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모자에 마스크까지 착용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 모자에 마스크까지 착용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롯데그룹은 창업주 고 신격호 회장(1922~2020)이 일본에서 자수성가룰 한 뒤 한국에 투자해서 만들어진 ‘보국(報國)기업’이다. 20여년 가까이 삼성과 SK, 현대차 ,LG에 이은 5대그룹의 지위를 유지할 정도로 재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호텔과 백화점 등 유통업으로 시작했지만 2세 경영자인 신동빈 체제에 들어 화학과 바이오, 수소, 2차전지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1년간 30대그룹 중 계열사가 가장 많이 늘어났다. 코로나19의 여파에도 13개의 계열사를 추가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있는 것이다. 추가된 계열사는 대부분 헬스케어, 바이오, 수소, 2차전지 등 업종으로 신동빈 체제의 롯데가 미래 산업으로 점찍은 사업분야다.

롯데 창업주 신격호 회장이 처음 한국에 백화점과 호텔을 만들때, “일본에서 돈을 많이 벌었으니 고국에도 투자해달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일제시대 일본에서 돈을 벌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기업’이라는 왜곡된 딱지가 붙여졌다.

롯데그룹에 대한 폄하는 위안부 문제를 정치에 이용했던 문재인 정권 때 절정에 달했다. 롯데는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산업의 위축과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지 1년여. ‘잠자던 거인’ 롯데와 신동빈이 깨어나고 있다. 롯데백화점(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은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 성장한 7960억원, 영업이익은 21.1% 증가한 1310억원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로 보복소비가 감소하며 명품 등 해외 패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지만, 식품(17.5%), 여성패션(15.1%) 남성·스포츠·아동(12.2%) 등 상품 매출이 급증한데 따른 것이다.

경쟁업체인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신세계백화점의 1분기 매출은 6.1% 증가한 6209억원, 영업이익은 9.2% 감소한 1103억원, 현대백화점은 매출 5727억원에 영업이익은 7.4% 감소한 952억원을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환경변화와 더불어 그동안 그룹의 발목을 잡아온 ‘악악재’였던 프로야구 구단 롯데 자이언츠가 올시즌 돌풍을 일으킴으로써 롯데의 진격에 시너지 효과를 불어넣고 있다.

‘꼴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만년 하위권을 맴돌던 롯데 자이언츠는 올시즌 유통업계 라이벌인 신세계그룹의 SSG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30년간 단 한번도 우승을 못한 롯데 자이언츠의 부진한 성적은 창업 본거지이자 주요 시장인 부산경남 지역에서의 영업부진과 그룹 및 신동빈 회장의 이미지까지 실추시켰다.

롯데 자이언츠의 부진이 이 팀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물론, 현재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부산출신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 롯데와 신동빈 회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데 큰 원인이 됐던 것이다.

롯데그룹이 부산에 추진중인 제2롯데월드 건설이 부산시와의 마찰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았다. 지난 2015년 신동빈 회장과 형 신동주씨간의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을 때, 롯데그룹이 핵심 수습책으로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투자확대를 내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랬던 롯데 자이언츠가 올시즌 홈 구장인 부산은 물론 원정경기를 가는 다른 지역의 구장까지 연이은 입장권 매진에 암표까지 나돌 정도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까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시청률이 치솟은 덕분에 사직야구장 광고판과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의 유니폼에 붙은 롯데 계열사 로고들이 노출되는 횟수가 늘었다.

온라인에서는 롯데리아를 ‘탑데리아’, 롯데월드를 ‘탑데월드’라 부르는 유행어가 나돌 정도다. TV를 넘어 SNS까지 롯데가 점령한 셈이다. 지난해 SSG에 밀려 야구계, 유통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던 모습과는 상반된 행보다. 오히려 순위가 더 높은 SSG보다 롯데가 더 주목받는 분위기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이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5.6
[롯데자이언츠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구단주인 신동빈 회장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인스타그램에 자주 글을 올리며 화제를 모았던 ‘용진이형’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달리 신 회장은 조용히 선수단을 지원하고 있다. 롯데 선수단의 활약에 다이슨 에어랩과 에어팟 맥스 등의 선물을 선수단, 구단 직원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는 유상증자를 통해 롯데자이언츠에 190억원의 자금을 지원, 올시즌 자이언츠 돌풍의 주역이 되고있는 선수들의 영입에 투자했다. 지난해 말 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는 롯데지주 홍보팀장을 자이언츠 대표로 선임했다.

과거 롯데자이언츠 대표는 대부분 퇴임을 앞둔 임원이 가는 자리로 여겨졌는데 지역사회와 소통이 가능한 50대 젊은 대표에게 자이언츠를 맡긴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출장길에 일정을 쪼개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 뉴욕메츠의 구단주 스티브 코언을 만나 구단 운영과 관련한 조언을 듣기도 했다. 메츠는 1986년 이후 37년째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롯데 자이언츠와 같은 처지다.

‘잠자던 거인’, 롯데가 윤석열 정부 출범과 더불어 깨어나 진격을 준비중인 가운데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가 그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