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지난 72시간 많은 진전...김정은의 과감한 결단 필요"
"아직 많은 일 남아, 6.12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아직 몰라"
"김영철, 김정은 친서 전달위해 워싱턴 방문"
폼페이오-김영철 '뉴욕회담' 2시간 20분만에 종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회담하고 있다(미국무부 홈페이지=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회담하고 있다(미국무부 홈페이지=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뉴욕을 방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고위급 회담을 마친 후 "지난 72시간 동안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미북이 합의를 하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며 이번 기회를 흘려버리는 것은 비극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또한 "김정은은 그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지도자이며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개월간 우리는 그것이 이뤄질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는 미북회담의 개최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이날 뉴욕 맨해튼 시내 롯데팰리스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의)조건들을 설정하는 데 있어 지난 72시간 동안 실질적 진전이 이뤄졌지만 아직 많은 일이 남아 있다"고 했다.  또한 "나는 김정은 위원장을 두 번, 김영철 부위원장을 세 번 만났다"며 "일련의 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라는 미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견지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해 북측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으로 가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라며 "그래서 김정은 즉 북한과 미국이 새로운 평화와 번영 그리고 안보의 시대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가 세계의 흐름을 바꿀 일생에 한 번뿐인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으려면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김정은 위원장이 그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지도자라고 믿는다. 앞으로 수주 또는 수개월간 우리는 그것이 이뤄질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미북회담 개최를 위한 최종 합의에 이르려면 비핵화 문제를 놓고 김정은이 정상 차원에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들(북한)이 과거에는 준비해본 적이 없는 전략적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 미래로 향한 길을 숙고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이것은 분명히 그들이 결정할 일이다. 그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걸어온 길과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미북회담이 두 정상에게 "미국과 북한을 평화, 번영, 안보의 새 시대로 이끌 역사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우리 두 나라는 이 기회를 흘려버리면 비극이 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상회담 최대 목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미국의 목표를 매우 일관되고 분명하게 알려왔다"면서 "그것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의 비핵화"라며 CVID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비핵화 범위를 놓고는 "이것은 그들 핵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들을 포함하는 것"이라며 "그들의 체제안전에 진정한 위협이 되는 것은 핵무기를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한 시험대는 우리가 이것을 달성할 수 있느냐겠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진행해 나갈지, 세계가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와 북한에 필요한 체제보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했다"며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맞바꾸는 '빅딜'의 윤곽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비핵화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북한에 안전보장에 대해 확신시킬 필요가 있다고 폼페이오 장관은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얻을 수 있는 밝은 미래의 비전을 제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강하고 (외부 세계와)연결된, 안전하고, 번영한 북한의 모습을 상상한다"며 "문화적 유산을 간직하면서도 국제사회에 통합된 북한"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경제적 번영과 함께 국제사회 편입을 비핵화의 대가로 약속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함께 노력해서 미국과 북한인이 불신과 두려움, 위협이 아닌, 우정과 협력으로 정의되는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미래에 대한 이 긍정적 비전을 공유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향후 비핵화 과정에 대해서는 "어렵고 힘든 순간도 있을 것이고 간극을 메울 수 없는 도전과 어려움도 있겠지만 우리의 임무는 그 간극을 메워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상회담의 조건과 관련한 질문에는 구체적 답변 대신 "진정한 진전이 있을 수 있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지점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데려다 놓을 수 있는 조건"이라고 언급한 뒤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지난 72시간 동안 큰 진전을 이뤘다고 재차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정상회담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면서도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다음날까지 알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모른다"고 말했다.

북핵협정 체결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폼페이오 장관은 "그것은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로 이 자리에서, 또 앞으로 어떤 협상 과정에서도 (내가) 말하진 않겠다"며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일은 국방부의 현안이다. 내가 오늘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피해갔다.

다만 한미일 3국의 공조 문제에 대해서는 "빛샐 틈이 없다"고 설명하고 이 문제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과도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도달할 합의는 그 나라들(한국과 일본)도 서명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중국이 전 세계에서 움직이고 있고 그 위험성은 도처에 있다"며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으로 어떠한 위험도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중앙)이 30일(현지시간) 만찬에 앞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고층빌딩이 즐비하게 늘어선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미 국무부 제공 사진. 국무부 관계자는 이 사진과 관련, "'여기가 뉴욕이니 랜드마크를 보라'는 식의 아이디어였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밝은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지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의 만찬 회동이 이뤄진 곳은 뉴욕 맨해튼의 고층빌딩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38번가의 55층짜리 코린티안 콘도미니엄이었다(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중앙)이 30일(현지시간) 만찬에 앞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고층빌딩이 즐비하게 늘어선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미 국무부 제공 사진. 국무부 관계자는 이 사진과 관련, "'여기가 뉴욕이니 랜드마크를 보라'는 식의 아이디어였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밝은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지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의 만찬 회동이 이뤄진 곳은 뉴욕 맨해튼의 고층빌딩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38번가의 55층짜리 코린티안 콘도미니엄이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복심'인 두 사람은 이날 뉴욕 맨해튼 38번가 코린티안 콘도미니엄에 있는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전날 만찬에 이어 본(本)회담을 했다.

회담은 오전 9시 5분께부터 시작해 오전 11시 25분까지 불과 2시간 20분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종료 직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지도자 간에 열릴 정상회담을 위한 우선 사항들을 논의했다"면서 "북한 팀과 실질적인 회담을 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오늘 김영철(부위원장)과 그의 팀들과의 회담에서 좋은 진전이 이뤄졌다"면서 "북한과 세계는 한반도의 비핵화로부터 크게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회담이 잘 진행됐다. 진전을 이뤘다"는 미 국무부 관리의 언급을 전하면서 좋은 진전이 이뤄져 회담이 일찍 종료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담은 당초 오전에 이후 잠시 휴식을 한 뒤 오후 1시 30분 정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예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북미 뉴욕회담이 이미 시작된 시점에 뉴욕회담에 대해 트위터에 "매우 잘 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도 했다.

김영철은 뉴욕회담을 발판으로 워싱턴DC로 이동,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그들(북한 대표단)이 금요일(1일) 아마 내가 기대하고 있는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해 워싱턴DC로 올 것"이라면서 "친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를 확인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욕회담과 김영철의 워싱턴행은 미북회담으로 가는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당초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가 결정됐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 취소 발표로 일정이 크게 흔들린 미북 간 첫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담판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담에서 미북 간 판문점 및 싱가포르에서의 접촉을 토대로,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이에 대한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 및 경제적 번영 지원 등에 양측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이날 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시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과 북한의 경제적 번영 지원 등을 약속하며 북한의 확고한 결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 간 만찬이 진행되는 도중 기자들에게 "북한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체제안전 보장을 기꺼이 제공하고 뿐만 아니라 북한이 경제적 번영을 누리도록 기꺼이 도와줄 것"이라면서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분명한 비핵화 목표라면서 북한의 행동과 확실한 약속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은 신속한 일괄타결을,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 비핵화 회담은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포함될 것이라고 언급, 미측이 핵 문제뿐 아니라 미사일 문제도 주요 협상의제로 제기한 것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북회담이 예정대로 다음 달 12일 열리길 희망하고 있다"면서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하기 위해서는 한 번 넘게 회담이 필요할 수 있다"며 정상회담이 2차례 이상 이어질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날 회담에 미측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시 김 위원장 접견에 배석했던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 임무센터(KMC)장과 마크 램버트 국무부 한국과장 등이, 북측에서는 대미외교 주요 실무자인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등이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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