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9월 19일 방북 중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평양 릉라도5월1일경기장에서 연설을 해 15만 평양 시민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미국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을 한 것에 대해 서울대학교 동문들은 매우 놀라워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북한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자되는 모양새다.

서울대 재학생과 동문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윤 대통령의 영어 연설 관련한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영어 연설 장면을 보거나 들은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대체로 공통된 반응을 내보이는 모습이다. '생각 외로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다.

제일 먼저 글을 올린 구성원은 "윤석열 영어 발음 생각보다 좋다. 좀 놀랍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단기간 연습해서 된 게 아닌 발음이다. 저정도 영어 연설 전달하는 대통령 오랜만에 보는 듯하다" "억양도 괜찮아서 귀에 잘 꽂힌다" "음절구분, 액센트, 인토네이션(음정)이 괜찮다" "저 나이대 치곤 발음이 자연스럽다. 또래 기업인들도 저만큼 하는 경우 드물다" 등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유학생 신분이거나 아예 미국에서 터를 잡은 구성원들이 보기에도 윤 대통령의 영어 발음이 괜찮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미 의회에서 영어 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연설문 내용도 훌륭하다는 칭찬이 쏟아지기도 했다.

연설문에 대해 한 구성원은 "스스로 썼는지 보좌진에서 써준 건진 모르겠지만,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 명확한 내용이 돋보인다"며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하면서 공동의 주적을 명확히 설정하고 거기에 무작정 섬멸 및 파괴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이념 아래 인도적인 대응을 강조하는 마무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연설 내용 구성이 상당히 좋다. 한미관계에 대한 이번 정부의 지향을 명쾌하게 드러낸 것 같다"고 밝혔다.

 일부 구성원은 연설문 완성도를 '서울대생의 특질'과 연결시키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서울대 출신들이 성실하게 노력하고 성취하는 재주는 대부분 갖췄고, 자리 앉혀서 일 시켜놓으면 안 망하게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목표치도 높아서 어느 이상은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천하제일' 서울대 법대 출신인데 오늘만큼은 인정한다" 등의 반응이 있기도 했다. '천하제일'이란 과거 서울대 법대가 사법고시 합격률에서 타대 법대를 압도했고, 입시결과에 있어서도 서울대의 다른 어느 단과대보다도 높았던 점 때문에 붙었던 수식어다.

간간이 들어갔던 유머와 미국 정치인들에 익숙한 연설 방식을 차용했던 것에 대한 칭찬도 있었다. 한 구성원은 "미국 의회 연설 클리셰라고도 할 수 있는데, 'No matter where you sit, you stand with Korea(당신이 어디 앉든 한국과 함께 서 있는 겁니다)'라고 하니 의원들 다들 일어나 박수쳐주는 게 인상 깊었다"며 "이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중의적 문장으로 만들었고, 그걸 청자들이 모두 이해하고 다같이 반응해서 좋았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만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연설했다면 '종전선언' '북한과의 대화 시도' '대북 지원' 등의 내용을 연설문에 틀림없이 포함시켰을 거라는 예상도 등장했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혹여나 대통령이 돼 미국에서 연설했다면, 지극히 한국스러운 논리나 감성팔이 내용 등을 연설문에 포함시키거나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북·중 등 다자간에 논의돼야 할 사항 등이 들어갔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무엇보다도 문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평양 방문 중 했던 연설로 평양 시민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던 것이 비교되고 있다.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글 제목은 '문재인 연설이야말로 기립박수 받고 더 반응 좋았음' 이지만 내용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다. 즉 반어법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글이다.

그는 평양 릉라도5월1일경기장에서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나와 함께 이 담대한 여정을 결단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 여러분의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연설을 해 12차례나 기립박수를 받았다.

문 전 대통령이 연설 전 관람했던 대집단체조는 개인의 자유와 개성 말살의 결정체다. [사진=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이 연설 전 관람했던 것은 북한 공산주의 예술의 결정체인 대집단체조였다. 이는 다수의 인간이 단 하나의 빈틈도 보이지 않아야만 보일 수 있는 공연이지만, 인간 개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말살함으로써 이뤄지는 '전체주의적' 공연이기도 하다. 또 김정은을 비롯해 '백두혈통' 김씨일가야말로 북한 2000만 인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의 상징 그 자체다.

한국과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미국에서 박수갈채를 받은 윤 대통령과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전체주의 세력 북한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문 전 대통령이 비교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서울대 구성원들은 평가하고 있는 이유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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