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1.6.9(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1.6.9(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이철우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부친 이종찬 前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이 독립유공자 후손단체 광복회 신임 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낸 것으로 12일 알려져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광복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이종찬 전 이사장은 30년 전부터 한국사회의 정치적 지형상 최전선 등에서 은근히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민주당계 등 진보성향의 정치적 진영에서 활동했던 이력이 있었던 만큼 그간의 활동 내역이 공개될 경우 나름대로의 대응논리가 요구되는 모양새다.

먼저,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제23대 광복회장 선거 입후보자 등록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이종찬 후보 등 6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광복회장 선거는 25일 진행된다.

광복회는 독립유공자 후손단체로, 광복회장은 전통적으로 과거 일제시대 독립운동과 연계되어 있는 인물이 맡아왔다. 지난해 10월까지 故김원웅 회장이 맡아왔다가 국회 카페 수익금 횡령 사건에 연루되어 논란이 불거졌고,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새로운 인물이 광복회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으로 물갈이 되면서 신임 회장 선거가 대두됐다(관련 기사 : [부고] "이승만 친일정권, 김정은이 낫다" 김원웅 전 광복회장, 암투병 중 사망···누구?).

그런데, 이번에 이종찬 전 이사장이 지난달 25일 광복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며 "1965년 시작된 광복회의 역사 58년, 이제는 손볼 때가 됐다"라며 출마 선언을 밝힌 것. 이종찬 전 이사장은 이회영 선생의 손자라는 점에서 광복회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이사장의 조부인 이회영(李會榮) 선생은 과거 신흥무관학교 설립을 통해 독립군 양성 활동을하다가 '재중국조선무정부공산주의자연맹'이라는 단체를 조직했던 인물이다. 이를 두고서 이종찬 전 이사장은 그의 '우당(友堂)'이라는 아호를 내세워 우당기념관 관장·장학회이사장으로 활동했다. 또한 이종찬 전 이사장은 그 이후 2005년부터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이라는 직함으로도 활동하기도 했다.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이라는 직함을 내세우기 전이던 지난 1998년, 이종찬 전 이사장은 그해 신임 정부인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직후 국가안전기획부의 마지막 부장(장관급)을 역임하는 인물로 그에 의해 국가정보원으로의 조직개편이 단행된다.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 동북아 정세 속의 바람직한 한·일 관계' 이종찬 전 국정원장 초청 강연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강창일 의원, 이종찬 전 국장원장, 김태년, 장병완 의원. 2019.5.20(사진=연합뉴스)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 동북아 정세 속의 바람직한 한·일 관계' 이종찬 전 국정원장 초청 강연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강창일 의원, 이종찬 전 국장원장, 김태년, 장병완 의원. 2019.5.20(사진=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수백명의 대북·대공 역량을 갖춘 정보요원들이 조직개편의 파고를 맞아야 했고, 과거 국정원 요원이었던 송영인 씨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 1998년 4월1일 안기부 직원 581명과 대공경찰 2천500명, 국군기무사령부(지금의 국군방첩사령부)요원 500여명이 쫓겨났다"라는 것. 일명  휴민트(인간정보, Human Intelligence, 약칭 HUMINT) 대량해고 사건이다(관련 기사 : '국정원 1급 인선' 뒷말놓는 박지원···DJ '대북 휴민트 대량해고' 이중잣대 왠말인가 봤더니).

DJ정부에서 정보수장이었던 이종찬 씨는 DJ의 아들이기도 한 김홍업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김대중평화센터'의 '2021 김대중평화회의' 관할 행사인 '김대중평화회의'라는 행사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행사는 지난 2021년 10월26일부터 3일간 전남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서 김대중평화센터·전라남도(지사 김영록)가 주최한 행사로 이곳의 조직위원으로 이종찬 씨가 이름을 올렸다.

이 씨는 지난 2017년 5월 대선 투표일을 코앞에 둔 그해 4월27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문재인 前 대통령 당시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발족한 '역사와미래위원회(강창일 위원장)'의 원로 7명 중 한명으로 위촉됐다. 그 전 2016년 4월에는 제20대 총선 직전이던 3월12일 민주당 소속 총선 출마자 정세균 前 국회의장의 지역사무소를 찾았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와 같은 그의 행적은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의 국가안보기관 관련 행보 혹은 광복회장 선거와는 별개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집권 하에서의 광복회장 선거 출마와 연루되는 까닭은 그가 이미 스스로 밝힌 발언과는 다소 대조되는 모양새가 빚어지고 있어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관련 기사 : [단독] 국정원 산하기관 고위간부 인선, 전직 DJ계 정보수장 입김 관여됐나).

지난해 3월15일자 동아일보 보도(관련 기사 : 이철우 교수 “‘5년뒤 보자’ 尹에 문자…먼저 전화 안할 것”)에 따르면, 그 전날인 14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은 "우리(자신과 아들, 이철수 교수)는 절대 먼저 (윤 당선인에게) 전화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광복회 신임 회장 선거에는 이종찬 전 원장 외에도 5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조인래 조소앙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조소앙 선생 동생 조용한 선생의 손자)과 이동진 전 서울시지부장(이을성 선생 손자), 이형진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장(이재현 선생 아들), 차창규 전 사무총장(차희식 선생 손자), 장호권 전 회장(장준하 선생 아들) 등이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DJ정부 첫 정보수장이면서 국가안전기획부의 마지막 안기부장이자 국가정보원의 첫 국정원장 이종찬 씨. 그는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기도 하다.2019.4.23(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DJ정부 첫 정보수장이면서 국가안전기획부의 마지막 안기부장이자 국가정보원의 첫 국정원장 이종찬 씨. 그는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기도 하다.2019.4.23(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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