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영 칼럼]북핵 폐기, ‘김정은 체제’ 보장, 대한민국 국익의 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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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8.06.04 09:30:57
  • 최종수정 2018.06.0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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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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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핵협상과김정은 체제보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에서 북한의 김영철을 만나 90분 동안 회동했다. 회동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결국 협상에 관해서는 최고라고 자부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모종의 변화를 기획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빅딜(big deal)이 성사되는 듯하다.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과의 백악관 회동에서 그 동안 실무급과 고위급 미북 회담에서 다루어왔던 북한 비핵화 방식과 미국의 보상에 대한 큰 틀의 조율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6·12 회담은 (북한 비핵화) 과정의 시작”이며 “한번 만남으로 안된다”고 했다. ‘원샷 빅딜’과 ‘빅뱅 접근’은 수정되고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원칙적인 비핵화 합의’에 그칠 것을 암시하고 있다. 나머지 후속조치에 대한 디테일은 추후 실무회담으로 넘겨지는 모양새다. 역시 협상가 트럼프답다. 훗날 비핵화가 실패해도 정상회담이 아니라 결국 실무협상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협상가 기질의 트럼프 대통령은 ‘굿 빅딜 예감’이라는 말로 김정은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의 시각으로 본다면 수많은 난관(難關)을 돌파하고 만든 핵무기를 싼 값에 넘길 수만은 없음을 쉽게 상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전부는 아니더라도 몇 개의 또는 수십 개의 핵무기와 완성 단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내주고 핵개발을 무늬만 동결하는 것으로 미국의 ‘완전하며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폐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 CVID) 요구를 만족시키면서 북한은 대가로 ‘김정은 체제’를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조건으로 보장 받는(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 CVIG) 빅딜을 예상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모두에게 ’나쁜 딜‘이 아니고 ‘굿 딜’이다. 


  이제 논쟁은 ‘한반도 비핵화’냐 아니면 ‘북한 핵폐기’냐 라는 ‘비핵화’에 대한 개념 차이에서 ‘김정은 체제’ 보장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로 넘어가는 듯하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미국의 ‘김정은 체제’에 대한 보장이 대한민국의 국익(國益, national interest)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김정은 체제’ 보장이란 우선 경제적으로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전면 해제,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그리고 IMF나 ADB 등 국제금융기관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 및 인프라투자 검토일 가능성이 높다. 


  군사적으로는 김정은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주한 미군의 대북 군사 압박도 약화되거나 해제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대북 군사 압박의 해제란 구체적으로 주한 미군의 점진적 감축, 한미 합동 군사훈련의 축소 내지는 폐지, 전략핵을 한반도에 들여오지 않는다는 약속,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의 철수를 가정할 수 있다. 주한미군이 완전히 철수하기 전까지는 잠정적으로 한미합동 훈련의 축소내지는 형해(形骸)화를 의미할 것이다. 연습을 하지 않는 운동선수라면 생명이 끝난 것처럼 훈련하지 않는 군대란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쓸모없는 존재일 뿐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주한미군이 주둔하더라도 북한 체제에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고 쓸모도 없는 군대의 주둔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 ‘김정은 체제’ 보장과 함께 약속하고 있는 ‘경제적 번영’은 사실 레토릭(rhetoric)이며 동시에 ‘북한 레짐 체인지’를 위한 미국의 노림수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46만원에 불과하다는 2017년 통계청의 추계로 볼 때 미국 기업이 북한에 투자내지는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팔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음은 분명하다. 다시 말해 북한의 구매력 수준이 아직 걸음마 단계로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장마당용 물건으로도 수요를 맞출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든 한국이든 대북투자의 단기적 의미는 그다지 크지 않다. 도리어 미국 농산물의 대북 무상지원이 논의될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나아가 미국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대한민국처럼) 잘 사는 북한’ 역시 단기간에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이란 일본 식민지 유산과 함께 이승만 대통령의 농지개혁, 그리고 자유시장 원칙에 박정희 대통령의 정부주도의 계획 수립과 민간주도의 경제성장 나아가 기업이 국제시장에서 죽기 살기로 진출하여 경쟁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이 모두 개방된 시장경제에서나 가능하다. 중국도 정치는 중국공산당이 쥐고 있었지만 해외시장 개척과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는 시장 개방으로 경제성장이 가능했었다. 


  여기서 직면하게 되는 의문은 “북한이 진정 경제적으로 완전 개방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시장 개방 없이는 경제적 번영이 없을 것인데 장마당의 수십 배, 수백 배가 될 자본주의와 자유 시장의 맛이 북한에 스며드는 것을 북한 김정은 정권이 허용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과거 35년 전 1983년 9월 김정일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고민했었지만 결국 ‘수령 유일체제’의 보위라는 절대 명제 때문에 포기했었다.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개혁·개방하는 도중 김정은 체제가 몰락할 수 있음을 고려했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성공하려면 미국의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한 수사적 언사라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의 이해득실

  문제는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될 북한 비핵화가 가져올 대한민국의 이해득실(利害得失)이다. 북한이 몇 개의 핵무기와 ICBM을 미국에 넘긴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자랑하는 중단거리 미사일과 장사포 및 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인민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대폭 감축이나 제거가 아니고서는 대한민국에 오는 실질적인 군사적 이득은 기대하기 힘들다. 도리어 주한 미군의 감축과 한미 합동 군사훈련의 축소로 대북 전력의 약화만 결과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일부 좌파 평화주의자들은 종전(終戰) 선언, 평화협정 체결로 한반도에 “평화가 오는데” 무슨 군비가 필요한가라고 반문(反問)할 것이다. 그러나 종이에의 서명으로 평화는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평화가 종이에의 서명으로 가능하다는 생각은 국가 간의 갈등 메카니즘을 도외시한 나이브(naive)한 판단일 뿐이다. 그리고 평화는 이상주의자(idealist)의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 소망(wish)일뿐이다. 


  역사는 1938년 영국 체임벌린 수상과 독일 히틀러의 뮌헨협정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것임을 이상적 평화주의 지도자 체임벌린만 몰랐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체임벌린은 협정 서명 후 “히틀러는 평화를 원한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평화다”라고 외쳤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또 과거 냉전 기간 중 냉전이 열전으로 전개되지 않도록 억지(deterrence)되었던 것은 미-소의 ‘핵균형’ 때문이었고, 북한의 대남 협박과 각종 도발 역시 대한민국의 강한 군대와 주한미군의 억지력 때문에 억제되고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대통령은 민족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속아서 실패할 평화주의자가 아니라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가 강조하는 현명(prudence)하고 현실적인 군주(prince)가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처럼 북한을 무척이나 배려해주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김여정을 남한의 스타로 만들어 주더니 김정은을 남한에서의 호감남(男)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북한의 부름이라면 대한민국 대통령의 지위와 체면은 접고 언제든 판문점으로 달려가고 북한을 위해 미국에게 소위 ‘쉴드’를 쳐주고 있다. 이는 5월 26일 제4차 남북정상회담 북한 김정은을 만난 자리에서 ‘조미(朝美)정상회담’이란 표현을 두 차례나 쓰면서 북한을 배려해주었음에도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 대북외교의 특징이 북한 ‘김정은 체제’ 걱정과 배려로 보일 정도다.


  평화를 망치자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먼저 고려하는 지도자가 되어달라는 요청이다. 모든 국가의 지도자가 국익(國益)을 우선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대선 구호는 “America First.”와 “Make America Great Again (MAGA).”이었다. 1980년 레이건 대통령의 선거 구호도 역시 “Let’s Make America Great Again.”이었다. 그리고 김정은은 북한의 자존심을 구기지 않고 미국을 상대로 제 값 받고 핵무기를 팔려고 하고 있다. 미국 역시 미국의 국익이라는 입장에서 미국에게 위협이 되는 핵무기의 제거와 운반수단의 제거를 가장 우선으로 협상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대한민국의 문재인 정부가 거래의 내용이 국익에 이익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에는 관심이 적고 미국을 위협하는 북핵 폐기에 대한 보상을 대신 지불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남북 고위급회담을 통해 진행될 대북 경제적 지원과 경협 프로그램도 남북한 평화로 연결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 위에 추진해야 한다. 과거 대북 햇볕론자들이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그리고 개성관광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끊임없이 선전했지만 결국 북한이 보여준 것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그리고 연평도 포격이었다. 북한에 현금만 가져다주고 체제를 연명하게 도와주었을 뿐 한반도 평화로 연결되지 않았음은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음에도 좌파 햇볕논자들은 있는 사실은 외면하고 핵폐기 이후 평화 정착이라는 희망적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라고 언급하며 북한 철도 인프라 건설 지원을 암시했다. 거기에 북한 『노동신문』은 4·27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서 남한이 “눈치를 보거나 타산을 앞세우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를 통해 보듯이 북한은 남북대화와 평화분위기 조성의 대가로 수조에서 수십조의 북한 인프라 개선 청구서를 들이 밀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북한 경제 복구를 위한 대규모 비용을 한국과 일본, 중국이 담당하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재인 행정부는 북한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비용 문제는 문제시 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월간조선』이 입수한 이명박 정부 통일부 작성의 ‘10·4선언 평가 및 전망’이란 문건에 따르면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사업에만 총 8조 2356억원(km당 단가 약 200억원×411.3km)을 추정하고 있다. 또 정부의 ‘한반도 통합철도망 마스터 플랜’에 따르면 경의선 등 핵심 7개 노선을 최대 시속 100km로 달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선로 개선 ·신설에 37조8000억 원이 드는 것으로 추정했다. 나아가 금융위원회는 2014년 북한 철도인프라 개발에 773억 달러, 도로에 374억 달러 등 총 150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고령화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재정 지출, 그리고 실업 대책을 위한 재정 투입도 버거운 상황인데 북한 인프라 건설은 추가 비용 지출이기에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급속히 악화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북핵 폐기 협정에 대가를 약속하더라도 사실 대북압박 철회, 미군 주둔 비용 절감, 국제금융기구 대북 거래 허용 등 들어갈 비용은 없고 비용 절감 프로그램만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받고 있던 핵우산 철거, 주한 미군 축소내지는 철수로 대북-대중국 억지력 약화와 천문학적 북한 인프라 개선 비용 지불 등에 비해 ‘종전(終戰) 선언’이라는 언제든 휴지가 될 수 있는 종이에의 서명을 ‘적극적으로 기꺼이’ 받아들 것 같다. 매우 우려되는 결과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무력을 갖추지 못한 군주는 경멸을 받는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핵을 가진 북한 김정은과 그 수하 김영철이 미국으로부터 받는 대접을 보면 마키아벨리의 언설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북한 핵폐기에 따른 이해득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익을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무장해제가 아니라 유비무환을, 그리고 선(先) 국익, 후(後) 민족의 현명하고 현실적인 결정을 해달라는 것이다. 내나라 국익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지도자만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위기에서 구할 수 있었음은 역사가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한림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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