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정신세계를 ‘문인화’적 전통에 입각
시적 감성으로 따스하게 표현
백토, 종이죽, 석채 등 닥원료 등 
한국적 소재의 다양한 실험 
세계적 갤러리 '사치'에서도 큰 호응 
5월 20일까지 U.H.M 갤러리에서 초대전 

동양철학의 정신성에 현대적 미의식을 가미한 작품들로 끊임없이 글로벌 화단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김병종 화백. 

이글거리는 태양을 닮은 붉은 꽃 ‘화홍산수(花紅山水)’로 부터 마치 살랑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풍죽(風竹)' 연작들 그리고 아득히 날리는 송화(松花) 가루…. 작품이 걸린 전시장에 들어서면 '생명의 노래'가 가득 넘쳐 흐른다. 

'생명화가'로 유명한 김병종 화백(서울대 미대 명예교수, 가천대 석좌교수)이 서울 남산자락의 U.H.M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열고 내달 20일까지 작품 40점을 선보인다. 200호(259.1×193.9㎝)가 넘는 대작들에서 부터 비교적 소품에 이르기까지 모두 "생명의 농사를 지어 화폭 위에 아로새긴 것"이다.

김병종 화백의 작품 '화홍산수'(위)와 '풍죽'. 

김 화백은 국내 화단보다는 해외에서 더 유명한 화가다.

데미안 허스트를 필두로 한 영국의 ‘yBa(Young British Artists)’ 작가 그룹을 세상에 알린 런던의 사치갤러리에서 지난해 10월  ‘스타트 아트페어 런던 2022’에서 그의 작품을  소개하게 된 데도 현지 화단에서의 호응이 크게 작용했다. 

국내 미술시장 가격보다 훨씬 높게 출품한 작품 6점 대부분이 또 한번 현지 컬렉터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개가를 올렸다.

해외 컬렉터들이 김 화백의 '반추상' 작품에 열광하는 것은 '한국적 추상'으로 한국 화단을 대표해온 '단색화'와 달리 동양철학의 정신성을 ‘문인화’적 전통에 입각해 시적 감성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김화백의 의지가 작품에 반영되기까지는 지난 40여년동안 다양한 한국적 소재를 물감으로 사용, 소재들의 물성(物性)을 화폭에 적극 표현해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한지와 캔버스의 각각 다른 물성을 한 화면에서 만나게 하는 것은 보통이고 한약재와 백토, 종이죽, 석채, 닥원료 등등 특히 자연물을 활용 하기를 즐겨하고 있다. 마치 두터운 분청사기의  질감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들도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그는 작품 제작 과정에 "마치 흙속에서 꽃이 되어나듯, 손으로 여러 재료를 섞어 주무를 때 야릇한 쾌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화백은 국내외에서 30여회가 넘는 개인전을 연 화단의 중견이면서 동시에 문인이고 인문학자이기도 하다. 장안의 지가를 올린  ‘김병종의 화첩기행’을 비롯 ‘시화기행 1권-파리편, 고요한 우울’, ‘2권-뉴욕편, 한낮의 우울’ 등 책을 연이어 펴냈고, 얼마전에는 여행에세이 ‘거기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너와숲)도 내놓았다. 

추사 김정희가 즐겨 쓴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를 떠오르게 한다. 

물감이 엉겨붙은 김병종 화백의 손을 통해 캔버스 앞에서 다양한 재료를 실험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미술사학자인 홍익대 전영백 교수가 촬영했다. 

기계화, 정보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 그의 작품에 마치 수공업적 장인(匠人)의 결과물처럼 손맛과 따스한 온기에 조선조 사대부들의 '문인화' 적 성찰까지 담겨지는 것도 그같은 배경에서 연유한다.   

현대미술이 차겁고 싸늘하며 날로 주관성을 배제하고 있는데 반해 그의 작품은 여전히 인문적 향기와 인간의 온기를 전해줌으로서 폭 넓은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서양의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것에 바탕을 둬 그들의 장점을 결합한 작품 세계를 추구해왔다. 그것이 한국 미술이 가야 할 길"이라고 설명했다. 

김 화백은 중국 최대의 현대미술관인 진르(今日)미술관과 독일의 구아르드니 미술관, 헝가리 기욜미술관, 프랑스 몽트니갤러리와 가나 보브르갤러리, 전북도립미술관 등에서 대규모의 초대 전과 기획전을 열었으며, 세계 3대 아트페어로 일컬어지는 피악(FIAC), 바젤, 시카고 등의 아트페어에 두루 출품했다. 

연말의 마이애미 바젤 아트페어와 내년 LA에서의 개인전 등이 연이어 잡혀 있어 그의 표현에 따르면 "생명화가의 붓은 잠드는 법이 없다." 

U.H.M 갤러리에서의 전시는 5월 20일까지 계속된다. 

이경택 기자 kt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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