이라 표현하는 한편 "글로벌 경제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영향을 줄 것"이라 우려했다.

이어 "대만 해협의 안정과 평화 유지에 전 세계의 이해가 걸려 있다"면서 "상업용 해운 항로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전이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에서는 모든 국가가 자유롭게 항행, 작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크든 작든 모든 국가는 합법적인 해상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신의 앞마당으로 삼아 대만 통일을 이루려는 것을 비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주변 국가들과 갈등이 심화되고, 역내 긴장 수위도 고조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오스틴 장관은 "중국이 양국 군 사이의 위기 관리를 위한 더 나은 방법을 찾기를 꺼리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스럽다"면서 국방장관 회담 무산의 책임을 중국 쪽에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중국은 오스틴 장관의 발언을 반박하는 한편 자국의 입장을 적극 밝히고 있다.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징젠펑 부참모장은 오스틴 장관의 발언에 대해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것"이라면서 "어떠한 타협이나 양보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에는 하나의 중국만 있으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신성하고도 나눌 수 없는 일부"라면서 "조국통일의 대업을 완성하는 것은 대만동포를 포함한 전체 중국 인민의 공통된 염원이자 신성한 책무"라 강조했다.

또 "중국 인민해방군은 상시적으로 전쟁에 대비하고 있고 언제든 싸울 수 있다"면서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 밝혔다.

중국은 4일 오전으로 예정된 리상푸 국방부장의 샹그릴라 대화 연설을 통해서도 오스틴 장관을 적극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싱가포르 의장대를 사열 중인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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