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사진=연합뉴스TV, YonhapnewsTV, 일부편집=조주형 기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사진=연합뉴스TV, YonhapnewsTV, 일부편집=조주형 기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김광동)'가 24일 오후 1시30분 전원위원회를 열고 '베트남 파병 국군의 하미마을 총격 사건'에 관한 조사 개시여부 논의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눈길이 쏠리고 있다.

먼저 진실화해위원회가 맞닥뜨린 이 사건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68년 2월24일,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시 디엔즈엉구 하미마을에 대하여 한국군이 총격을 가했다는 주장을 근거로 지난해 4월 베트남 관련자들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상규명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촉발됐다.

이번 편에서 <펜앤드마이크>가 집중 조명하고자 하는 바는, 24일 진실화해위원회의 전원위원회 조사 개시 여부 대상에 올라간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이냐는 데에 있지 않다. 바로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개시 여부 대상으로 이 사건을 다루는 것이 과연 적법한 것인지, 그리고 현행법에 따라 정말 타당한 것인지를 따지기 위함이다.

그 이유인 즉슨, 진실화해위원회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약칭: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설치된 정부기관으로 해당 법률에 의거하여 적용되는데다 이번 베트남전 총격사건에 대한 여론이 계속되면서 이 사건이 진실화해위원회의 소관이 맞느냐는 여론의 관심도 피할 수 없는 탓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사건 조사 개시 적용 시 자칫하다간 '중대한 법률 위반'이라는 절차적 결함을 야기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시민단체의 여론전에 떠밀려 진실화해위가 섣불리 사건 조사 개시여부를 결정했다가는 오히려 현행법을 위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정면으로 받아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예상된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베트남 전쟁 총격사건에 대한 조사개시 요청 여론에 따라 과거사정리법에 따른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범위·존재목적을 면밀히 알아보고자 한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 총격 피해 생존자라는 응우옌 티탄 씨가 2022년 8월 9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 소송 법정 진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2022.08.09(사진=연합뉴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 총격 피해 생존자라는 응우옌 티탄 씨가 2022년 8월 9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 소송 법정 진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2022.08.09(사진=연합뉴스)

#1. 베트남 마을 총격 사건, 알고보니 진실·화해·과거사법 상 조사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4월25일, 자칭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라는 단체는 서울 중구의 진실화해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베트남 전쟁 총격사건 진실규명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서 '베트남 하미마을 사건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해당 단체의 이날 주장은 "1968년 하미마을 학살은, 베트남 꽝남성 하미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벌어진 민간인 학살"이라는 것. 이 사건 관련자 2명은 곧장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했고, 위원회 산하 2소위에서 지난해 11월 조사 개시 보류 결정을 하기에 이른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지난 1968년에 있었던 '베트남 전쟁 당시 국군 해병부대에 의한 총격사건'의 진실이 무엇이냐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이 사건을 다루는 것이 현행법의 취지에 맞느냐, 그리고 이 과정이 적절한지가 관건이다.

현행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약칭: 과거사정리법)'에 따르면, 제1조 진실화해위원회의 존재목적과 제2조 진실규명의 범위 등이 명문화되어 있다. 이를 통해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 기준이 되는 법률 근거가 확인된다. 먼저 해당 법의 제1조 목적이다.

▶제1조(목적) 이 법은 항일독립운동,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ㆍ학살ㆍ의문사 사건 등을 조사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진실규명의 범위)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한 진실을 규명한다.<개정 2020. 6. 9.> ① 일제 강점기 또는 그 직전에 행한 항일독립운동 ② 일제 강점기 이후 이 법 시행일(법률 제7542호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의 시행일을 말한다)까지 우리나라의 주권을 지키고 국력을 신장시키는 등의 해외동포사 ③ 1945년 8월 15일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사망ㆍ상해ㆍ실종사건 ④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ㆍ상해ㆍ실종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 ⑤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대한민국을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ㆍ인권유린과 폭력ㆍ학살ㆍ의문사 ⑥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서 제3조의 규정에 의한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이 법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

전술한 현행법 상 1조·2조만 하더라도, 진실화해위원회는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동법 제2조에서 진실규명의범위를 따져보더라도, 일제강점기와 항일독립운동 과정을 비롯해 6.25전쟁 및 대한민국 적대세력에 의한 학살사건 등의 범주에 대하여 다루도록 명시되어 있다.

이를 종합하면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라는 단체 등이 강력 주장하고 있는 베트남 관련 사건은, 현행법상 '헌정질서 파괴행위'라는 법조항 상의 전제조건을 고려하더라도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개시 범주에 포함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총격피해 생존자 및 목격자라고 주장하는 응우옌 티탄씨(오른쪽)와 응우옌 득쩌이 씨(왼쪽)가 8일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방문, 정근식 위원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2022.8.8.(사진=연합뉴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총격피해 생존자 및 목격자라고 주장하는 응우옌 티탄씨(오른쪽)와 응우옌 득쩌이 씨(왼쪽)가 8일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방문, 정근식 위원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2022.8.8.(사진=연합뉴스)

#2. 이미 진실화해위 조사여부 결정 시한 넘긴 베트남 사건···법적 절차 뭐길래

진실화해위원회의 고위급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법률을 다루는 인물들인 만큼, 이 사건을 위원회가 현행법 상의 본래 취지를 면밀히 따지지 않고서 단순 의결 과정만으로 조사개시 대상으로 지정 강행하게 될 경우 과거사정리법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법 상 위원회의 존재목적과 조사범위 대상이 명문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실화해위원회는 법적으로 명시된 내용대로 적용하는 데에 있어 상당히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 인사 구성 과정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등 여야 추천으로 이루어지는데, 전술한 법적 취지가 아니라 위원의 임명 배경인 '여야 추천 몫'이라는 정치적 배경으로 인해 과반수 찬반 여부에 있어 어느 위원이 반대 혹은 찬성했는지를 두고 특정 언론 혹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오히려 법 취지의 적용이 쉽지 않다는 따가운 비판이 있어왔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위원장(김광동)과 상임위원 및 비상임위원들은 대부분 법률가이기 때문에, 전술한 과거사정리법의 존재목적(1조)·조사범위(2조)를 고려하지 않은채 여야별 찬성반대 입장 표명 수만으로 판단할 경우, 위원들 대부분의 배경이 법률가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현행법의 취지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초래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문제 말고도 '조사 개시 기한'의 문제도 상존하고 있다. 이 역시 사건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기관의 운영 절차상의 결함이자 과정의 결함으로 평가되는 부분이다. 바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시행령(약칭: 과거사정리법 시행령)' 제5조(조사개시결정 등의 기한)을 어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예상된다.

과거사정리법 시행령 제5조(조사개시결정 등의 기한)에 따르면 '▶위원회는 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서가 접수되거나 구술신청을 받은 날 또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재외공관의 장으로부터 진실규명 신청서를 송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진실규명 조사개시결정 또는 각하결정을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자칭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라는 단체는 지난해 4월25일 서울 중구의 진실화해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 조사를 요구하였고, 관련자 2명 역시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규명 신청서를 접수했다.

해당 시행령 상의 기준으로는, 베트남 관련 사건에 관한 진실규명 신청서가 2022년 4월25일 접수되었기에 진실화해위원회는 90일 이내인 2022년 7월 중순까지 조사개시결정 혹은 각하결정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는 것. 이 사건 조사 요청은 약 10개월 가량 초과되어 2023년 5월 중순을 넘긴 상황인데, 사실상 조사개시 및 각하결정 시한을 넘긴 셈이다. 진실화해위원회에 국내 사건에 관한 진실규명 신청서가 폭발적으로 접수됨에 따른 것이지만 베트남 관련 사건을 우선 지정하게 될 경우 접수 요청 순서에 따른 공정성 논란도 촉발될 수 있다.

<펜앤드마이크> 취재 결과 진실화해위원회에는 국내 사건 관련자들에 의해 진실규명 신청서가 제기되어 접수된 수많은 사건 중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사건에 대하여 조사개시 혹은 각하결정 처리 결정과정이 진행 중이다. 그만큼 진실규명 신청이 상당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위원회 사건 접수시점으로부터 1년도 더 경과하는 등 현행 시행령 적용 기준시한을 넘긴 베트남 관련 사건을 과반수 의결 만으로 처리할 경우 본래의 법 취지를 무산케 하는 행태 아니냐는 비판이 예상된다.

이에 대한 진실화해위원회 등의 정부 관계자 및 법조인들은 어떤 입장일까. 한 관계자는 최근 <펜앤드마이크>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기관이든, 정부 산하 위원회든 관계없이 공무를 수행할 때에는 현행법에 따라야 한다"라고 전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사진=연합뉴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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