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학생으로서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에 교환학생으로 와있는 나는 예기치 않게 역사적 현장을 접할 기회를 맞았다. 지난 6일(현지 시각) 있었던 영국 왕 찰스 3세의 대관식이다. 영국 왕의 대관식 자체가 70년만에 일어난 일이니,이런 기회를 잡게된 것은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과분한 행운이었다.

영국 왕의 대관식에 대해 영국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새벽 5시반에 집에서 출발해 전철(district line)을 타고 빅토리아역(Victoria Station)에서 내렸다. 나는 그곳에서 멀지 않은 올드게이트 이스트역(Aldgate East Station)의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대관식 퍼레이드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버킹엄궁 인근의 제임스 공원(St.James's Park)으로 가서 행진 길을 따라 줄을 섰다. 새벽 6시였지만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보고 싶은 대로 볼수 없을 만큼 시야가 아주 제한적이었다. 뉴스를 보니 사람들이 전주 화요일부터 텐트를 치며 왕을 기다렸다고 한다.

10시24분에 왕이 등장했다. 군인들과 말들이 나타난뒤 그 뒤로 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까치발을 하며 모습을 지켜봤으나,황금색 마차(Gold State Coach)는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그럼에도 영국인들은 너무 좋아했다.

God bless the King!
I see the King. Oh God!

영국인들의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영국인들은 남녀노소 가릴것 없이,친구들끼리 혹은 가족들끼리 너무나 많이 운집해 있었다.퍼레이드는 2.3km의 거리를 30여분간 이동했다.

왕은 이렇게 내 눈앞을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왕은 이후 웨스터민스터 사원(Westminister Abbey)에서 대관식을 진행했다. 그 모습은 공원에서 큰 스크린으로 상영할수 밖에 없었다. 영국인들은 그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찰스 3세는 대관식에서 제단앞에 무릎을 꿇고 "당신의 모든 자녀와 모든 믿음과 신앙에 축복이 될수 있기를,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라며 특별 기도문을 낭독했다. 영국 국왕이 신앙을 언급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2.23kg 무게의 '성 에드워드' 왕관을 찰스 3세의 머리위에 씌워 주는 것이었다. 이 왕관은 세계에서 가장 큰 530캐럿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박힌 보석이 444개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너무 안 보여서 대관식 행사를 다 보지 않았다. 같이 온 친구들이랑 그냥 현장을 떠나 민생고를 해결하러 갔다.새벽부터 나와 5시간 이상을 서 있었으니 피곤할만도 했다. 

이번 대관식을 계기로 처음으로 영국인들의 군주제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그저 일개 외국 유학생일 뿐으로,딱히 지금까지 이같은 대형 의식을 경험하거나 본 적이 없었는데, 영국인들이 왕을 정말 좋아한다고 느낄 수 있었다. 그날은 심지어 비가 많이 왔고,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찰스의 대관식이었지만,현장에서 만난 영국인들은 모두 왕에 대해 환호했다. BBC여론조사에서 영국 국민의 62%가 군주제를 지지하고 있다고 했는데,체감도는 그 이상이었다. 21세기에도 왕은 존재할 이유가 있기에 존재할 것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영국의 정돈되지(?) 않은 체계에 실망감도 느꼈다.

질서가 잘 잡히지 않고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퍼레이드가 이뤄졌고,스크린 상영도 마찬가지였다. 어수선했다.

그리고 나의 영국인 친구들 가운데 백인 아닌 친구들은 다들 왕족에 관심이 없어서 대관식을 안 보러 간다고 했다.그들은 대관식 자체를 백인 문화라고 싫어했다.

영국은 이렇게 또하나, 세계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언젠가 있을 윌리엄 왕세자의 대관식때는 영국 왕이 얼마나 더 사랑을 받을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영국 런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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