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함께 찍은 투샷 사진과 동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성격의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지만, 공통점도 적지 않다. 비슷한 연령대이고 패셔니스타이다. 김 여사는 1972년생이고 이 사장은 1970년생이다. 두 사람 모두 옷을 잘입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김건희 여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홍보관 '하이커 그라운드'에서 열린 K-관광 협력단 출범식에서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 추대된 뒤 이부진 위원장(왼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홍보관 '하이커 그라운드'에서 열린 K-관광 협력단 출범식에서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 추대된 뒤 이부진 위원장(왼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 살 터울인 두 사람, 한국방문의해위원회에서 호흡 맞추게 돼

더욱이 앞으로 한국관광을 홍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이 사장은 한국방문의해 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데, 김 여사에게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명예위원장 추대를 제안했고 김 여사는 이를 수락했다.

역대 영부인 중에서 한국방문의해 명예위원장을 맡았던 대표적 사례가 이명박 대통령 시절 김윤옥 여사 정도이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기간인 2008년 처음 민관합동 조직으로 설립됐다. 초대 위원장은 신동빈 당시 롯데그룹 부회장이 맡았다.

이번에는 위원장과 명예위원장이 모두 여성이다. 이부진 사장이 위원장 자격으로 요청하고 김 여사가 수락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이부진 위원장은 "여사께서 해외 순방을 하실 때마다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많은 일정을 수행하시는 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 추대하고자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부진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직이 김건희 여사에게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명예위원장 추대를 제안했다. [사진=SBS캡처]
이부진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직이 김건희 여사에게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명예위원장 추대를 제안했다. [사진=SBS 캡처]

이 위원장은 "명예위원장으로서 K-관광 협력단 활동에 든든한 후원자가 돼 준다면 한국 관광산업의 미래가 한층 더 밝을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 위원장의 요청을 수락해 '2023∼2024 한국방문의해' 명예위원장직을 맡았다.

이부진이 언급한 김건희 여사의 ‘한국문화 홍보 일정’은 무엇?

이 위원장이 언급한 김 여사의 해외 순방 중 한국문화 홍보 일정이란 어떤 것일까. 김 여사는 역대 영부인들과 비교할 때, 대통령 해외 순방중에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편이다. 지난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김 여사는 워싱턴에서만 14개 일정, 단독일정만 6개를 소화해 화제를 모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특별공연 관람 등 문화행사도 있었지만, 벨라 바자리아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 접견이 이 위원장이 언급한 한국문화 홍보 일정으로 볼 수 있다.

김 여사는 방미 첫날인 지난 4월 24일 바자리아 CCO를 접견, 한국 콘텐츠 제작 및 한국 문화의 해외 홍보 활성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서랜도스 넷플릭스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을 만나 향후 4년간 한국 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부진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직이 김건희 여사에게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명예위원장 추대를 제안했고 김 여사는 이를 수락했다. [사진=SBS 캡처]
이부진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직이 김건희 여사에게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명예위원장 추대를 제안했고 김 여사는 이를 수락했다. [사진=SBS 캡처]

김 여사는 바자리아 CCO에게 넷플릭스의 K-콘텐츠 투자 발표를 환영한다면서 “넷플릭스 투자를 통해 잠재력이 큰 한국의 신인 배우와 신인 감독, 신인 작가가 더욱 많이 발굴될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이에 바자리아 CCO는 “한국적인 색채가 강한 콘텐츠일수록 더욱 큰 사랑을 받는다”면서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전통과 문화, 음식 등이 잘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응답했다.

김건희 여사의 동물권 개선, 비건 패션 등도 서구 주류문화에 대한 호소력 가질 듯

김 여사는 지난 4월 26일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시간에 질 바이든 여사와 워싱턴DC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마크 로스코 작품전을 관람했다. 김 여사는 코바나컨텐츠 대표 시절인 2015년 국립미술관이 소장한 로스코 작품 50점을 한국에 들여와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마크 로스코’ 전시회를 열었던 인연이 있다. 바이든 여사가 이를 고려해 준비한 일정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관람을 통해 친분이 두터워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여사는 당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건희 여사와의 전시 관람 소식을 전하며 "내 친구 김 여사"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김 여사가 ‘동물권 개선’에 관심이 많다는 점도 서구 주류문화에 대한 호소력을 키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 여사는 지난 4월 26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헐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와 동물권과 환경보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여사는 “졸리씨가 한국에서의 동물권 개선 움직임을 지지해 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하자 안젤리나 졸리는 “동물도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현명하게 대처할 방안을 함께 강구해 보자”고 화답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된 ‘K-관광 협력단’ 출범식에서도 김 여사의 ‘비건 패션’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김 여사는 상·하의와 가방을 검은색으로 통일했는데 손에 든 정장 스타일의 가방은 국내 비건 패션 회사 ‘알비이엔씨’의 브랜드 ‘마르헨제이’의 헤이즐백이다. 마르헨제이는 잼과 주스에 쓰이고 남은 사과 껍질 파우더로 만든 후 제작되는 친환경 가죽으로 헤이즐백을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여사는 이날 "한국 음식과 문화, 예술, 전통 건축 등을 직접 접하는 것이 세계인들의 한국 여행 트렌드이다. K-관광이 세계인의 버킷리스트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정체성을 유지하고, 우리 고유문화의 맥을 잘 보존해 뿌리를 잃지 않는 것도 매우 가치 있고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홍보관 '하이커 그라운드'에서 열린 K-관광 협력단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부진 한국방문의 해 위원장, 김건희 여사, 차은우 한국방문의 해 홍보대사,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홍보관 '하이커 그라운드'에서 열린 K-관광 협력단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부진 한국방문의 해 위원장, 김건희 여사, 차은우 한국방문의 해 홍보대사,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 [사진=연합뉴스]

이부진의 ‘브랜드 가치’= 고급문화와 서민적 가치의 결합

김 여사를 파트너로 요청한 이부진 사장의 ‘브랜드 가치’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3월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이사회는 “이 사장은 관광업계와 밀접한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호텔신라의 CEO로서 그동안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2027년 외래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민·관 협력의 초석을 다질 적임자라는 기대감도 표명했다.

사실 이부진 카드는 의외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역대 위원장은 대부분 남성이었다. 주로 그룹 총수가 맡았기 때문이다. 초대 위원장은 신동빈 당시 롯데그룹 부회장, 2대 위원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었다. 이 사장은 국내 최대 재벌가 오너중의 한 명이지만 삼성그룹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더욱이 위원장 자리가 코로나19팬데믹 등으로 무려 4년 넘게 공석이었다. ‘2023~2024 한국방문의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되는 자리이다.

이사회가 이부진을 선택한 것은 ‘브랜드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결과로 보인다. 이부진은 ‘고급 문화’를 상징하면서도 ‘서민적 가치’를 공유하는 인물로 대중들에게 인식돼 있다. 호텔신라 신라면세점을 세계적 수준으로 키웠다. 세계 1위 면세업체인 DFS를 꺾고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면세점의 시계매장 운영권까지 따냈다. 동시에 몇 개의 인상적인 미담을 갖고 있다. ‘아들 바보’이면서 ‘온정주의적 면모’를 종종 보였다. 2014년에 80대 택시기사가 실수로 호텔신라 정문을 들이받았지만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4억원대 손해 배상을 받지 않기로 한 게 대중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리틀 이건희’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을 정도로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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