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16일 한국언론문화포럼 정책 세미나에서 
핵무장 주장에 대한 신중한 접근 요구
"정치경제 분야에서의 손실을 
상쇄할만한 안보적 부가가치가 있는지,
NPT 탈퇴에 이은 농축우라늄공급 중단은
전력 생산 30% 감소로 치명타.
미국의 확장 억지에 1~2%를 더 보태
한미 연합억지력이 얼마나 강화될지 의문 
최선의 안보 전략은 북한의 핵사용 거부"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 최근 일고 있는 '독자적 핵무장' 주장에 대해 소신을 밝히고 있다. [한국언론문화포럼 제공] 

"남북한 모두 '핵 숭배사상'에 빠져 있습니다. 북은 '핵만 있으면 된다'는 입장이고, 남에서는 '핵에는 핵으로', 즉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최근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은 '신앙'이 아닌 '과학'의 영역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

한국언론문화포럼(회장 최노석)이 16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핵무장한 북한, 억지 가능한가'라는 타이틀로 개최한 제 20차 정책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독자적 핵무장' 주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후 공직생활을 마감한 천 이사장은 외교부 재임 당시 2006년 차관급으로 신설된 초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임명돼 2006년 4월부터 2008년 4월까지 2년간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로 활약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특히 천 이사장은 국내외 외교가에선 다자외교의 최고 전문가 중 한사람으로 꼽히며 얼마전 '대통령의 외교안보 어젠다: 한반도 운명 바꿀 5대 과제'(박영사)를 펴내기도 했다. 

방종관 전력개발센터장(위)과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이 토론자로 나서 연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정책세미나에서 천 이사장은 "북한은 핵 무력 증강과 고도화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고, 북한의 핵 보유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로 고착화하고 있다"며 최근 일고 있는 '독자적 핵무장' 주장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약 60% 이상이 핵무장에 찬성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핵무장이 정치경제 분야에서의 손실을 상쇄할만한 안보적 부가가치가 있는지 엄밀히 따져 봐야 합니다."

이와 관련 지난달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발간한 '변화하는 대북 인식: 북핵 위협 인식과 대응' 제하 보고서에는 지난해 11월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자체 핵개발 주장에 응답자 64.3%가 찬성하고 33.3%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천 이사장은 "(북핵 위협을 고려할 때)독자적 핵무장을 위한 NPT 탈퇴의 명분과 요건은 우리가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그럴 경우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농축 우라늄 공급을 끊게 된다"며 "이는 한국 전력의 30%를 차지하는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에 결정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독자 핵무장이 북한의 핵 사용을 억지하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우리가 자체적으로 핵을 개발, 3000여개의 핵탄두를 지닌 미국의 확장 억지에 1~2%를 더 보탠다고 해서 한미 연합억지력이 얼마나 강화될지 의문"이라며 "김정은도 미국의 핵보다 한국의 핵을 더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무부는 지난 15일 실전 배치상태의 핵탄두 수를 전격 공개하며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운반체로 ICBM과 SLBM, 전략폭격기를 총 662개 배치했고, 탑재된 핵탄두는 총 1419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앞서 2년전에는 미국이 2021년 9월말 기준 핵탄두 3750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AP, AFP 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이 핵무기 선제 사용할 수 있다고 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착각은 버려야 합니다. 핵무기의 치명적 문제점은 문명국이 선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북한의 핵 공격 직전에 이를 제거하는 정밀 탄도 미사일보다 선세 사용이 불가능한 핵무기가 더 유용한지, 한미동맹에 미칠 악영향은 어떠할지 따져봐야 합니다."

천 이사장은 "북한의 핵 선제 사용시 응징 보복은 사후 약방문이며, 소 잃고 외양간을 궁궐처럼 멋지게 고치겠다'는 공언"이라며 "최선의 안보 전략은 북한의 핵사용을 거부하는데 목표를 두고 전력구조도 거부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부 전력은 실시간 탐지할 수 있는 감시정찰 자산, 북한 미사일을 발사 1초전까지 제거할 탄도미사일, 놓치는 미사일을 요격할 다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책 세미나에는 방종관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전력개발센터장(예비역 육군 소장)과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 조비연 선임연구원이 각각 '한국형 3축체계의 발전방향'과 '연성 재배치 전략 제안'을 주제로한 연구 내용을 발표, 호응을 얻었다. 

이영종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정책세미나는 북핵과 안보문제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원 등 60여명이 참석, 질의와 토론 등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최노석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한편 한반도 평화 통일과 공정하고 건전한 여론조성을 목표로 2013년 전·현직 언론인이 참여해 출범한 한국언론문화포럼은 지난 2021년 11월 재창립에 준하는 정비를 한 후 지금까지 20차례의 세미나 개최와 회원들이 중심이 된 격월간지 ‘코리안드림’을 발간해 오며 한반도통일문제에 천착해 오고 있다.

엄기영 전 MBC 사장, 심의표 KBS 전 부산총국장, 이상진(한국통일지도자총연합 회장), 허남세(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 등이 고문진으로, 하종대(채널A 부국장), 이영종(중앙일보 통일문제연구소장), 박영환(전 KBS 광주총국장), 고철종(SBS 논설실장), 최경선(매일경제 논설실장), 고광본(서울경제 부국장), 김세원(전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이웅환(전 매일경제 도쿄특파원), 이순임(MBC 공정방송노조위원장), 최영재(자유일보 편집국장), 황상무(전 KBS 앵커) 등 전·현직 언론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