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지난 24일 북한이 실제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는지 증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31일 전했다. 북한이 공개한 영상으로 추측건대 폭발방식과 규모가 갱도 깊은 곳에까지 영향을 미칠 파괴력을 갖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북한은 지난 24일 핵무기연구소 공식 성명을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곧바로 이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북한이 핵 실험장을 폐기한다고 주장하는 행사를 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기를 바라지만 확인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북한은 미국과 한국 측에 국제전문사들과 당국자들을 초청해 핵실험장 폐기를 검증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영상과 사진만으로는 해당 핵 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VOA에 “갱도 입구에서 폭발이 있었던 것은 우리 모두가 목격했고, 또한 터널 안쪽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사진들도 공개됐지만 북한의 주장처럼 터널들이 완전히 폐기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갱도 내부로 연결되는 배선 장치 등이 기자들에 의해 목격되기도 했지만 멀리서 지켜봐야했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이라크 무기 사찰에 참여했던 올브라이트 소장은 “핵실험장이 북한의 주장처럼 완전하게 폐기된 것이 아니라면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두 개의 갱도는 수 주 안에 다시 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핵 폐기 전문가인 셰릴 로퍼 전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원은 VOA에 “이번 폐기 조치로 해당 터널들이 수십 미터 정도 무너져 내린 데 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퍼 연구원은 “폭발 장면을 담은 영상을 확인한 결과 사용된 폭파 장치는 매우 조악해보였고 폭파 역시 최소한의 규모의 작업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실험장의 갱도를 다시 뚫는다면 또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로스 연구원은 외부인들이 방사능 측정기를 소지하지 못했던 점을 아쉬운 대목으로 꼽으면서 자신이 카자흐스탄 세미팔라틴스크 핵 실험장 해체 작업에 참여했을 당시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방사능 물질 등이 유출됐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방사능 측정기를 통해 정확한 실태를 확인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한편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측 관계자들이 한국 취재진에게 풍계리 3번 갱도 앞 개울물을 마셔보라고 권했다는 보도에 대해 “나쁜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1980년대 미국의 핵무기 시설에서 방사능과 독성 물질 오염과 관련한 많은 일을 했을 당시 현지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시설이 가장 안전하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방사능이나 수은이 나중에 검출되기도 했다”며 “핵 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항상 고립된 상태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스스로 설득하며 지낸다”고 말했다고 VOA는 전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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