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6일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의 대국민사과 모습. /사진=연합뉴스
2020년 5월6일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의 대국민사과 모습. /사진=연합뉴스

"2050년에는 저도 이자리에 없겠지만...“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했다는 이 한마디에 삼성그룹은 물론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으로 승진한 뒤 몇 달 간격으로 꾸준히 사장단 간담회를 열어 그룹의 현안을 챙기고 미래비전을 모색하는 토론모임을 갖고 있다.

최근 열린 사장단 간담회의 큰 주제는 ‘30년 뒤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였는데 현재의 첨단기술 경쟁 현황 및 2030년 전망, 그리고 30년 뒤인 2050년에 현재의 기술이 어떻게 진화될 지를 예측하는 토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 토론회애서 이재용 회장이 가볍게 던진 말이 “물론 2050년에는 저도 이 자리에 없겠지만...”이었던 것이다.

신중하고 과묵한 성격에 ’삼사일언(三思一言, 세 번을 생각한 다음에 한마디를 한다는 뜻)‘을 실천했던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는 달리 이건희 선대회장과 이재용 회장은 말수가 적지않은 편이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경우 ’천재적 영감(靈感)‘에서 비롯된 거침없는 ’일갈‘(一喝)’로 화제가 되곤했다. “자식과 마누라 빼고는 다 바꿔야 한다”는 말은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가장 무거운 혁신의 경구로 남아있다.

그의 격정적인 언사는 “정치는 4류, 관료는 3류, 기업은 2류”라는 명언 때문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의 경우, 이병철 창업주나 선친 이건희 회장과 다른 신세대적 특성에 따른 자유분방한 사고방식과 어투가 삼성그룹 오너라는 무게감과는 비대칭을 이루는 경우다.

몇 년전 본의 아니게 공개된 단골병원 간호사와의 SNS 대화내용이 이런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재계에서 가장 친한 사이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공·사석에서의 대화모습은 ‘천진난만’에 가까울 정도라고 한다.

1968년 6월23일생, 54세인 이재용 회장은 2050년이 되면 81세가 된다. 고령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많은 나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회장의 이 말이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 것은 지난 2020년 5월6일에 있었던 일 때문이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문재인 정권에 의한 박영수 윤석열 한동훈 특검팀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적폐수사로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용 말을 제공했다는 혐의에 따라 7개월간 수감된 후 가석방된 상태였다. 하지만 회장은 2심에서 무죄가 났던 일부 혐의가 대법원에서 다시 유죄로 뒤집어지면서 재수감될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회장이 2020년 5월6일 했던 ‘대국민사과’의 내용이 “더이상 무노조경영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더불어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라고 한 4세승계 포기 선언이다.

그의 4세승계 포기선언은 무노조경영 포기와 같은 준법경영 다짐과 달리, 곁에서 훈수를 둘 수 없는, 자신만의 결단이었고, 재수감을 피하겠다는 간절한 의지의 반영이었다. 정유라가 탄 삼성의 말을 뇌물로 엮은 박영수 윤석열 한동훈 특검팀이 삼성의 4대승계를 끊고, ‘삼성 국유화’의 길을 연 것이다.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만든 한국재계의 가장 큰 특징은 대기업 내지 재벌의 ‘선단식 경영’과 ‘경영승계’다. 한국의 기적적인 경제성장에 대해 세계 유슈의 경영학자들까지 한국식 가족경영의 장점을 그 비결로 지적한 바 있다.

현재 한국 재계의 오너 경영인은 창업 2세부터 4세까지 다양하다. 기업의 역사, 창업주 수명에 따라 SK 최태원 회장과 롯데 신동빈 회장이 대표적인 2세 경영인, 삼성 이재용 현대차 정의선 한진 조원태 회장은 3세, LG 구광모 두산 박정원 회장은 가업승계가 4대까지 내려간 경우다.

한화와 HD현대(현대중공업) 신세계 등은 3세승계가 한창 진행중이고 CJ와 GS도 각각 4세 및 4세 승계가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IT산업의 성장으로 재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카카오를 비롯한 운동권 세대들의 IT기업들까지 잇달아 경영권 승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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