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인지(認知)해 입건한 사건에 대해 경찰 스스로 무혐의 판단을 내린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2일 서울 종로경찰서 소식통에 따르면 동 경찰서는 최근 퇴거불응 혐의로 인지·입건한 시민단체 관계자 3명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2일 새벽 동 경찰서 관내 주요 장소에 집회 신고를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 위치한 동 경찰서 임시 청사 로비에서 대기하던 중 경찰의 퇴거 요구에 불응한 혐의로 입건됐다.

당시 서울 종로경찰서 당직 근무 경찰관(순경)이 이들에게 청사에서 나가 줄 것을 세 차례 요구했으나 이들은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해당 경찰관은 경찰에 112 긴급 신고를 했다. 이에 출동한 종로2가 지구대 경찰관들 역시 이들에게 다섯 차례 퇴거 요청을 했으나 이들은 경찰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들이 청사 보안 업무에 지장을 줄 위험이 있고 민원인들의 통행에 방해가 됐다는 이유로 세 사람을 퇴거불응 혐의로 입건했으나 동 경찰서는 ▲동 경찰서 청사 로비가 일반에 개방돼 있는 곳이라는 점 ▲피의자 3명이 ‘집회 선순위 확보’라는 명확한 목적으로 청사를 방문한 점(따라서 24시간 대기가 불가피하다는 점) ▲집회 민원이 많은 경찰서의 경우 24시간 민원실을 따로 설치해 업무 편리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가 있었다는 점 ▲피의자들이 경찰서 청사의 평온을 해할 만큼 소란을 피운 사실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이들 세 사람을 검찰로 송치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 3명을 변호한 구주와 변호사는 “경찰이 스스로 범죄 사실을 인지해 입건한 사건에 대해 스스로 무혐의 판단을 한 것은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며 혀를 찼다.

구 변호사는 “이들 3명에게 퇴거 요구를 하고 이들을 청사 밖으로 끄집어낸 경찰관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한 상태인데, 이들 3명의 무혐의 판단이 내려진 만큼, 경찰관들의 혐의 입증이 용이해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22일 좌파 단체 집회에 항의를 하던 시민 2명을 불법으로 체포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당일 집회 현장에 골프복 차림으로 공무원 신분증을 패용하지 않은 채 나타난 유동배 서울 종로경찰서 서장(총경)은 촛불승리전환행동 측 행진에 대해 메가폰을 사용해 항의하던 이진원 씨를 집회방해 혐의로 체포할 것을 지시했다. 체포 사유는 이 씨가 과거 수 차례 반대 성향 단체에 대해 집회를 방해하는 행위를 했고 체포 직전 충돌이 임박한 상황으로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었다는 것.

경찰들에게 붙들린 이 씨는 그대로 동 경찰서로 압송돼 약 7시간 동안 갇혀 있어야만 했다.

이에 대해 이 씨의 변호를 맡은 시민단체 국민특검단 소속 유승수 변호사는 현행범 체포 요건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불법체포이자 불법감금에 해당한다며 해당 지시를 내린 유동배 서장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펜앤드마이크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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