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복지부 장관 "대한항공 경영진 면담 등 주주권 행사하자"
'연금 사회주의' 비판 받는 스튜어드십 코드 전초전 격 지적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보건복지부 제공)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보건복지부 제공)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문제를 명분으로 국민연금을 동원해 공개서한 발송, 경영진 면담을 요구하면서 주주권 행사에 나설 뜻을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2.4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박 장관은 3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3차 회의에서 박 장관은 "국민연금이 국민들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고, 장기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대한항공의 주주로서 사용할 수 있는 주주권을 행사하자"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 관세포탈, 재산국외도피 등에 대한 보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며 "대한항공 경영진이 의미 있는 조치들을 시행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이런 식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의결권 찬반, 기업의 배당 확대 등의 제한적 조치만 해왔던 국민연금이다. 대한항공 갑질 사건에 대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기업의 실무자를 만나겠다는 식의 공개적 행위를 한 적은 없었다.  

국민연금의 이번 조치를 두고 오는 7월 도입을 앞둔 스튜어드십 코드의 전초전 격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행동지침을 말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박 장관의 국민연금을 동원한 민간기업 주주권 행사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민이 자신의 노후를 위해 불입한 돈인 국민연금이 장관 개인이나 정부 돈이냐"며 "국민연금이 대부분의 주요 기업 지분을 적지않게 보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식의 주장은 정부가 어떤 기업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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