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정치는 4류" 지금도 회자...민주, '지하1층'으로 더 악화시켜
민주 양곡법 재시도는 '오기정치'...'입법 폭주'이자 '다수의 폭거'
민주 '간호법'은 갈라치기의 산물...환자 치료 위해선 협업해야
'취업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은 청년 표퓰리즘 법안...양질 일자리가 진정한 해법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O 기업은 2류, 정치는 4류

 고(故) 이건희 회장은 1993년 신(新)경영선언 후 멀지 않아 설화에 휘말린다. 우리나라 기업은 2류이고 정치는 4류라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영삼 정권은 발끈했고, 이건희 회장은 유감 표명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기업가의 보는 눈은 정확하다. 상당한 세월이 흘렀건만,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4류 정치’. 한국 정치를 압축한 4글자이다. 지금 한국의 정치 수준은 4류를 넘어 ‘지하 1층’이다. 최근의 더불어민주당의 ‘오기 정치’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O 민주당의 오기정치: 거부권 행사된 법안 재의결 시도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13일 열린 본회의에 ‘양곡법 개정안’ 재의결을 강행했지만 최종 부결됐다. 거부권(재의요구)이 행사된 법안을 다시 밀어붙이는 것은 오기 정치가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다. 거부권 행사에 방점을 찍어 행정부가 민의(民意)를 압살한 것으로 포장했지만 거부권 행사의 빌미를 준 쪽은 민주당이다. ‘입법 폭주’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민주정치는 다수결이 원칙이지만 ‘다수결’과 ‘다수의 폭거’는 층위가 다르다.  

 차분히 따져 보자. 농부는 1인 기업가다. 무엇을 얼마만큼 생산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기업가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쌀을 경작했으니 정부가 책임지고 수매해 달라는 것은 억지다. 그 논리가 맞다면 국가가 대졸 미취업자를 공무원으로 채용해야 한다. 대학 인가를 내준 것은 정부이기 때문이다. 농부를 사회적 약자로 등치시키는 것은 무리다. ‘약자 코스프레’를 거둬야 한다. 그리고 정부 예산은 ‘화수분’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의결이 좌절되자, 저열한 정치공세를 펼쳤다. 후쿠시마 해산물은 수입하면서 우리 농민의 쌀은 사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일정서에 기대 정치 선동을 한 것이다. 

O 의료인력 갈라치기하고 간호법 통과시킨 민주당 

 의료계와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간호법 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4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직역 간 과도한 갈등’ 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은 양곡법 개정안처럼 거부권이 행사된 ‘간호법 제정안’을 다시 국회에서 재의결을 시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회 재의결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거부권이 행사된 간호법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다. 간호법은 현재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간호사의 업무를 떼어내 독자적인 법률로 규율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의료인’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와 간호법에 따른 간호사로 이원화된다. 하지만 간호사는 ‘여전히’ 의료인이기 때문에 간호법 외에 의료법에서 정한 각종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의료법은 불가피하게 ‘개정’돼야 하며,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법안의 명칭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직업을 의미하는 ‘간호사법’ 대신 직무의 의미를 내포한 ‘간호법’이 쓰였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의 ‘의료’ 범주에 속해 분리될 수 없는 ‘간호’를 의료에서 떼어내 독자적 업무 영역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 ‘간호와 치료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 이번에 통과된 간호법 제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되어 있다. 

‘지역사회에서의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은 이해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현행 의료법의 규율 대상은 의료기관에 한정되지만 간호법을 통해 ‘지역사회’까지 범위를 넓히면 추후 간호사의 독자적인 진료, 나아가 간호 개원까지 가능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간호법에 따르면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보조 인력으로 기능하게 된다. 결국 간호사는 의사로부터 기능적으로 부분 독립하고 간호조무사를 지도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간호법에 ‘간호사 특혜법’이란 비판이 쏟아졌던 이유다. 

 의료 서비스는 ‘결합된 수직 흐름’이어야 한다. 진단·처방·처치·간호·조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환자에 대한 최상의 의료 서비스가 제공된다. 환자 치료의 완결성을 위해서 의사와 간호사는 분업이 아닌 협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 사고 시 책임소재를 두고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좁게 쪼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의사와 간호사 간의 이해충돌을 무릅쓰고 민주당이 간호사에 경도된 간호법 제정의 총대를 맨 이유는 무엇인가. 좌파 특유의 갈라치기 전술일 개연성이 높다. 의사는 간호사 수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머릿수로 의사는 밀리게 되어 있다. 반면 간호조무사 등 보조인력은 간호사보다 숫자가 많지만 결속력을 발휘하기에는 조직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숫자도 작지 않고 결속력이 단단한 간호사를 지렛대로 삼은 것이다. 

O 민주당의 청년표심을 겨냥한 퍼주기 입법 시도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그칠 줄 모른다. 청년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15일 교육위원회를 소집해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교육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재정 부담을 유발할 수 있다며 여당이 강력 반대했지만, 민형배 무소속 의원을 끌어드려 교육위를 통과시킨 것이다. 본회의에 붙여 또 강행 처리할 태세이다. 

 민주당의 명분은 ‘청년들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명분이 모든 것을 합리화시키지는 못한다. 고통 경감을 위해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 동 법안은 ‘학자금 대출이자 면제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졸업 후 소득이 발생해 원리금 상환을 시작하기 전까지 붙는 이자를 면제했다. 그리고 상환을 시작했더라도 실직, 육아휴직, 폐업 등으로 소득이 없다면 그 기간 이자도 유예된다. 그러면 졸업 후 부지런히 취직할 유인이 사라진다. “이자는 24시간 붙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빚이 무섭다’는 얘기다. 절박한 심정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장 독소조항은 가계소득 기준 중위소득 200% 이하, 즉 월소득 1024만원 이하 고소득 가정의 대학생까지 이자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연소득 1억원이 넘는 가구에까지 무이자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민주당이 입에 달고 다니는 ‘정의와 형평’에 어긋나는 것이다.

 현재도 학자금 대출금리는 연 1.7%로 가계대출 평균 금리보다 약 4%포인트 낮다.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이미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이다. 가계대출 평균금리와의 차이를 메우는 데 정부는 매년 1825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로 ‘할인된 이자율 납부’도 유예해 주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이미 중(中)금리 이상의 서민금융 대출에 의존하는 고졸 취업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역차별도 있나 싶다. 
 
 대학생 학자금 대출 이자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도 이런 문제점들을 알고 있었기에 집권 때인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법안 처리를 유보했다. 그러다가 정권을 놓자 처리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재정 부담은 현 정부에 떠넘기고 내년 총선을 겨냥해 청년들 환심을 사겠다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이 같은 정치공학적 사고에 젖어있기에 정치는 4류라는 힐난을 듣는 것이다.  

 진정 청년의 고통을 경감시켜주려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규제를 풀고 노동시장을 유연화 시키는 노동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다수당의 머리 숫자가 고작 포퓰리즘 법안을 밀어붙이는 수단으로 기능한다면, 한국 정치의 미래는 없다. 입법폭주에는 거부권 행사가 양약(良藥)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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