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사진=로이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사진=로이터)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신실크로드) 프로젝트에서 탈퇴할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한 참여국인 이탈리아가 연내 탈퇴할 수 있다는 블룸버그통신의 10일(현지 시각)자 보도에 중국 외교부는 즉각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전세계 영향력을 드높이기 위해 동·서남 아시아와 중앙아시아는 물론 유럽·아프리카까지를 중국과 육로(一帶)와 해로(一路)로 잇는 사업이다.

블룸버그통신은 G7 중 중국 일대일로에 유일하게 참여했던 이탈리아가 미국 측에 해당 투자 협정에서 연내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회의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 "이탈리아 정부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를 철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탈리아는 지난 2019년 3월 G7 국가 중 처음이자 유일하게 중국과 일대일로 사업 협정을 맺었다. 일대일로 사업은 참여국에 도로와 철도를 깔고 항만과 공항을 짓는 인프라 협력 등이 핵심이다. 당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미국의 반대에도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너지·항만·항공우주 등 분야의 협력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예상보다 경제적 이익이 적은 일대일로 사업 참여보다는 중국과의 관계를 재조정해 미국 등 서방국과 국익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반중(反中) 성향으로 알려진 멜로니 총리는 지난해 9월 대만중앙통신사와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 결정에 대해 "큰 실수"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때문에 이탈리아가 G7 정상회의 개최 이후 중국에 탈퇴를 통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터였다.

중국은 올해 10주년을 맞은 일대일로 사업에 힘을 싣던 차에 이탈리아의 탈퇴 소식을 접하고 이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중국과 이탈리아가 정부 간 일대일로 공동건설 협력 문서에 서명한 이래 양측은 경제·무역, 공업 제조, 청정에너지, 제3자 시장 등 각 분야 협력에서 풍성한 성과를 거뒀다"며 "중국과 이탈리아는 일대일로 협력의 잠재력을 한층 더 발굴하고 각 영역의 호혜적 협력을 강화해 중국과 이탈리아 관계의 발전 성과가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다각도로 전선을 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만을 세계보건총회(WHA)로부터 배제하는 것은 세계가 요구하는 포괄적인 글로벌 공중보건 협력과 안보를 약화시킨다"고 했다. 이달 21~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세계보건기구(WHO)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에 대만을 초청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 것이다. 대만은 WHO 창립 멤버였지만 유엔이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대만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박탈하면서 1972년 WHO에서도 퇴출된 바 있다.

이와 나란히 서방국가들도 연일 중국에 대한 질타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독일을 방문한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립적 입장을 취한 중국이 사실상 러시아편에 서 있다고 지적하며 "중립은 공격자의 편을 든다는 의미"라고 공개 언급했다. 캐나다도 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해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자국 정치인을 사찰한 의혹을 받는 중국 외교관을 '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하기로 하자 중국 정부는 캐나다 외교관 추방으로 맞대응한 데 이어 강력한 보복을 공언했다. 이에 대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외국의 내정 간섭으로부터 캐나다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흐름에서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연내 탈퇴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첨단 경제안보 질서 재구축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 중심 서방국가들의 연대에 이탈리아가 적극 동조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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