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9시 뉴스에서 뉴스 종료후 앵커멘트를 갈아끼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KBS방송인연합회는 이같은 영상 바꿔치기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관련자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번 논란은 9시 뉴스 앵커가 사실이 아닌 멘트를 하다가 뒤늦게 이를 정정하면서 비롯됐다.

<뉴스 9> 앵커는 <경찰 “건설노조 집회, 강력 처벌” 천명…‘자의적 해석’ 논란도> 보도에서 “경찰은 건설노조의 1박 2일 집회를 불법이라고 못박고 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으나, 어떤 부분이 집회시위법에 어긋나느냐는 논란이 불거졌고, 경찰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라고 멘트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리포트의 본문에는 "불법으로 규정하는 근거는 도로점거와 소음, 해산명령 불응 등"이라고 명확하게 언급돼 있고 “이틀 간 80여 건의 민원이 접수, 주로 교통 체증과 소음 민원이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또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는 ‘심각한 교통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면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뉴스가 나간 뒤 사실관계 왜곡 논란이 일자 인터넷 홈페이지 다시 보기에는 앵커가 의상을 갈아입고 앵커 멘트를 갈아끼운 동영상이 올라왔다.

새 영상에서 앵커는 “경찰이 불법 집회를 연 적이 있는 단체는 앞으로 비슷한 집회를 못 열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걸 놓고 관련법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불거졌는데 경찰 스스로도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라는 멘트로 바꿔 놓았다. 시청자들에게는 리포트를 교체한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다음은 관련 성명 전문.

[KBS방송인연합회] 영상 바꿔치기 조작 사태의 책임을 지고 9시 뉴스 앵커와 통합뉴스룸 방송주간, 국장은 당장 사퇴하라!

어제(23)일 KBS방송인연합회와 KBS노동조합이 9시 뉴스에서 자행된 오보 아이템의 앵커멘트 영상 바꿔치기 조작질을 폭로하자 통합뉴스룸에서 부랴부랴 각종 지침을 내리느라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어제 문제가 된 5월 18일 리포트 아이템과 관련해 편집부 차원에서는 "인터넷 기사에 중요 팩트가 틀리거나, 중요한 화면이 잘못되는 등 수정사항을 특별히 고지해야 할 경우, 사유를 적은 문구를 간단히 적어주세요. 해당 문구가 기사에 첨부됩니다"라는 내용이 공지됐다고 합니다.

홈페이지의 해당 아이템 아래에는 "<알립니다> 앵커멘트에 다소 보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멘트를 수정, 보완한 뒤 이를 재녹화해 영상을 교체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공지가 붙었습니다.

이와 함께 다른 아이템에도 유사한 공지가 새로 붙는 경우가 몇 건 발견되는 등 통합뉴스룸 전체가 부랴부랴 대응하느라 소동이 일어난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런 조치들은 체포되고 나서 자수하는 것도 아니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아닌 또 다른 헛발질입니다.

첫째,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어제 드러난 사건의 본질은 시청자들이 공영방송의 뉴스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조작질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통합뉴스룸은 이 사건을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로 치부하려고 하지만, 이는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시청자와의 신뢰를 규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시청자를 기만하고, 방송을 조작했으며, 은근슬쩍 이를 넘기려다가 발각이 된 사건입니다. 사건의 본질에 관해 진솔하게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합니다.

둘째, 문제가 무엇인지 투명하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원래 표현은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그래서 어떻게 고쳤는지 등을 시청자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합니다.

셋째, 이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비겁하다 못해 역겹습니다. 이소정 앵커는 5월 19일 클로징멘트에서 "어제 9시 뉴스에서 건설노조 집회를 경찰이 불법으로 규정했다는 것과 관련해 어떤 부분이 불법인지 경찰이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전해드렸는데, 이는 불법 집회 전력이 있으면 유사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경찰 발표 내용에 한정된 것임을 밝혀드립니다"라고 발언합니다. 이는 사과로 보이지도 않고, 정정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시청자들이 잘못 해석할 수 있으니 알아서 잘 해석하라는 요구에 불과합니다.

명백하게 앵커가 리포트의 내용을 왜곡하고 잘못된 주장을 전달한 마당에 솔직하게 자기 잘못을 시인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설명/사과와 더불어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약속이 있었어야 합니다. 이소정 앵커는 이 중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지나 어떤 맥락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갑자기 나온 이소정 앵커의 뜬금없는 멘트를 보는 시청자들은 잠시 이게 무슨 소리인지 어리둥절했을 것입니다. 이것 자체로 시청자에 대한 무례이자 테러입니다.

문제의 리포트 말미에 붙은 공지 역시 무례하고 비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시청자들이 저 공지를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습니다. "약간의 문제가 있었고, 우리가 고쳤으니 너는 그러려니 해라" 이 정도로 들립니다. 

온갖 호들갑질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발각된 영상 바꿔치기 사건에 관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여전히 남습니다. 오보의 기록을 지우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흔적을 없애려 한 조직적인 조작/은폐 행위라는 점입니다. 이 만행은 9시 뉴스 앵커 혼자 기획하고 실행할 수 없습니다.

해당 앵커멘트를 다시 수정하고, 이를 다시 녹화하는 과정에 제작부서와 기술부서의 스태프들이 동원되고, 디지털 부서까지 나서서 관련 아이템의 앵커멘트를 교체하는 작업을 했을 것입니다. 유튜브 풀영상에서 해당 아이템을 들어내는 일도 누군가 지시를 받아 수행했을 것입니다. 뉴스를 제작 유통하는 통합뉴스룸의 주요 부서가 모두 동원된 조작질입니다. 뉴스에 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저널리즘 테러 행위입니다.

왜 이런 만행이 공영방송 KBS에서 발생했는가를 보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납니다. 조작질이 발생한 리포트는 민노총에 대한 극단적으로 편향된 관점을 시청자에게 강요한 두 건의 리포트 가운데 하나입니다. 최근 KBS방송인연합회가 '민노총 간첩단' 사건의 누락을 계기로 KBS 보도본부에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민노총 이해충돌'의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통합뉴스룸 국장이 상식을 벗어난 난동을 부리면서 방송인연합회의 존재를 부인하고 방송인연합회장에게 직장 내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을 하는 것은 KBS 보도본부에서 민노총을 건드리는 행위가 얼마나 성역처럼 존재하는지, 또 민노총을 건드렸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오는가를 가늠하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민노총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던 시점에 9시 뉴스가 민노총에 극단적으로 편향적인 리포트와 관련해 왜곡으로 가득 찬 앵커멘트를 하고, 이에 대해 준엄한 비판이 가해진 것입니다. '민노총 이해충돌'의 혐의를 진하게 풍기는 통합뉴스룸 주요 간부들이 이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도 들립니다. 9시 뉴스 앵커가 옷까지 바뀌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앵커멘트를 재녹화하고, 영상을 바꿔치기하고, 이런 사실을 시청자에게 알리지도 않으면서 엉뚱한 맥락 속에서 클로징 멘트로 퉁치고 나가려는 한심한 작태를 연출한 모든 맥락에 '민노총 리스크'가 무관하다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이번 조작질, 영상 바꿔치기, 오보 조작/은폐 사건은 어떤 식으로든 용납될 수 없는, 공영방송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고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제기할만한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절대 기술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공지 몇 개로 해결할 사안이 아닙니다. 김의철 사장은 9시 뉴스 앵커와 통합뉴스룸 방송주간, 국장, 그리고 보도본부장까지 포함해 이 조직적 조작/은폐 행위에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자들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행위를 주도하고, 실행한 자들은 반드시 인사조치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런 사태를 얼렁뚱땅 넘긴다면 앞으로 KBS는 시청자에 대한 '신뢰'를 입에 담을 수 없습니다. 이런 조직적 조작/은폐 행위가 발생했는데도 그에 대한 합리적 처리를 하지 않는 공영방송에 국민들이 수신료를 납부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을 우습게 보는 공영방송이 존재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 사태와 관련해 김의철 사장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미 너무나 길게 늘어선 김의철의 해임사유의 맨 앞에 가장 중요한 해임사유가 하나 더 추가될 것입니다.

2023. 5. 24
KBS방송인연합회

제목:「KBS 9시 뉴스 '영상 바꿔치기' 파문 확산...민노총 옹호하려다 사고낸 듯 "비겁하고 역겹다"」 등 관련 반론보도문

본문: 본 인터넷뉴스는 2023년 5월 24일 같은 날, 「KBS 9시 뉴스 '영상 바꿔치기' 파문 확산...민노총 옹호하려다 사고낸듯 "비겁하고 역겹다"」 , 「[방송모니터] "KBS 9시뉴스, 앵커멘트 갈아끼우다 들통"」 , 「"민노총 옹호하려다 KBS 다 죽는다" ...KBS 내부 부글부글」 이라는 제목들로 KBS가 2023. 5. 18. 9시 뉴스 앵커의 리포트 소개 멘트를 방송 종료 후 재녹화해 홈페이지 다시 보기 뉴스영상의 해당부분을 교체했다고 보도하며 KBS가 오보를 은폐하기 위하여 뉴스 앵커멘트를 조작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KBS는, '2023. 5. 18. KBS 9시 뉴스 앵커의 일부 멘트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2023. 5. 19. <뉴스9> 클로징 때 해당 멘트를 보완 하는 설명을 시청자들에게 미리 전한 바 있고, 이후 오해의 소지가 있던 앵커멘트를 바로잡기 위해 재녹화를 통해 수정하여 KBS 뉴스 홈페이지에 업로드한 것'이라며, '이 과정은 내부 지침과 절차에 따라 진행 되었으므로 KBS가 뉴스 앵커멘트 영상을 조작했다는 취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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