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앱을 통해 기존에 받은 신용대출을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한 번에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31일부터 가동된다. 금융소비자가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대출비교 플랫폼 앱이나 금융회사 앱을 통해 대출을 갈아탈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개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개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31일 개시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시중은행부터 토스와 카카오페이까지 53개 금융회사 참여

온라인에서 클릭만으로도 금리가 저렴한 상품을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금리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개시 브리핑에서 "금융위는 그동안 금융감독원, 금융결제원, 주요 금융회사, 핀테크사와 함께 국민이 간편하게 더 낮은 금리로 이동할 수 있는 대환대출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개시되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에서는 53개 금융회사의 대출 상품과 조건을 비교할 수 있다. 은행 19곳, 저축은행 18곳, 카드 7곳, 캐피탈 9곳 등이다.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23개 대출비교 플랫폼 업체도 참여한다.

대환대출 플랫폼을 이용하는 법과 장점, 특징 등을 안내한다.

① 대환대출 플랫폼을 이용하려면?

대환대출 플랫폼은 차주가 온라인을 통해 본인 명의의 대출 현황을 파악한 뒤 제반 금융사의 금리 조건 등을 한눈에 비교하고 유리한 쪽으로 단번에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대출이동 시스템을 말한다.

대출 갈아타기가 가능한 앱은 크게 ‘대출비교 플랫폼 앱(네이버페이, 뱅크샐러드, 카카오페이, 토스, 핀다 등)’과 주요 ‘금융회사 앱(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등 2가지가 있다.

대출비교 플랫폼 앱에서는 기존에 받은 대출 금리 및 갈아탈 수 있는 여러 금융회사의 대출 상품을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다. 대출비교 플랫폼 앱과 주요 금융회사 앱별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를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 대출비교 플랫폼 앱과 주요 금융회사 앱에서 다른 금융사의 상품과 금리 등을 비교·확인할 수는 있지만 '갈아타기'는 대출비교 플랫폼 앱에서만 가능하다. 특정 금융회사 앱에서는 해당 금융회사의 다른 대출 상품으로만 갈아탈 수 있다.

[그래픽]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 이용 절차.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 이용 절차. [그래픽=연합뉴스]

② 대출 갈아타기가 가능한 상품은?

대환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상품은 53개 금융회사에서 받은 10억 이하의 기존 대출 중 직장인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보증이나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이다. 기존 대출에서 갈아탈 수 있는 새로운 대출 역시 동일하다. 다만 기존 대출을 새희망홀씨 등 서민·중저신용자 대상 정책대출로 갈아타는 것은 보증 여부와 관계없이 가능하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의 경우 대출비교 플랫폼에서는 오는 7월 1일부터, 각 카드사 별 앱에서는 31일부터 가능하다. 연체대출 또는 법률분쟁, 압류와 거래정지 상태의 대출 등은 갈아탈 수 없다

서비스 이용 시간은 은행 영업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영업일 기준)까지다. 서비스 가능 횟수는 제한이 없다. 다만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대출의 경우 대출계약을 실행한 지 6개월이 경과한 이후에만(오프라인은 미해당) 이용 가능하다.

③ 주택담보대출은 언제부터?

금융당국은 은행권 등과 협의를 통해 대출금 규모가 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대상으로 하는 대환대출 인프라도 연내 구축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대환대출 플랫폼에 주담대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신용대출에 한정해 ‘반쪽짜리’ 대환대출 플랫폼이 될 경우, 은행권 내부의 가계대출 금리 경쟁을 촉진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 1053조4000억 원 중 주담대 규모는 약 76%(798조8000억 원)에 달해, 국민 대다수가 이용 중이다. 따라서 주담대가 대환대출 플랫폼에 포함되면 대출자들이 이용할 동기가 더 커져, 진정한 의미의 ‘머니 무브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이번 대환대출 플랫폼을 신용대출로 한정한 이유는, 대법원이 관할하는 등기 설정·이전 절차까지 온라인으로 구현하는 데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대출금 상환 외에도 등기 이전이 필요해 금융회사 간 모든 절차를 온라인으로 구현하는 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주담대를 비교하고 대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재도 주택담보대출의 비대면 상환이나 실행은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향후 등기 이전 과정에서의 리스크를 해소할 방안을 논의해 최종적으로는 신용대출처럼 플랫폼에서 비대면 상환·실행까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 상태에서는 금융사 차원에서 누가 그 집에 살고 있는지나 소유권 관련 분쟁은 없는지 등 기존 설정을 확인하고 말소, 새롭게 설정하는 과정에서 5~8일 정도가 걸렸다"며 "협의를 통해 빠르면 1~2일 정도로 기간을 축약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④ 소비자가 누릴 편익은?

대출 비교 플랫폼 앱이나 금융회사 앱에서 대출 조건을 반복 조회해도 신용점수에 영향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꼼꼼하게 따져본 뒤 유리한 조건의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금융위는 앱 설치부터 새 대출 계약을 완료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15분 남짓이라고 설명한다. 옮겨가고 싶은 특정 금융회사가 있는 경우 해당 금융회사 앱에 바로 접속한 뒤 갈아타기를 진행하면 된다. 해당 금융회사가 제시하는 대출 조건이 기존 상품에 비해 유리한지 확인한 뒤 대출 계약을 실행하면 된다. 기존 대출금은 금융결제원 망을 통해 자동 상환된다.

금융위는 "과거 소비자가 대출을 갈아타려면 금융회사 영업점 두 곳을 방문하며 최소 2영업일을 기다려야 했다"며 "인프라 가동으로 편의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성보다도 금융사별 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금리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개시 초반에는 작년에 고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금리로 이동하고 2금융권 고신용자가 1금융권 중금리 상품으로 이동하는 경우 등을 중심으로 이자경감 혜택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핀테크사, 금융회사가 운영하는 플랫폼 모두 6월 이후 서비스를 추가 개시함에 따라 플랫폼 간 경쟁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자사 대출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분주하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대환대출 인프라 전용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기존 타행 대출을 자사 대출로 갈아타는 고객에게 6월 말까지 중도상환 해약금과 인지세 등 대출 거래 비용을 최대 10만 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핀테크 회사들도 금리인하나 대출비교 기능 강화 등으로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 대출 갈아타기' 개시를 예고하며 '전 국민 이자 지원 이벤트' 사전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네이버페이에서 대출을 갈아타는 모든 이용자에게 '이자 지원 포인트 티켓'을 제공한다. 뱅크샐러드는 대환대출 서비스의 모든 대출 상품에 대해 0.1%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를 지원하기로 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 대출 갈아타기' 개시를 예고하며 '전 국민 이자 지원 이벤트' 사전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 대출 갈아타기' 개시를 예고하며 '전 국민 이자 지원 이벤트' 사전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사진=네이버페이 화면 캡처]

카카오페이는 대환대출 플랫폼 중 유일하게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을 모두 입점시켰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10일 사전신청을 받기 시작한 토스에는 2주만에 30만 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핀다도 사전신청에 하루 평균 4000여 명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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