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가 23일 새벽 내놓은 사설. [사진=글로벌타임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에 관한 한국의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중국 정부가 계속해서 반발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관영매체가 한국의 '국격'까지 거론하고 깊이 반성하라는 등의 주장을 내놔 파문이 예상된다.

중국 공산당의 선전매체인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23일 '한국의 외교 국격이 대만 언급으로 망가졌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강력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은 대만 문제에의 개입에 대해 설명하거나 사과하는 대신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하고 '국격' 문제를 제기했다"며 "누가 무례하고 불합리하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일부 중국인 네티즌들은 중국의 발언을 잘못 번역하거나 이해해 한국이 강하게 반응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며 "문제는 한국의 외교에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대만에 불장난하는 이는 스스로 타죽게 될 것'이란 발언은 누구도 지칭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한국 외교부는 곧바로 이 발언을 집어들어 중국에 반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이 이렇게 민감해하고 동요되는 것이야말로 스스로 죄의식이 있고 자신이 '대만에 불장난을 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지칭 없이도 경고의 대상을 판단하는 간단하고도 명확한 기준이 있다. 반응하는 자가 바로 그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지도자가 서방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은 모든 중국 인민들의 귀에 부절적하고 심각하게 잘못되게 들렸다"며 "1992년 중한 수교 이후 한국 측에서 나온 최악의 발언"이라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번 더 (말하지만),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부의 문제이지 전 세계적 사안이 아니다"라며 "남북 문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안이며 전혀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정상이 미국 방문 직전에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미국에 충성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을 기쁘게 하면서 중국을 도발하려 했던 일부 국가들은 자신들의 국격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정보 당국이 한국의 최고위 당국자들의 대화를 불법적으로 도청했다는 사실이 기밀문건 유출로 드러난 것에 대해 한국은 '강하게 항의'하지 않고 온순한 새끼고양이(meek kitten)처럼 행동했나"라며 "제2차 세계대전의 징용 피해자 해법으로 3자변제를 제시했던 한국에게 자신들이 늘 강조하는 '국격'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은 중국에 대해 힘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잃어버린 '위엄'을 되찾고 미국에서 외교적 자부심을 찾으려 하는가"라며 "한국 외교는 자신들의 역사에서 더 배워야 하고 미국과 대면했을 때 굽실거리는 경향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진실되고 특별한 외교적 존중을 한국에 보여왔고, 한국이 자존심을 보여주길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우리는 처음엔 분단이라는 고통스런 기억을 겪었던 한국이 중국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대만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을 더 잘 지원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한국 측이 샌드백처럼 행동하고 괴로워하면서도(acting like punch bag and looking aggrieved) 대만 문제에 대해 그토록 무지하고 악의적인 말들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만일 이러한 일이 없었다면 우리는 한국의 대만에 대한 오해가 이렇게까지 멀리 갈지 몰랐을 것"이라며 "한국 외교는 이에 대해 깊이 반추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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