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미세먼지 측정·예산·대책 미흡, 서울페이 추궁 잇따랐으나
일찍 시간초과된 박원순, 김종민 대리답변·방탄 속 "다음 4년 더 잘하겠다"

6·13 지방선거 서울특별시장 여야 후보들이 처음으로 방송 토론회를 통해 정면으로 맞붙었다. 지난 30일 밤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서울특별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는 박원순 더불어민주당·김문수 자유한국당·안철수 바른미래당·김종민 정의당 후보가 참석했다. 

여기서 김문수 후보는 '미세먼지', 안철수 후보는 '남탓'을 화두로 올려 현직 시장인 박원순 후보의 지난 7년 시정(市政)을 협공했는데, 박 후보는 직접적인 논박 없이 받아 넘기는 가운데 김종민 후보가 측면 지원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정의당 김종민 서울특별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서울특별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정의당 김종민 서울특별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서울특별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 후보는 "서울이 지난 7년간 계속 나빠졌다. 서울시장이 서울시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총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 아니겠나"라며 "박 후보 말을 들어보면 유체이탈형 화법이 많다"고 전제했다.

이어 "미세먼지 얘기하면 경기도가 협조 안 했다고 경기도 탓, 재건축‧재개발 지적하면 국토교통부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국토부 탓, 많은 시민이 잘 아는 미세먼지 문제, 150억원을 먼지처럼 날려버린 데 대해서도 그 정책 시민이 제안한 것이라고 시민을 탓한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죽하면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이 '제발 남 탓하는 시장이 되지 말라'고 지적했겠나"라고 날을 세웠다. "저는 팩트(사실)만 말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 후보는 "안 후보님 어떻게 그 많은 것들을 정리하셨느냐"고 농담을 건넸고 안 후보는 "여기 다 적어왔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에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들은 잠시 모두 미소를 지었다. 

박 후보는 "저는 안 후보에게 감사한 게 많다. 2011년 서울시장 양보, 2014년 당대표로서 저를 아주 세게 지지해 준 것"이라며 "최근에도 박원순은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얘기해주셨는데 지금은 또 비판하시니 좀 야박하시다, 서운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튼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에서 일어난 건 다 제 책임이다. 사고 원인과 구조를 말하면서, 6년 서울시장을 하다보니 그렇게 말한 적도 있나 보다"라고 구체적 해명 없이 넘어갔다.

그러면서 박 후보가 김문수 후보의 '(처음에는) 출마 생각이 없었다'는 예전 발언을 들어 사과하라고 공세를 펴자, 안 후보는 "제가 지적한 부분에 답변 안 하고 넘어갔다"고 꼬집었다.

뒤이어 재차 추궁하자 박 후보는 "(국토부 탓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 그랬다", "(재건축 재개발 서울시장 조정권은) 시장과 구청장 국토부장관이 하는 게 따로 규정돼 있어 어쩔 수 없다", "(미세먼지 대중교통 무료화 예산 150억원 낭비는) 3000명이 모여서 광화문 광장에서 여러가지 제안을 했다"는 식으로 응수했다.

그러자 김종민 후보가 "저는 (미세먼지 대중교통 무료화에) 150억원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 못쓰냐"고 박 후보의 역성을 들었다. 안 후보가 "50억은 봐줄 수 있는데 효과가 없는데도 두번에 걸쳐 100억을 더 날렸다"고 반론을 펴자 그는 "박 후보에게 묻고 싶은데 150억 쓴 다음의 대책을 내놓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며 박 후보의 답변을 유도했다.

박 후보는 "대중교통 무료화라는 건 처음부터 종국적인 정책이 아니고 마중물"이라고 맞장구를 친 뒤 "독일의 경우 아예 평소에도 대중교통을 무료화한다. (프랑스) 파리 시장도 아직 시행은 안됐지만 이걸 검토한다"고 주장했다. '차량 2부제로 자동차를 줄이자'는 김종민 후보 주장에는 "법령으로 해야 할 일"이라거나 "정책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니까"라고 답했다.

김문수 후보는 "지금 박 후보 (시장) 취임 이후 미세먼지가 나빠지고 있는 것 아시냐"고 파고들었고, 박 후보가 "그건 팩트좀 체크해보라"고 맞받자 "시민들이 마스크 더 많이 쓰는 것 아시냐. 취임 이후 계속 나빠지고 있는 것 아시냐"고 재차 추궁했다. 박 후보는 "현재 상황에서 미세먼지가 좋다고야 말할 수는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문수 후보는 "문제는 이 표시(현재 미세먼지 예보)보다 (체감이) 더 나쁘다는 것"이라며 "미세먼지 측정이 전부 20~30m, 사람 코 높이인 1.5m에서 안 한다. 거기(코 높이)에서 하면 스마트폰과 전광판에서 나오는 농도보다 15~25% 더 높다. 지하철 플랫폼은 더 하고 지하상가는 말할 수 없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세먼지에 가장 책임져야할 사람이 박원순"이라고 짚은 뒤 "중국발 미세먼지가 가장 많은데, 이걸 해결한다고 베이징 시장과 박원순 시장이 협약해서 연구 과제를 4억1000만원 들여 한 게 '삼겹살 구울 때 미세먼지가 얼마나 나오느냐'(였다). 코미디를 해도 이렇게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대중교통 공짜버스 150억원도 문제가 있지만 미세먼지를 중국과 연구하면 중국 어디에서 미세먼지가 발생해 어떤 기류를 타고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 않고 '삼겹살 구울 때' 이런 걸 하는 건 예산낭비 아니냐"고 질타했다. 

김문수 후보는 "광화문에서 3000명 토론하면 미세먼지가 없어지나. 없애려면 환경과학으로 가야지, 그 방법을 안 쓴다"며 "왜 측정은 전혀 안 하나. 환경부, 민관 부처에서도 나온 게 있는데 전혀 관심이 없다. 딴 데에만 관심이 많고 시민단체 (서울청사) 6층 마피아 시민운동한 것이다"라고도 했다.

이에 박 후보는 "그게 무슨 관계가 있나"라고 응수한 뒤 "굉장히 지엽적"이라고 주장했다. 일명 '연합뉴스 팩트체크'를 거론하며 "(미세먼지가) 과거보다 나아진 건 아니지만 크게 나빠지지도 않았다"면서 "55%가 중국 영향이란 것 아니냐, 중국과 울란바토르 13개 동북아 도시들과 꾸준히 노력하고 있고 서울시는 기후환경본부라는 게 있어서 수백만 공무원이 온갖 노력을 다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문수 경기지사였던 2006년~2014년 경기도가 서울시보다 미세먼지가 더 높다"며 "그땐 어떤 일을 했나"라고 반격했다.

김문수 후보는 "경기도는 공장도 많고 미세먼지를 어디서 측정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반박한 뒤 "중요한 건 서울시장 토론이다. 오세훈 시장 때는 (미세먼지 농도가) 내려갔는데 왜 박원순 때는 올라가느냐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종민 후보는 "이해가 안 되는게, 실내공기질 측정하면 미세먼지가 없어지느냐"고 박 후보에 대한 공세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안 후보가 나서 "팩트체크가 우선이다. 지금 현재 박 시장 취임기간동안 미세먼지가 7.3% 나빠졌고 초미세먼지는 8.7%가 나빠졌다. 그리고 OECD 데이터보면 더 심하다. 40% 나빠진 걸로 나온다"고 '숫자'로 승부를 걸었다.

이어 박 후보가 거론한 기후환경본부에 대해 "찾아보면 예산을 그동안에 20%, 1000억원을 삭감했다. 오히려 이 부분 예산이 행정 우선순위 반영하는 것 아닌가. 이 예산을 깍은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추궁했다.

박 후보는 "서울시 예산은 기후환경본부도 있고 서울 숲을 만드는 데 12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이런 것도 잡혀 있고 제가 '미스터 디테일'로 불린다"고 반론을 폈으나, 안 후보는 "그런 분류한 부분까지 봤는데 거긴(서울숲 관련은) 더 심하게 3000억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연합뉴스 팩트체크'를 보라며 빠져나갔다.

이밖에 안 후보는 박 후보의 일명 '서울페이' 도입 공약에 관해 "(중국의) 위쳇페이와 같다면 어떤 방식인가", "중국 위쳇페이도 0.5%~0.6% 수수료를 받는데, 이미 있는 망(網)이어도 그 돈을 내야한다. 그 돈을 소상공인들에게 받지 않겠다고 하면 서울시가 낼 수밖에 없는데, '아무런 돈도 안 든다'고 해서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질문했다.

박 후보는 "전문가들이 충분히 검토해서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고, 안 후보는 "저도 전문가다. 그래서 설명이 더 필요하다는데 예산이 필요하다는데 계속 빠져나간다"고 집요하게 추궁했다. '이건 굉장히 단순한 비용 문제'라고 따지는 안 후보를 보고 김종민 후보가 별안간 "박 후보는 답하지 마세요"라고 감싸기도 했다. 

박 후보는 김문수 후보에게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남북관계 위장평화쇼 발언에 동의하느냐'고 물으며 화제를 돌렸고, 김문수 후보는 "미세먼지가 중요한데 답을 못 주겠다면 사과해야한다. 태도를 분명히 해 주시라"고 먼저 짚었다.

그러면서도 홍준표 한국당 대표 발언에 대해 "핵심적인 핵 폐기 그리고 북한 납북자 송환을 받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취지"라며 "오히려 자유를 찾아온 탈북 여종업원들을 (북으로) 보내냐 안 보내냐 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러자 박 후보 대신 김종민 후보가 나서서 "그런 전제조건 같은 게 정치를 망치고 평화분위기를 완전히 망치는 것"이라며 "어느 시대 정치를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올드보이 수준도 아니고 구석기 시대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후 토론은 서울시 인권헌장의 부활, 박 후보 재임 내내 유지된 7억원 가량의 '시(市)금고 빚'과 이자 상환 방식 등으로 화제가 넘어갔다가 각 후보 마무리 발언으로 이어졌다.

안 후보는 도중에 '1분 찬스'를 써 "아까 박 후보가 제 질문에 답하느라 시간을 아낀다더니 결국 제가 물어본 3가지를 다 답 안했다"고 지적한 뒤 서울시 공무원노조가 박 후보를 규탄한 성명을 읊으며 "(재직 중 자살한 공무원이) 재임기간 때 특별히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는데, 생명이 어떻게 숫자냐.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박 후보도 1분 찬스를 썼으나 "후보들께서 굉장히 다양한 주제에 관해 많은 구상과 공약 질문을 해줬다. 전부 저한테 해줘서 제가 충분히 답변 못한 것도 있다. 저는 제가 모든 것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찰할 부분도 많고 시행착오도 있었다"며 구체적 답변 없이 "다음 4년 확실히 더 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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