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가 ‘8만전자’를 돌파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1분기에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전망은 암울했다. 하반기에 가서나 실적 회복 조짐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30일 전날보다 2000원(2.84%) 오른 7만 2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5일 이후 3거래일 연속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파죽지세로 7만전자를 탈환한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세를 지속할지에 대한 분석은 엇갈린다.

국내 반도체주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발(發) 훈풍에 상승세를 지속하며 30일 증시에서 52주 신고가를 재차 갈아치웠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반도체주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발(發) 훈풍에 상승세를 지속하며 30일 증시에서 52주 신고가를 재차 갈아치웠다. [그래픽=연합뉴스]

외국인의 메모리 반도체주 매수행렬, 업황 개선 기대감 반영

외국인인 반도체 업황 개선을 기대하면서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변수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를 밀어올린 것은 이날도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30일 하루에만 삼성전자를 4472억 원어치 사들여 올해 순매수 규모를 10조 2619억 원까지 늘렸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1624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10거래일간 1조 382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이 메모리 반도체의 재고소진 및 업황개선에 베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산효과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이 8,9월쯤에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주가의 업황 선행성, 역사적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배수를 밑도는 저가 매력 등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주가 조정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에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용랑 더블데이터레이트(DDR)5의 출하 비중이 1% 수준에 불과한 데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제품에 적격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량 탓에 단기적으로 주가 되돌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의 파죽지세, 엔비디아 ‘곁불 쬐기’ 효과가 더 커?

삼성전자가 파죽지세로 주가를 회복한 것은 ‘엔비디아(NVDA) 효과’ 때문이라는 관점도 만만치 않다. 현재의 주가 상승 국면이 메모리 반도 업황 개선에 대한 시장의 확신보다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원재료인 GPU(그래픽 처리 장치) 수요 폭발에 따라 GPU를 생산하는 엔비디아 주가가 폭등한 데 따른 ‘곁불 쬐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 회복은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가 폭등하는 것과 맞물려 동반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삼성전자는 7만전자를 회복한 수준이지만 엔비디아는 하루만에 수십%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엔비디아 주가 상승 곡선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생산하는 엔비디아(NVDA)가 새로운 AI 슈퍼컴퓨터를 선보였다.

이 새로운 AI 슈퍼컴퓨터가 ‘DGX GH200 슈퍼컴퓨터’이다. 단일 GPU(그래픽 처리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는 256개의 GH200 슈퍼칩을 결합시켰다. 그 결과 기존GPU보다 메모리가 약 100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AI 슈퍼컴퓨터 라인업에는 ‘엔비디아 DGX GH200′이라는 고성능 슈퍼컴퓨터와 비디오 게임 개발에 생성 AI를 적용한 ‘Nvidia ACE’라는 플랫폼이 포함된다.

젠슨 황 앤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DGX GH200 슈퍼컴퓨터에 대해 “생성형 AI, 대규모 언어 모델 및 추천 시스템은 현대 경제의 디지털 엔진”이라고 자평했다. 엔비디아가 설계한 GPU는 게임기와 가상자산 채굴 등에서 주로 사용돼다가 챗GPT라는 생성형 AI에 새롭게 활용되고 있다.

GPU 설계자 엔비디아, AI시대의 황제로 부상...CPU 최강자 인텔의 시총 8배 수준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의 GPU를 능가할 대체재는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엔비디아가 ‘AI시대의 황제’로 부상한 모습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27일 대만 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AI시대  를 말했다. [사진=SBS Biz 캡처]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27일 국립대만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AI시대'를 역설했다. [사진=SBS Biz 캡처]

주가 추이만 봐도 그렇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연초 대비 165% 이상 상승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S&P 500은 9.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엔비디아는 지난 25일 지난 분기 주당 순익을 시장 예상치인 92센트를 상회하는 1.09 달러라고 발표했다. 이날에만 엔비디아 주가는 24.37% 폭등했다. 26일에도 2.54%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 시총 1위 기업이다. 26일 현재 엔비디아 시총은 약 9631억 달러(약 1270조원)이다. 1조달러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 시총은 706조원이고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의 시총은 TSMC보다 적은 431조이다. CPU 최강자인 인텔의 시총은 159조원에 불과하다. 엔비디아 시총이 인텔의 8배 수준인 것이다.

엔비디아 태풍이 거세질수록, 삼성전자와 TSMC 매출도 증대되는 구조

이 같은 엔비디아 태풍이 거세질수록 다른 반도체기업들도 수혜자가 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단순한 곁불 쬐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TSMC만 해도 엔비디아와 동반상승하는 구조이다. 앤비디아가 설계한 GPU칩을 생산하는 곳은 TSMC이기 때문이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일식집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사와스시 페이스북 캡처]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일식집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사와스시 페이스북 캡처]

메모리 반도체 최강자인 삼성전자도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우선 챗GPT와 같은 거대 AI에는 GPU 뿐만 아니라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대규모로 장착된다. 엔비디아가 맹활약을 할수록 AI서버 시장도 팽창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D램 서버시장의 최강자이다. 생성형 AI가 대중화되면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TSMC의 매출도 급등한다. 동시에 AI 장착용 메모리 반도체와 AI서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실질적인 수혜자가 되는 구조인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미국의 일식당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CEO를 만난 것도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이 엔비디아의 비상과 무관치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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