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만 원 기부(기증)하고 9465만 원으로 적어
서류만 남고 사라진 돈은 어디에?
“보훈처는 감사 안 하니 감사원이나 검찰 수사 필요”

국가보훈부 승격을 앞두고 장관 인사청문회 시 산하 공법단체의 관리감독 부실문제 거론이 예상된다.[사진=국가보훈처]
국가보훈부 승격을 앞두고 장관 인사청문회 시 산하 공법단체의 관리감독 부실문제 거론이 예상된다.[사진=국가보훈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회장 이화종)가 이번에는 가짜 기부(기증)로 공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드러나 큰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보훈부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산하 공법단체 관리감독에 대한 부실문제 거론이 예상된다.

참전자회는 경남 거창지회에 9465만 원어치 안마의자를 기증했다고 밝혔으나 거창지회는 기증받은 적이 없다고 해 1억 원 가까운 기증액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의혹이 일고 있다. 

참전자회가 누리집에 공개한 기부 금품 수입명세.[사진=참전자회 2022년 기부 금품의 수입 및 지출 명세서]
참전자회가 누리집에 공개한 기부 금품 수입명세.[사진=참전자회 2022년 기부 금품의 수입 및 지출 명세서]

참전자회는 공식적으로 기부금품을 받을 수 있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에 따라 기부금품의 수입 및 지출 명세서를 공개한다.

2023년 5월 2일 참전자회가 누리집에 공개한 ‘2022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2022년 모금(수입)한 기부금품은 총 1억6351만8940원이었다.

같은 기간 지출은 총 1억9524만160원으로 ▲유가족 위문 등에 현금 220만원과 물품 538만원 ▲운영경비에 현금 4276만3720원과 물품 1억4489만6440원 등이고 잔액은 1732만4245원이었다.

참전자회 중앙회가 거창지회에 기증했다고 한 9465만의 지출 명세.[사진=참전자회 2022년 기부금품의 수입 및 지출 명세서]
참전자회 중앙회가 거창지회에 기증했다고 한 9465만의 지출 명세.[사진=참전자회 2022년 기부금품의 수입 및 지출 명세서]

특이한 점은 지출 명세 중에 경남 거창지회에 안마의가(안마의자를 잘 못 적은 것으로 보임)를 무려 9465만원 어치 기증한 점이다. 기증한 금액을 안마의자로 환산하면 최소 20대에서 최대 50여 대로 볼 수 있다.

거창지회에 관련 사실을 물어보니 지회장은 “안마의자는 농협에서 1대 기증받은 적 있고, 기부 영수증이 필요해 경남지부(중앙회)에 요청한 적은 있다. 금액은 190만 원 정도 가는 것 같다. 월남전참전자회(중앙회)로부터는 안마의자를 기증받은 바 없다”며 금시초문이라고 황당해했다.

이에 대해 중앙회에 문의한 결과 담당 국장은 “경남지부 요청에 의한 지정 기부금이다. 경남지부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경남지부 청무과장은 기자의 질문에 “2022년 8월 (안마의자 관련) 198만 원 기부금을 중앙회에 올렸다”며, 중앙회에서 공개한 9465만 원의 안마의자 기증에 대해서는 “중앙회에 물어보니 9465만 원은 잘 못 기입한 것 같다. 중앙회에서도 회계사무소와 함께 (잘못을) 찾아보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2022년 8월 거창지회가 경남지부를 통해 중앙회에 보고한 안마의자 기부(기증)금액.[사진=참전자회 2022년 기부금품의 수입 및 지출 명세서]
2022년 8월 거창지회가 경남지부를 통해 중앙회에 보고한 안마의자 기부(기증)금액.[사진=참전자회 2022년 기부금품의 수입 및 지출 명세서]

하지만, 단순한 기재오류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우선 거창지회가 경남지부를 통해 요청한 안마의자 1대분의 기부금 198만 원은 2022년 8월 중앙회의 ‘기부금품 수입, 지출 명세’에는 기재되어 있으나,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국내사업)’의 다항 ‘운영경비에 지출’ 항목에는 9465만 원으로 적혀있다.

중앙회 답변대로 기재오류라 보기엔 금액의 차이가 너무 크다. 이는 중앙회 실무자의 실수를 넘어 결재한 담당국장과 회장의 직무유기다. 또한, 1억에 가까운 금액을 영수증이나 통장 지출 명세 확인 없이 중앙회에서 작성한 오류를 그대로 세무회계사무소가 통과해 줬다면 담당 세무회계사는 자격을 잃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위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허위로 기증 처리를 하고 기부금을 현금화해 공금을 횡령했을 수도 있다.

참전자 회원 A 씨는 “회원들끼리는 중앙회가 서류상으로만 자금 내역을 작성하고, 이런 가짜 영수증이 한두 건이 아닌 것으로 들었다”며 “참전자회 이화종 회장은 온갖 비리로 사익만을 추구하는 것 같다. 보훈처는 감사 안 하니 감사원이나 검찰이 나서야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참전자회의 말대로 단순 기재오류라면 기증했다고 적힌 9465만 원 중 실제 기증된 198만 원을 뺀 9267만 원은 참전자회 통장에 잔액으로 남아야 한다. 현재 공개된 참전자회의 결산 내역에는 잔액이 1732만으로 나와 있다. 이를 확인하고자 참전자회 중앙회에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

보훈처에 이 부분을 4월 정기감사 시 파악했는지 확인하고자 물었으나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담당자가 외부 단체 감사 중이라 대변인실을 통하라”고 했다. 하지만 대변인실과 참전자 단체 담당자는 부재중으로 통화가 안 됐다.

한편 기부금품법 제16조에 의하면 목적 외 사용하거나, 거짓으로 공개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광주=임국주 기자 kjyim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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