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자진 탈당을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논란의 여파가 민주당 지지율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을 뒤흔들고 있는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송영길 전 대표를 둘러싼 돈봉투 의혹도 만만치 않지만, 김 의원의 가상화폐 문제는 그보다 파급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갤럽이 발표한 2주간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에 비해 3%포인트 앞서고 있다. [사진=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갤럽이 발표한 2주간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에 비해 3%포인트 앞서고 있다. [사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리얼미터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호남에서 10.6% 하락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천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36.3%, 더불어민주당이 47.0%로 집계됐다. 지난 주 대비해 양당 모두 소폭 상승세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1.4%p, 1.5%p 각각 상승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민주당 지지율 추이에 대해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 관련, 여론 방향과 다소 엇갈린 결과가 나왔다"면서도 ”다만 핵심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권(10.6%p↓, 67.3%→56.7%)에서 큰 폭의 하락을 보여 코인 논란은 향후 민주당 지지율 전망을 어둡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사태가 민주당의 텃밭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2030세대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20대 12%, 30대 9% 하락

실제 최근에 발표된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에서의 민주당 지지율이 전주보다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32%로, 지난주 조사 결과가 그대로 유지됐다. 하지만 세대별로 큰 차이를 보인 가운데 특히 20대 지지율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20대는 지난주(31%)보다 12%포인트 빠진 19%만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30대 역시 지난주엔 42%가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이번 조사에선 9%포인트 하락한 33%만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가상화폐 사태가 2030세대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 사태가 조국 사태 못지않은 파급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철옹성이었던 40대 민주당 지지율도 22% 하락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보다 민심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현재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너무 자주 재판에 출석하는 이 대표의 모습에 국민 감정이 다소 무뎌진 면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돈봉투 사건의 규모가 김 의원의 가상화폐에 비하면 너무 약소한 데다, 돈봉투 의혹은 정치권의 해묵은 비리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남국의 가상화폐가 이재명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를 살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김 의원의 가상화폐 사건에서 거론되는 금액 자체가 어마어마한 데다, 가상화폐 사건 자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면에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민주당의 견고한 지지층으로 여겨지는 40대에서의 지지율 하락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2주 전 조사에서 민주당에 58%의 지지를 보낸 40대의 경우, 지난주에는 22%포인트 하락한 36%를 기록했다. 과반 지지층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이변으로 여겨졌다. 갤럽의 이번 주 조사에선 12%포인트 반등한 48%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김남국 가상화폐 논란이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을 반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어준의 ‘여론조사꽃’의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2.7%...다른 조사보다 20%이상 높아

하지만 가상화폐 논란이 보도된 직후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50%를 넘거나 50%에 근접하는 것으로 나타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맞는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김 의원의 가상화폐 논란은 지난 5월 5일 조선일보가 처음 보도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여론조사꽃'이 지난 5월5~6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52.7%로 나타났다. [사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여론조사꽃'이 지난 5월5~6일에 실시한 ARS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52.7%로 나타났다. [사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5월 5일을 전후해서 실시된 여론조사 중에서 한국갤럽(5월 2일~4일 실시)과 한국리서치(5월 6일~8일 실시)의 민주당 지지율은 32.0%였다. 메트릭스가 연합뉴스·연합뉴스TV 공동 의뢰로 실시해 9일 발표한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30.2%였다. 30% 전후의 지지율이라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친야(親野) 방송인 김어준씨가 차린 ‘여론조사꽃’이 8일 발표한 ARS 조사(5월5일~6일 실시)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2.7%였다. 하루 간격으로 발표한 메트릭스와 여론조사꽃의 민주당 지지율 차이는 무려 22.5%포인트에 달했다. 메트릭스 조사에선 국민의힘(36.6%) 지지율이 민주당(30.2%)보다 6.4%포인트 높았지만, 여론조사꽃 조사에선 민주당(52.7%)이 국민의힘(36.9%)보다 15.8%포인트 앞섰다.

김어준식 여론조사 두고 비판 거세

14일 공개된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 출연한 조선일보 홍영림 여론조사 전문기자는 이에 대해 “여론조사꽃은 5월 5일과 6일에 조사했다. 5월 5일은 조선일보에서 김남국 코인 사태를 첫보도한 날이다. 그걸 보고 우리나라 국민 절반이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그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고 지적했다.

홍 기자의 발언에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도 “김어준씨가 왜 여론조사 기관을 만들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에 홍 기자는 “대선도 여론조사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상대적으로 지방선거나 총선이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분위기가 이런 식으로 한쪽으로 타버리면 반대쪽에 있는 유권자들은 ‘소용없는 거 아니냐’면서 투표를 안 하게 된다. 투표율 때문에 억울하게 지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어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여론조사, 비싼 게 정확하다” 반박

지난 12일 공개된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 김어준은 여론조사꽃의 조사방식에 대해 “가상번호로 전화면접과 ARS를 동시에 하는 여론조사, 평일과 주말을 동시에 하는 유일한 조사.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여론조사. 비싼 게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은 ‘퇴근 시간 이후에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여론조사꽃'의 대표인 유튜버 김어준씨는 '비싼 게 정확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여론조사꽃'의 대표인 유튜버 김어준씨는 '비싼 게 정확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실제로 여론조사꽃의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박시영씨는 “평일 퇴근 시간 이후에 조사하는 게 좋다는 걸 모르는 여론조사업계 종사자는 없다. 그런데 비싸니까 못하는 것”이라며 “1주에 2500만원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번 전화해서 통화를 못한 피조사자에게 다시 전화를 거는 ‘콜백’ 등 학계에서 권장하는 엄격한 기준을 잘 지키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김어준과 박시영의 주장과 달리 여론조사꽃의 조사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수차례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를 가장한 ‘여론몰이용 조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실시한 조사에선 ‘1월 무역 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경제성장률이 IMF 이후 최초로 일본에 역전당했다. 현 정부의 경제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란 질문이 문제가 됐다. ‘무역 적자 사상 최고치’ ‘일본에 역전’ 등 문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는 식의 ‘답정너’ 질문이라는 지적이다.

최근엔 ‘대통령실 졸속 이전으로 어수선한 상황이 도청의 기회를 열어줬을 것이란 주장에 얼마나 공감하는가’란 질문으로 조사를 하기도 했다. ‘졸속’ ‘어수선한’ 등 자극적 문구를 넣어서 특정 방향의 결과를 유도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질문으로 평가받는 실정이다.

김어준, 김남국 가상화폐 의혹을 두고 또 다시 ‘음모론’ 제기

12일 공개된 유튜브에서도 김어준은 민주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크게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이재명 때리기도 효과가 다했는데, 태영호 의원 문제를 가만히 두면 대통령실 공천 개입으로 번져나갈까봐 김남국 껀을 꺼내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시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다.

김남국 껀의 핵심은 “왜 지금이냐?”라는 것이 김어준의 분석이었다. 그러면서 김씨는 “이건 1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때 이미 검찰은 인지한 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씨의 이같은 주장은 거짓에 해당한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로부터 이상 거래를 보고 받은 FIU가 검찰에 이상 거래를 통보한 것은 지난해 7월쯤이다. 이후 검찰이 김 의원의 업비트 지갑으로 위믹스 코인을 이체한 빗썸 지갑 2, 3개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시점도 지난해 10월이기 때문이다.

박시영 여론조사 전문가 역시 “윤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여론조사가 실시되기 때문에 여권 입장에서는 호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캐비넷에서 꺼내든 것이 김남국 껀’이라고 설명했다.

김어준과 박시영의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실시된 ARS조사 결과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52.7%였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6.9%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주에 이어 발표한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2주 연속 32.0%를 보이고 있다는 점과는 크게 대비되는 결과이다.

여론조사꽃이 지난 12일과 13일에 조사한 정당 지지율 ARS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9.4%로 나타났다. [사진=유튜브 캡처]
여론조사꽃이 지난 12일과 13일에 조사한 정당 지지율 ARS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9.4%로 나타났다. 위쪽이 ARS조사 결과, 아래는 전화면접 조사 결과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여론조사꽃이 지난 12~13일 실시한 ARS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9.4%로, 지난주에 비해 불과 2%포인트 하락에 그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사태를 겪고도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인 여론조사꽃의 조사 결과에 ‘진짜 민심을 조사한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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