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게시판을 통해 '5·18광주민주화운동 43돌 및 5·23노무현대통령서거 14주기 (31회차)'라는 현수막 원판용 디지털 사진을 공개했다. 2023.05.17(사진=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게시판을 통해 '5·18광주민주화운동 43돌 및 5·23 노무현 대통령 서거 14주기 (31회차)'라는 현수막 원판용 디지털 사진을 공개했다. 2023.05.17(사진=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0일부터 자칭 '광주민주화운동 43돌'을 맞이하여 "다시, 민주주의!"라는 당 차원의 장외 현수막을 전국에 내걸고 나섰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당 차원에서 내걸고 있는 장외 현수막에 쓰인 글씨체가 간첩전력을 가진 인물의 글씨체를 사용하고 있어 국가관 논란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신영복 글씨체(體)'로,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적발되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던 故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흔적을 가감없이 쓰고 있다는 게 이 사건의 핵심이다.

지난 10일부터 17일 오전까지 민주당은 국회 앞 국회대로를 비롯하여 전국 당 지역위원회가 위치한 17개 시·도 주요 교차로와 학교 주변 등에 '다시, 민주주의!', '광주여, 민주주의여!' 등의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설치했다.

해당 현수막을 민주당이 설치한 배경으로는 자칭 "5.18 광주민주화운동 43돌 1980-2023"이라는 게 당 차원의 설명이지만, 여기서 사용된 글씨체는 모두 신영복 글씨체다. 신영복 글씨체는 지난 2021년 6월 초,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원장이던 박지원 당시 국정원장과 함께 국정원 경내 중앙 원훈석에 그의 글씨체를 사용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관련 기사 : [탐사기획] 대한민국 전역의 文 우상 신영복 '글씨체(體)'···집중 추적 내막 공개).

논란이 된 까닭은, 글씨체의 주인공인 故신영복 전 교수의 이력 때문이다. 신영복 전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다.

1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국회대로 앞에는 민주당이 설치한 '5.18광주민주화운동43돌 다시, 민주주의'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2023.05.17(사진=조주형 기자)
1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국회대로 앞에는 민주당이 설치한 '5.18광주민주화운동43돌 다시, 민주주의'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2023.05.17(사진=조주형 기자)

중앙정보부에 따르면 신영복 교수는 경남 밀양 출생으로 서울대 상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나온 인물로, 1966년 2월 통혁당 위원장(김종태)에 이은 김질락 민족해방전선 책임비서에게 포섭되어 '민족해방전선 조직비서' 및 '청년학생 지도책'을 맡았다가 1988년 가석방 조치됐다.

그랬던 이력을 지닌 신영복 교수의 생전 글씨체로 새겨진 원훈석을 국정원에 들여놓은 채 국정원장과 대통령이 사진을 찍었다는 점을 두고서 국정원을 비롯한 정치권 안팎에서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안보수사를 통해 피의자로 밝혀져 형이 확정되었던 인물의 흔적을 안보수사 주무기관 중앙부에 새겨넣었다는 점, 그리고 국가중앙정보기관·정보수사기관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한 행위였다는 지적이다.

그랬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의 글씨체가 2021년 국정원에서 사용된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존경한다던 발언 역시 빠질 수 없다. 그럼에도 신영복 글씨체가 계속 등장했던 까닭은, 지난 2020년 3월3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저작권위원회·한국문화정보원 등과 함께 자유로이 사용가능한 글꼴파일(폰트) 71종의 하나로 신영복글씨체(Tlab신영복체)를 배포하면서 비롯됐다.

신영복 글씨체의 대중화는 지난 2018년 10월9일 제572돌 한글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영복 글씨체는, 생전 그가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김민 교수에게 손글씨를 기증한 이래로 김 교수가 폰트개발 전문업체 박윤정앤타이포랩에 무상양도하여 제작하는 등의 과정이 진행됐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저작권위원회를 거쳐 문체부에 기증되어 'Tlab신영복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1월1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신영복 글씨체가 담긴 백드롭을 사용했으며 지난 3월17일에도 동일 글씨체가 쓰인 백드롭을 사용했다(관련 기사 : 더불어민주당, 계묘년 신년인사회부터 '신영복 글씨체(體)' 대국민 소개···논란 자초 / 민주당, 오늘도 '신영복 글씨체' 버젓이 내걸고 尹정부 외교 규탄···국가관 논란 자초)./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옆에는 박홍근 원내대표. 뒤의 백드롭에는 신영복 글씨체가 보인다. 2023.3.20(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옆에는 박홍근 원내대표. 뒤의 백드롭에는 신영복 글씨체가 보인다. 2023.3.20(사진=연합뉴스)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