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일본 히로시마에 있는 평화기념공원 내 평화기념자료관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1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히로시마의 평화기념공원 방명록에 "세계에서 핵무기를 없애는 날을 향해 나아가자"고 적는 등 핵전쟁으로 인한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원자폭탄 피폭자 오구라 게이코 씨가 주요 7개국(G7) 정상들을 만나 자신의 피폭 경험을 털어놓고, 정상들에게서 위로를 듣기도 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이 20일 전했다.

오구라 씨는 약 10분간 평화기념공원 내의 평화기념자료관에서 G7 정상들에게 피폭 경험을 영어로 설명했고, 면담 뒤 정상 모두와 악수를 한 후 위로의 말을 들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는 "자료관 사진에는 찍혀 있지 않는 피폭자의 마음 속 갈등과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내 눈을 통해 말하겠다"라며 피폭 경험을 말했고, "지구상에서 핵이 가능한 한 빨리 사라지도록 노력해 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오구라 씨는 1945년 8월 6일 8세 때 피폭됐다. 히로시마 폭심지에서 불과 2.4km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원폭이 폭발하면서 촉발된 강한 빛과 폭풍으로 길거리에 쓰러졌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는 G7 정상들과 어떤 이야길 나눴는지에 대해선 자세히 말할 수 없다고 했지만, "정상들이 흥미롭게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상들이 깊게 공감하고 진지하게 경청했다고도 전했다.

오구라 씨는 지난 1979년 세상을 떠난 남편 오구라 가오루 평화기념자료관 전 관장의 뜻을 이어 1984년 '평화를 위한 히로시마 통역사 그룹'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피폭자의 생생한 경험을 통역하거나 스스로의 증언을 이어오고 있다.

G7 정상들은 오구리 씨와의 면담을 포함해 40분 가량 자료관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과정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돼 상세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와 관련해 "중요한 전시물을 보도록 준비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자료관 방문 내용과 대화는 비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은 "통상 본관에 전시된 주요 전시물을 견학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G7 정상들이 자료관 방명록에 남긴 메시지를 공개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료관의 이야기가 평화로운 미래를 건설할 우리의 의무를 상기시켜 주길 바란다. 세계에서 핵무기를 최종적으로, 그리고 영원히 없앨 날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 신념을 가지자"라 적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핵전쟁을 결코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라 적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히로시마 희생자를 기억하는 의무에 공헌하고 평화를 위해 행동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