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관련 대책을 마련 중인 국민의힘과 정부가 해당주택 경매 시 일정 기준의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장기 저리 대출해주는 방안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주택 피해자들의 법률 상담과 심리 안정을 위한 '찾아가는 상담버스'는 오는 21일부터 운영한다.

당정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 협의회'를 열고 전세사기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당정은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현 정부 들어 네 차례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범정부 특별단속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피해자 구제나 주거안정 확보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전세사기 피해자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금융권의 경매·공매 유예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게 노력하고, 금융기관이 제3자에게 채권을 매각한 경우에도 경매를 유예하는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피해주택 경매 시 일정 기준을 만족하는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게 제도적 보완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면서 "피해 임차인이 거주 주택 낙찰 시 구입자금을 마련하도록 저리로 대출을 충분한 거치 기간을 둬서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살고 있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전세금이 대부분 떼인 채로 당장 퇴거해야 한다. 이에 당정은 피해자가 경매에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살던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주택을 보유함으로써 전세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게 도울 방침이다. 피해자의 경매 낙찰대금(경락대금)에 저리로 장기 대출을 해주거나 거치 기간을 두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박 의장은 야당이 요구하는 임차인 보증금 우선 반환에 대해 "사기 물건 등은 선순위채권으로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부족하다. 공공이 매입하더라도 선순위 채권자에게만 이익이 돌아가 근본적인 피해자 구제방안이 될 수 없다"며 "사인 간 발생한 악성 채무 공적 변제는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 부담이 증가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박 의장은 "조직적 전세사기에는 범죄 단체 조직죄를 적용하고 범죄수익은 전액 몰수보전 조치 취하기로 했다"면서 "인천 지역 유력 정치인 개입 의혹이 있는 '건축왕' 남모 씨의 전세사기 사건에 대해서는 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한 배경 등을 포함해 경찰청이 특별수사하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서울역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거 부도임대주택에 우선매수권 제도가 운용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걸리지 않겠다 싶어 제안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우선매수권을 주려면 입법이 필요한데, 다른 사람의 재산권에 일방적으로 손해를 끼치거나 이를 악용하는 2차 피해가 있을 수 있어서 정밀하게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전세보증금 전액을 돌려받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정부는 피해자별로 원하는 회수 수준이 다를 수 있어 수용 여부에 대해선 자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원 장관도 "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이 보증금의 50%인데 이를 피해자들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정은 입법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기에 당장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경·공매 유예 실행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전세사기 피해지원 범부처 태스크포스(TF)'는 인천 미추홀구뿐만 아니라 국토부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으로 판단한 경우라면 금융사들의 협조를 통해 경매·매각 유예를 추진키로 했다. 적어도 수개월 동안 경매와 매각 절차를 일단 늦추겠다는 것으로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전날 "금융기관과 피해자들의 전수 명단을 갖고 있다. 20일부터 실제로 경매를 중단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찾아가는 상담버스'는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심리학회 등의 100명 이상의 자문 전문가로 구성된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1대1 또는 1대3 상담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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