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여야 대표 회동 제안을 수차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과거 영수(領袖) 회담처럼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는 양자 회동을 대통령실에 줄곧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김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취재진으로부터 '당 대표 취임 후 이 대표에게 격주에 한 번씩 보자고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을 받고 "보려고 했는데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에서 옆자리에 앉아 '얼굴을 한번 봅시다. 밥이라도 먹고 소주를 한잔하든지' 그랬더니, (이 대표가) '국민들이 밥만 먹으면 안 좋아해요'라고 그랬다"며 "국민들이 양당 대표가 만나 밥만 먹으면 안 좋아한다는 것이다. 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래서 내가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이런저런 얘기도 나오고,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논의도 하는 것이니 밥이라도 먹으면서 얘기하자고 했지만, 답이 없었다"며 "날 만나는 것이 불편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당대표가 된 김 대표는 이 대표에게 여러 차례 회동을 제안했으나 이 대표가 거절해왔다고 한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는 수차례 영수 회담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와 공식 회동한 건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다. 윤 대통령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취임 초반 '협치 행보' 노력을 보였던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 민주당 당색에 가까운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입장했고 첫 악수도 당시 민주당 지도부인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등과 나눴다. 민주당의 영수 회담 요구에 "여야 지도부가 논의해 면담을 요청할 경우 언제든 응할 용의가 있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지난해 대선에서 패한 뒤 같은해 6·1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하고 전당대회를 거쳐 민주당 당대표까지 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최근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대통령실로부터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3자 회동제안을 받고 "이 대표부터 만나는 게 순리"라며 거듭 거절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이 대표와 만남을 건의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내가 당 대표 권한대행 때 안 만났다"며 "여당 대표와 야당 대표가 만나는 것이지, 본인이 안 하겠다는 것이 황당한 것"이라고 답했다.

내년 총선까지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날 가능성은 낮은 분위기이다.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과 이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연거푸 검찰에 기소 처리되고 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의석을 앞세워 '장관 탄핵'과 '입법 독주'를 되풀이하고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로 맞받으며 진영 간 강대강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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