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세 번째로 기준금리 동결 조치를 취한 것이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1.75%P로 심화될 수밖에 없지만 당장의 경기 악화를 막는 걸 우선시한 결정이다. 이날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다. 같은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낮췄다. 이후 한은은 2021년 8월 26일까지 무려 아홉 번이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2021년 8월 한은은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면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같은해 11월, 지난해 1·4·5·7·8·10·11월,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올려 모두 3.00%p 인상했다.

1년 반 동안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는 올해 2·4·5월 잇따른 동결로 깨졌다. 이 같은 결정에는 현재 불안한 경기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0.3%)은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간신히 피했다. 3월 경상수지도 국내기업 해외 현지법인의 배당 덕으로 힘겹게 석 달 연속 적자를 모면했다.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4월(-26억2천만달러)까지 여전히 14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 부진 심화에 따른 국내 경기 악화가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 심화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인 것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1.4%는 최근 국내외 기관들 사이에 '대세'로 자리 잡던 1.5%보다도 낮고 여전히 2%대로 여겨지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도 하회하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올해 우리 경제가 1.6% 성장하리라 내다봤는데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투자 등도 부진해지자 3개월 만에 다시 전망치를 낮추게 됐다.

경제계에선 한은이 역대 최대 수준(1.75%p)으로 벌어진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0.25%p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 상황이 나쁜데다가 고조되는 금융시장의 위험 등까지 고려해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계속 금리 인상에 나서면, 취약한 저축은행이나 카드사(여신전문금융회사) 등에서부터 부실 문제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와 외국인 자금 유출이 나타나지 않아 '추가 인상 없이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6월 기준금리(정책금리) 동결설이 갈수록 유력해지는 상황이라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한 부담도 다소 줄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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