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통화가치 일제히 폭락
'호황' 미국, 금리인상 확실시…신흥국 투자금 다시 미국으로
한국, 아직은 괜찮지만 신흥국발 통화위기 본격화하면 영향 불가피

 

미국의 금리인상과 교역관계 재정립으로 상당수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 신흥국발(發) 6월 글로벌 경제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5월 들어서만 21.1%나 하락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33.6%나 통화 가치가 떨어졌다. 외환 보유액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 8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터키 사정도 심상찮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5월 한달 동안 12.6%나 급락했다. 연초 대비 20.3% 하락했다. 터키는 현재 물가상승률이 10%를 넘고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어 금리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가장 불안하다. 달러당 인도네시아 통화인 루피아의 환율이 최근 1만4000 루피아를 넘어 지난달 24일 1만4207 루피아까지 상승(루피아 가치는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도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소집해 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렸다.  

브라질 헤알화와 멕시코 페소화는 5월 들어 각각 7.8%와 6.3%씩 하락했다. 헝가리 포린트화(-7.7%), 폴란드 즈워티화(-8.2%), 체코 코루나화(-7.0%) 등 동유럽 국가 통화도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 인도 루피화는 1.8%,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3.0%씩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북미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돈을 빼내면서 통화위기 조짐이 있는 신흥국 채권 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신흥국 채권 펀드는 6주일째 순유출이 이어졌고 신흥국 주식 펀드도 대부분 지역에서 유출 흐름을 보여 전체적으로 순유출 규모가 늘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 일본은 경제 회복을 위해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유지해 왔고, 이에 따라 투자 자금은 수익률이 높은 신흥 시장으로 몰렸지만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의 신호에 반응하면서 이제는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지수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1,120.71로 지난 1월 말 찍었던 고점 대비 12% 하락했다. 선진국 증시 흐름을 보여주는 MSCI 세계지수는 지난달 말 2,092.92로 연초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작년 말 수준으로 내려갔다. 

유로존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에 머물렀으며 영국의 1분기 GDP 역시 전 분기 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지난달 유로존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고 JP모건은 유로존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전년 대비 2.5%로 기존보다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일본은 1분기 GDP가 0.2% 줄어 9분기 만에 경제가 위축세로 돌아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오는 12∼1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에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미국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등 국내 지표가 나쁘지 않아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 연준이 예상대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 신흥국에서 해외 자본이 이탈할 수 있고 이는 세계 경제를 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6월 위기설'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30일 보호무역 확산, 지정학적 긴장 고조, 신흥국 금융불안 등을 지적하며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8%로 0.1%포인트 내렸다.

한국은 아직까지는 통화가치 급락 같은 불안요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해외변수에 민감한 한국경제 특성상 신흥국발 통화위기가 본격화하면 우리 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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