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1년 넘게 동반 하락...급격한 불황 가능성
-설비투자, 건설투자 모두 침체...투자 절벽
-고용 30만명대에서 10만명대로 급락
-정부 정책, 성장 보다는 분배...상황 반전 어려워

민간 경제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경기 후퇴' 국면을 넘어 '경기 침체'로 진입하고 있다고 5일 분석했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경기 회복 흐름을 낙관하는 상황에서 국내 주요 민간 연구기관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는 뚜렷한 경기 하강 국면을 시사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경기 하방 리스크의 확대’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국내 경제 상황은 경기 후퇴에서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당초 오는 하반기 중 경기 후퇴가 경기 침체로 나아갈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지만, 경기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대비 1.0%를 기록했지만 이는 지난해 4분기 당시 하락폭(-0.2%)에 따른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년 넘게 하락하는 등 경제에 급격한 불황 국면이 도래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7년 5월 100.7을 정점으로 지난 4월 99.7로 꾸준히 떨어졌고, 경기 방향성을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2017년 7월 101.2를 기록한 뒤 지난 4월 100.0으로 하락했다.

현대연구원은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부진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비투자 지수 증가율의 경우 지난 3월과 4월 전기 대비 각각 -7.8%, -3.3%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 수주액은 2017년 4분기 이후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자본재수입액 증가율도 지난 1월을 정점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건설경기의 선행지표인 건설수주 증가율도 4월 들어 -42.0%를 기록하는 등 앞으로 해당 분야 경기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고용이 내수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2017년과 2018년 4월 실업률은 각각 4.2%, 4.1%로 다소 나아졌지만 같은 기간 체감실업률은 각각 11.2%, 11.5%로 악화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의 기본은 투자인데 앞으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모두 침체되는 투자절벽이 예상돼 성장력과 고용창출력이 고갈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물경제 부진은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상 30만명 정도 늘어나던 월 신규 취업자 수는 2~4월 10만명대로 급락했다.

연구원은 경기 하강 진입 국면에서 재정정책이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경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수출이 일부 품목 호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런 가운데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된 상황과 급증한 가계부채는 가계 소비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면 경기 하방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최근 재정정책의 주된 방향이 성장보다는 분배 중심에 있기 때문에 경제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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