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0억원대 가상화폐를 보유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이 자체 조사에 나서기로 해 주목된다. 당내 '돈봉투' 사건이 불거졌을 때 민주당이 자체 조사를 포기한 채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위믹스 코인 의혹이 민주당 '코인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TV조선 캡처]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위믹스 코인 의혹이 민주당 '코인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TV조선 캡처]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 의원의 가상화폐 사건이 전국민적 관심사항이 됐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상화폐 문제까지 더해질 경우 지지율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돈봉투 의혹 때와 다르게 김남국 직접 조사...민주당 내 다른 코인 투자설도 흘러나와

돈봉투 의혹에 어설프게 대응한 탓에 당 지지율이 떨어졌고 ‘이재명 대표 책임론’을 둘러싼 당 내홍도 재점화됐다는 것이 민주당 내부의 분석이다. 특히 가상화폐와 관련한 2030세대의 분노감이 큰 것을 고려해 당이 조기에 확실하게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 내 수십명의 의원이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돈봉투 사건과 달리, 김 의원 혼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가상화폐 사건에 적극 대응한다는 점에서 또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수석대변인은 8일 당 중앙위원회 종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본인으로부터 여러 소명을 당에서 듣는 중"이라며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사실상 조사"라고 말했다. 본인으로부터 내용에 대해 소명을 들은 뒤, 오후에는 본인이 직접 해명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당 차원의 조사가 윤리심판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것은 오늘 본인 소명을 들어보고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보유했던 가상화폐 ‘위믹스 코인’과 관련한 투자자가 민주당 내부에 더 있을 것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위믹스 코인 외에 테라‧루나 코인에 투자한 민주당 의원이 상당하다는 ‘카더라 통신’을 감안하면, 민주당 코인 게이트가 열리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과 지성호 원내부대표가 8일 국회 의안과에 민주당 김남국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과 지성호 원내부대표가 8일 국회 의안과에 민주당 김남국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남국, 변동성 큰 위믹스 코인을 거래한 이유는...가격 급등 정보 받았나?

김 의원이 투자했던 위믹스 코인은 2021년 국내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만든 가상화폐이다. ‘미르4’라는 게임을 할 때 보상을 해 준다는 취지로 발행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용이 어렵고 해외에서만 아이템을 교환하는 현금화 수단으로 쓰일뿐, 해당 코인이 결제를 지원하는 기능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1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원화거래소로 이뤄진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 DAXA)로부터 상장 폐지(상폐) 통보를 받으며 휘청였다가, 지난 2월 국내 5대 거래소 중 한 곳인 코인원에 재상장됐다.

김 의원이 거래했던 지난해 초에는 국내 투자자에게 '인기 코인'으로 분류됐고, 당시 가격은 현재 가격 대비 10배 가량 높은 1만2000원대에 거래됐다. 8일 오후 2시 40분 코인원 기준 위믹스는 전일 대비 2.30% 떨어진 1273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 의원은 2016년부터 가상화폐에 투자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투자를 많이 한 반면, 이후에는 김치코인으로 불리는 국내 개발 코인에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해 가상화폐 관계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비교적 안정적인 시세를 보이는 반면 김치코인으로 불리는 알트코인들은 급등 가능성이 더 높다”면서 “바로 그런 점에서 더 큰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초기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위믹스 코인을 보유한 경위와 관련해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7일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이런 김치코인은 정말 싼 가격에 사서 갑자기 뜰 때 인출하면 수익이 엄청나다. 그렇다면 김남국 의원이 이런 정보를 어디서 받았을까?”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이에 대해 신지호 평론가는 “민주당 보좌관 출신들이 가상화폐 거래소나 코인 관련 회사에 대거 영입됐다. 주로 대관업무를 하면서 코인 관련 유리한 입법활동을 해주는 대신 내부 정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남국 의원도 이런 내부 정보를 받아서 80만개를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 평론가는 설명했다.

실제로 코인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김 의원이 위믹스 코인을 구입한 ‘자금 출처’에 대해 “‘위메이드’에서 주요 젊은 정치인에게 6천만원 상당의 코인을 줄 수도 있다고 본다. 200원 짜리 코인이 2만원이 된 것이라면 100배 상승한 것인데, 6천만원 상당의 코인을 기부했다면 60억이 된 것이다”라는 글을 발견할 수 있다. 코인을 이해하는 젊은 의원에게 주는 6천만원은 큰 로비 자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남국 의원, 주변 지인 등에게 ‘코인 투자’ 권유...코인 투자한 민주당 의원들 거론돼

김 의원은 지난해 초 위믹스 코인을 인출해서 다른 코인으로 갈아탔다고 해명한 바 있다. 새로운 코인으로 갈아탔는데, 폭락해서 개털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코인 투자자 단체방에서는 ‘김 의원이 루나로 갈아탔다’는 글이 다수 확인된다. 테라‧ 루나 코인의 개발자 권도형과 민주당 고위 관계자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루머는 진작부터 돌고 있었던 상황이다.

신 평론가는 이에 대해 “김 의원이 왜 루나로 갈아탔을까? 테라 주범 권도형과는 무슨 관계일까? 김 의원만 그랬을까? 김 의원은 여러명 중의 한명에 불과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 평론가는 민주당 의원 중에 코인에 손 댔다는 사람이 여러 명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만 아직 실명을 거론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이 논설위원은 “김 의원이 저와 별로 친하지도 않는데, 저한테도 코인을 투자하라고 했다. 저한테도 그럴 정도였다면 7인회 멤버 등 친한 국회의원들에게는 권하지 않았겠느냐?”고 맞장구를 쳤다. 지난 대선 기간 중 이재명 대선 후보의 수행실장을 맡았던 김 의원이 이 후보에게도 투자를 권유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점도 거론했다. 대선 패배 직후에도 ‘방산 관련 주식’에 2억원이나 투자를 했던 이 대표의 성격상 위믹스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논설위원은 김만배의 대장동 수익도 코인에 은닉돼 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처럼 김남국 의원 뿐만 아니라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코인투자에 동참했다는 이야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무성해짐에 따라, 김남국 의원의 위믹스 코인이 ‘코인 게이트’의 서막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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